지진 피해 키운 모로코 국왕의 안일한 대처…NYT “12시간 동안 참사 언급 없어”
국제사회 지원 승낙 여부도 결정 못 해
규모 6.8 강진이 발생한 모로코에서 국가 원수인 모하메드 6세 국왕의 안일한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9일(현지시간) 제기됐다. 지진 발생 이후 12시간이 넘도록 침묵을 이어간 모하메드 6세 국왕은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지원 제의에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피해 주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메드 6세 국왕은 이날 수도 라바트에서 긴급 내각회의를 열고 전날 모로코 알하우즈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후 국영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모로코 정부는 구조 작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특히 취약계층을 위해 신속하게 쉼터를 제공하고 집을 재건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로코 중앙은행에 기부금 마련을 위한 계좌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도 선포했다.
하지만 모하메드 6세 국왕의 대응이 지나치게 늦고 내용도 부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모하메드 6세 국왕은 지진 발생 이후 12시간 동안 참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주로 군을 통해 발언을 전달했다”며 “분명하지 않은 대응은 온갖 추측과 불안을 불러일으켰다”고 꼬집었다.
모하메드 6세 국왕은 또 국제사회 지원에 대한 승낙 여부도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다. 모로코는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사실상 전제군주제 형태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어 외국 구호대 파견과 지원 물자 투입 모두 모하메드 6세 국왕의 허가가 필요하다. 알자지라는 “모로코 정부는 여전히 공식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사이 지원 의사를 밝힌 국가들은 모하메드 6세 국왕 입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과거 모로코를 식민지배했던 프랑스는 이미 200만유로(약 28억6000만원)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규모 7.8 지진으로 5만명 이상이 사망한 튀르키예도 구호대 265명과 텐트 1000개 지원을 약속했지만 실제 투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그간 쌓여왔던 모하메드 6세 국왕과 내각을 향한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NYT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대부분 국가가 그렇듯이 모로코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력인 관광 산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 등 주요 상품의 가격도 급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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