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까지 팔았던' 삼성, 비싼 공채는 왜 유지할까

김준석 2023. 9. 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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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월7일 경북 구미시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방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이고 전공과는 다른 직무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수시채용을 진행해 정보력이 부족했던 저는 뒤늦게 공고를 확인하고 아쉬웠던 적이 많습니다. 반면, 삼성은 1년에 두 번 공개채용을 진행해 예측가능성이 높고, 학벌·스펙에 치중하기 보단 직무적성검사(GSAT)와 두 번의 면접 등 공정한 도구로 인재를 뽑는 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취업준비생 A씨)
2023년 하반기 삼성 공채문 열렸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관계사 20곳이 11일 채용 공고를 내고 2023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나섰다. 하반기 채용에 나선 삼성 관계사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서울병원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삼성전자판매 등 총 20개사다. 올 하반기 공채는 △지원서 접수(9월) △직무적합성평가(9월) △GSAT(10월) △면접전형(11월)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도 '삼성고시' 온라인으로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GSAT(삼성직무적성검사)를 오는 4월22~23일 이틀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연합뉴스
삼성은 2020년부터 소위 '삼성고시'라고 불리는 GSAT을 올해도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원자들은 독립된 장소에서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응시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디자인 등 일부 직군의 경우 GSAT과 더불어 소프트웨어 역량 테스트와 디자인 포트폴리오 심사도 병행될 예정이다.
"취준생의 실낱같은 희망"...4대그룹 중 유일 공채
사진은 취업박람회 모습. 뉴시스
"삼성하면 소위 설포카(서울대·포스텍·카이스트)나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졸업자만 들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연이은 불합격 소식에 위축됐지만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상반기 지원을 했고 결국 합격했습니다. 각 전형을 거치면서 삼성이 지원자의 현재보단 미래 잠재력을 확인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 주위를 둘러봐도 특정 학교들이 몰린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삼성 공채 합격자의 학벌도 다양한 것 같았습니다."(상반기 삼성전자 공채에 합격한 B씨)
1957년 국내 기업 최초로 공채를 도입한 삼성은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은 △대규모 일자리 창출 △공정한 취업기회 제공 △우수인재 육성을 공채 유지의 이유로 꼽고 있다.

삼성은 열린 채용 문화를 선도해 왔다. 1993년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하고, 1995년에는 지원 자격요건에서 학력을 제외하는 등 △성별 △학력 △국적 △종교를 차별하지 않고 인재를 등용했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3개 전자 계열사가 연구역량을 갖춘 외국인 인재확보를 위해 'R&D분야 외국인 경력사원 채용 전형'을 새롭게 도입했다.

4대그룹 유일 공채 유지엔...JY '뚝심'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8월20일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아카데미 광주 교육센터를 방문해 교육을 참관하고 소프트웨어 교육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다른 4대그룹(현대차·SK·LG)과 달리 삼성이 공채 기조를 유지하는 데에는 이병철 창업회장부터 이어져온 '인재제일(人材第一)' 경영철학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채 제도는 인력 선발과 교육에 대규모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4대그룹을 비롯한 대다수의 대기업들이 수시채용으로 채용 기조를 전환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공채를 유지하는 이유를 두고 공정한 기회와 안정적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공하려는 공익적 목적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뜻에 따라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인재에 대한 투자만은 확대해 왔다. 2018년 발표한 '3년간 4만명 채용' 계획을 달성한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향후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인재 채용 등에 대한 뚝심을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2021년 이 회장은 "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저와 삼성은 세상에 없는 기술, 우리만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라며 청년들을 격려했다.

한편, 이 회장은 인재 채용과 더불어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앞서 전자·바이오·금융사, 해외 현장·연구소 등을 찾아 신입사원, 개발자, 연구원, 워킹맘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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