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지진, 침대 날아가는 느낌”…산비탈 건물들 와르르

신기섭 2023. 9. 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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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혼돈, 진짜 재앙, 광란이 덮친 밤.'

8일 밤(현지시각) 모로코 남부 산악지역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한 순간을 직접 겪은 이들은 당시의 공포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진 충격이 가장 강했던 남부 산악지역에서는 산비탈에 세워진 건물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튀르키예 외교부도 성명을 내어 "모로코의 지진 피해를 치유할 모든 종류의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됐다"며 재난관리청과 적신월사 등의 구조 대원 256명이 지원 요청을 받으면 곧바로 재난 지역에 들어갈 채비를 끝냈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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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잠든 밤 11시 강타한 강진
“완전한 혼돈, 진짜 재앙, 광란이었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당한 모로코 남부 물레이브라힘 마을의 손상된 가옥에서 엄마가 5살짜리 아들을 껴안은 채 달래고 있다. 물레이브라힘/로이터 연합뉴스

‘완전한 혼돈, 진짜 재앙, 광란이 덮친 밤.’

8일 밤(현지시각) 모로코 남부 산악지역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한 순간을 직접 겪은 이들은 당시의 공포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진앙에서 가까운 남부 산악 마을인 아미즈미즈에 사는 주민 모하메드 아자우는 로이터 통신에 “발 아래 땅이 흔들리고 집이 기울어지자 재빨리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지만, 옆집 사람들은 미처 빠져 나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그 집 사람들은 단 한명도 살아남지 못한 것 같다”며 “아버지와 아들의 주검은 수습됐지만, 어머니와 딸은 아직 수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앙에서 72㎞ 떨어진 유적 도시 마라케시에 사는 주민 아브델하크 엘암라니(33)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거친 진동이 느껴지자 곧바로 지진인 것을 깨달았다”며 “건물들이 흔들리는 게 눈에 확연히 보였고, 밖으로 나가니 거리로 나온 주민들이 모두 충격과 공포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어른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마라케시의 옛 도심 지역에 사는 프랑스인 미샤엘 비제는 “침대가 날아가는 것처럼 느낀 뒤 거의 알몸으로 거리로 나갔다”며 “완전한 혼돈, 진짜 재앙, 광란이었다”고 말했다.

모로코는 강한 지진이 잦지 않는 나라인 데다가 이날 지진은 많은 주민이 잠자리에 든 밤 11시 이후에 발생해 주민들을 더욱 심한 두려움과 공포에 떨었다. 지진이 발생한 지 만 하루가 지난 9일 밤에도 마라케시의 자마엘프나 광장에서는 여진 등으로 집이 무너질 것을 걱정한 주민 수백명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유명 관광지로 손꼽히는 마라케시를 찾은 외국 관광객들도 극도의 공포감에 떨었다. 영국인 로렐라 파머는 비비시(BBC) 방송에 “갑자기 방이 흔들리기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파악이 안 됐다”며 침대와 벽에 걸린 액자가 흔들리는 걸 본 뒤에야 지진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9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구조대원들이 강력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을 수색하고 있다. 마라케시/EPA 연합뉴스

지진 충격이 가장 강했던 남부 산악지역에서는 산비탈에 세워진 건물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일부 주민들은 전기와 전화가 끊기고 식품도 구하기 어려운 피해 지역을 빠져 나가기 위해 택시에 합승해 포장되지 않은 산악 도로를 힘겹게 빠져 나갔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이들 피란 인파가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동하던 경찰차 등과 얽히면서 산악 지역의 도로 곳곳이 마비되기도 했다. 피해 지역 곳곳에서는 마땅한 장비가 없어 맨손으로 실종자들을 찾는 주민들과 경찰 등의 구조 작업이 이틀째 이어졌다.

국제 사회는 일제히 모로코 지진 희생자들에 애도를 표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이웃나라 알제리와 지난 2월 강진으로 4만명 이상이 숨진 튀르키예(터키)는 즉각 강력한 연대감을 표시했다.

서부 사하라 지역 갈등 때문에 지난 2021년 모로코와 관계를 끊은 알제리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의약품 등의 수송을 돕기 위해 항공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알제리 대통령실은 성명을 내어 “인도주의적 지원을 시작할 준비를 갖췄다”며 “모로코가 지원을 요청할 경우, 모로코 국민들과 연대하여 모든 물질적·인적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 외교부도 성명을 내어 “모로코의 지진 피해를 치유할 모든 종류의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됐다”며 재난관리청과 적신월사 등의 구조 대원 256명이 지원 요청을 받으면 곧바로 재난 지역에 들어갈 채비를 끝냈고 밝혔다.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과 튀니지, 쿠웨이트, 이스라엘 등 이웃 나라들의 연대와 지원 의사 표명도 이어졌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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