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과 접점 모색한 유학계 태두…안병주 명예교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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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민본사상 연구에서 시작해 고전 번역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큰 영향을 준 '한국 유학계의 태두' 상허(尙虛) 안병주(安炳周)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10일 오전 3시40분께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대동문화연구원장을 역임했다.
맹자의 민본사상을 연구해 '유교의 민본사상', '율곡의 개혁주의와 민본사상', '민본유교의 철학적 지향과 그 현실적 한계' 등 여러 저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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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맹자의 민본사상 연구에서 시작해 고전 번역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큰 영향을 준 '한국 유학계의 태두' 상허(尙虛) 안병주(安炳周)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10일 오전 3시40분께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90세.
서울에서 근대 유학자 안인식(安寅植)의 장남으로 태어난 고인은 서당에서 유교 경전을 배웠다. 경기중·고를 거쳐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교수로 재직했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대동문화연구원장을 역임했다.
맹자의 민본사상을 연구해 '유교의 민본사상', '율곡의 개혁주의와 민본사상', '민본유교의 철학적 지향과 그 현실적 한계' 등 여러 저서를 남겼다. 1985년 한국유교학회 초대 회장을 지냈고, 1987년에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4·13 호헌 조치에 항의해 성균관대 교수들과 함께 시국선언을 냈다.
퇴계 이황의 철학에도 조예가 깊어 국제퇴계학회장과 퇴계학연구원장을 역임했다. 1994년 17집 분량의 퇴계학 역주총서를 완간했고, 1995년 이 공로로 성곡학술문화상을 수상했다. 2001∼2009년 8년에 걸쳐 제자 전호근 경희대 교수와 함께 '역주 장자' 4권을 펴냈다.
고전 번역에도 관심을 가져 1988년 우리 전통문화를 전승·개발하자는 취지에서 사단법인 전통문화연구회를 발족시켰다. 1999년엔 여성학 연구자들을 한국유교학회에 초청해 유학과 페미니즘의 접점을 모색했다. 그는 '유교의 이론보완- 페미니즘의 수용과 관련하여'라는 기조 발제문에서 "(가부장제의 변화 등) 남녀평등의 가치를 유교에 수용하면 유교의 진리는 영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자인 전호근 교수는 "한 때 공부를 그만두려고 했을 때 고인의 맹자 강의를 듣고 마음을 바꿨다. 대학원 수업을 받을 때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며 "한학자와 학계에서 고인의 한문 실력과 학문적 경지를 모두 인정한 드문 학자였다"고 회고했다.
유족은 아들 안대옥씨와 며느리 정은아씨, 손녀 안현진씨 등이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2호실, 발인 12일 오전 8시30분, 장지 국립서울현충원. ☎ 070-7816-0349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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