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단체관광객 유치에 사활 거는 면세업계

임찬영 기자 2023. 9. 10. 13: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면세업계가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반 관광객인 유커들이 국내에 많이 들어올수록 대리 구매 형태인 다이궁(중국 보따리상)들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면세점업계는 다이궁 유치를 위해 구매액의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송객수수료(리베이트)를 낮추고 수익성을 되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10일 각 면세점들은 약 6년 만에 방문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맞이에 분주한 상황이다. HDC신라면세점이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는 지난 8일 중국인 단체관광객 700여명이 방문했다. 관광객들은 경복궁 관람 후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 방문해 쇼핑을 하고 아이파크몰에서 식사를 하는 등 K-문화를 즐겼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각각 지난달 말 제주점에 크루즈를 타고 도착한 중국인 고객 350여명을 유치했고, 신세계면세점도 명동점을 시작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모집하는 여행사를 대상으로도 앞다퉈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이달 초 중국 여행사 대표단 130여명을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매장과 숙박 등 편의시설을 둘러보면서 여행상품 개발을 돕기 위한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또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중국어 가이드 200여명을 초청해 가이드 설명회를 열었다. 롯데호텔, 롯데월드 등 계열사가 보유한 쇼핑·관광 인프라를 활용해 광화문·명동의 전통 관광 코스에서 벗어나 잠실 관광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면세점 업체들이 앞다퉈 중국인 단체 관광객 모집에 나서는 발 벗고 나서는 이유는 유커들의 방한이 많아질수록 다이궁 송객수수료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유커들이 면세품을 구매할 수록 다이궁 의존도가 낮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 지난해 51.5%까지 증가했던 송객수수료는 엔데믹 후 점차 낮아져 최근 30%대까지 줄어들었다. 방한하는 유커들의 수가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할 수만 있다면 송객수수료도 20%대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국인 관광객을 수송하는 크루즈, 항공편이 얼마나 빠르게 회복될지가 관건이다. 면세점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내년 상반기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인천국제공항의 8월 중국 여객 수송량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절반 수준이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체 여행 허용에도 불구하고 중국 노선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이달 말~10월초 국경절 연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제주시 연동 신라면세점 제주점에서 중국 국적의 크루즈 '블루드림스타호(Blue Dream Star·2만4782t)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태운 크루즈선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7년 3월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로 왕래가 끊긴 이후 6년 5개월여 만이다.(제주도사진기자회)2023.8.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각에서는 면세점 업계가 더이상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을 하지 않도록 정부가 송객수수료 상한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면세업체들끼리 송객수수료를 자체 협의할 경우 '담합'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기에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면세점들이 여행사·가이드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는 2019년 매출의 20.3%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1.5%까지 증가했다.

유신열 한국면세점협회 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내 면세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세미나에서 "(송객수수료는)업계가 자정해서 가야 할 문제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법제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관세법 또는 관광진흥법에 면세사업자들의 공동행위 가능성 및 준수 사항 등을 명시하거나, 면세사업자들이 자체 공정경쟁규약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관광객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다이궁의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에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면서도 "경쟁이 과열되면 송객수수료가 다시 급등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선 정부에서 법제화를 통해 상한선을 마련해주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