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단장 측 ‘분 단위’ 기록 최초 입수…31일부터 달라졌다
31일 오전 이후 갑자기 눈에 띄게 늘어나는 '분 단위' 상황 기록
박 전 단장 측 주장 'VIP 격노 회의' 시점 이후 상황 급변했나?
장성급 군 인사에게 외압 의혹 알린 시각부터 해병대 사령관과의 대화까지 구체적으로 담겨
임성근 사단장의 과거 또다른 해병 '순직' 사고 관련 논란도 최초 공개…당시에도 징계 없었다
9월 10일 일요일밤 10시 40분 KBS 2TV <9층시사국> '해병, 충성의 의미를 묻다' 편 방송
■ 박정훈 전 수사단장 측 "저희의 무기는 '분 단위' 기록…진실의 힘 강해"
실종자 수색 임무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고 채수근 상병.
그리고 채 상병의 사건을 조사하다 보직에서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이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특히, 박정훈 전 수사단장은 조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이첩을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른바 '항명' 혐의로 군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구속 위기까지 갔던 박 전 단장은 군 검찰의 수사에 출석하면서 그동안의 입장을 바꿨습니다. 진술서로 대체하며 군 검찰의 수사를 거부해온 것과 달리 앞으로 적극적으로 관련 내용을 진술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그러면서 박 전 단장 측 변호인은 이런 말을 합니다.
정관영 변호사 / 박정훈 전 단장 측 법률대리인 (지난 5일)
"박 대령은 메모를 꼼꼼히 해서 분 단위로 기록이 돼 있습니다. 아는 걸 다 적힌 기록이 있고 그대로 진술도 했습니다. 저희는 비장의 무기가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 전 단장 측 '분 단위' 기록 문건 입수해 보니 31일부터 기록 크게 늘어
해당 문건은 박정훈 전 단장 측이 관련 기록을 상세히 정리한 '타임라인'으로 변호인이 언급한 것처럼 '분 단위'로 각 상황이 벌어진 시각과 내용이 상세히 정리돼 있었습니다. <9층시사국>이 입수한 이 문건은 모두 3페이지 분량으로 박 전 단장이 경험하거나 들은 내용, 또 사건 과정에서 박 전 단장 측이 확인하거나 기록한 내용 등을 컴퓨터 파일로 '분 단위'로 작성하고 이를 인쇄한 겁니다.
취재진이 주목한 부분은 7월 31일부터입니다. 7월 28일은 박정훈 전 단장이 유가족에게 수사 결과를 설명한 날인데 시각별 기록은 2건에 그칩니다. 또 7월 30일은 박 전 단장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수사결과를 보고하고 결재를 받은 날인데 이 날 역시 시각별 기록은 3건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인 7월 31일 기록은 9건, 8월 1일은 8건, 8월 2일은 14건으로 '분 단위' 기록이 크게 늘어납니다. 7월 31일부터 상황이 급박하게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시시각각 상황이 변했다는 걸 추정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7월 31일 오전 11시는 박 전 단장 측이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의가 열렸고, 수사결과를 보고받은 VIP가 격노했다고 들었다'는 바로 그 회의가 열린 날입니다. 박 전 단장 측 주장이지만 그 이후 기록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볼 때 해당 시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박 전 단장이 느꼈다는 외압, 기록을 통해 들여다본 당시 상황
7월 31일부터 예정됐던 언론 브리핑이나 국회 설명회 등은 차례로 박 전 단장이 영문도 모른 채 취소됩니다. 이후 박 전 단장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는 등 스스로 외압을 느꼈다고 그동안 주장해 왔습니다.
박정훈 / 전 해병대 수사단장 (지난 달 11일)
“수차례 수사 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고 저는 단호히 거절하였습니다. 대한민국 해병대는 충성과 정의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입니다.”
박 전 단장 측 '분 단위' 일지에는 이런 정황이 상세히 담겼습니다. 일지 속 등장 인물도 국방부 장관부터 차관, 법무관리관, 법무총괄장교, 해병대 사령관과 해병대 수뇌부 인사들까지 다양합니다. 또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단 3일 동안 국방부와 해병대에서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는지 유추할 수 있는 기록들도 잇따라 나타납니다.
■ 8월 2일 새벽, 박 전 단장은 이미 군 장성급 인사에게 외압 의혹을 알렸다
이 '분 단위' 기록 문건을 보면 박 전 단장은 이미 7월 31일과 8월 1일 단 이틀만에 당시 상황을 '수사 외압' 상황으로 판단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문건에는 8월2일 새벽 6시 45분경 박 전 단장이 군의 또다른 장성급 인사에게 "수사 외압이 생각보다 큽니다"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옵니다. 문건에 처음으로 '수사 외압'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겁니다.
■ 해병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을 격려했다?
이 문건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입니다. 김 사령관은 국방부와 박정훈 전 수사단장 사이에 존재하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김 사령관은 실제로 외부로부터 부당한 외압이 있었는지 아니면 박 전 단장이 항명한 것인지 밝혀줄 핵심 인물로 꼽혀 왔습니다.
일지에는 박정훈 전 수사단장과 김계환 사령관 사이의 인간적인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들이 다수 발견됩니다. 그래서 그런건지 그동안 박 전 단장 측이 자신에게 보직해임을 통보했던 김 사령관을 향한 비판이나 문제제기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 역시 이 기록 속에 등장합니다. 김 사령관이 박 전 단장을 수사단장에서 보직해임하는 순간까지도 오히려 박 전 단장을 격려하거나 위로했다는 내용입니다. 적어도 박정훈 전 수사단장은 그렇게 느끼고는 일지에 '격려'라고 써놓았습니다. 박 전 단장 측 기록일 뿐이지만, "너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살게 되었다. 앞으로 많이 힘들 것이다"고 자신에게 말했다는 겁니다. <9층시사국>은 이 부분과 관련해서 해병대를 통해 김 사령관의 입장을 문의했는데, "'너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살게 되었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9층시사국>은 박정훈 전 단장 측이 수사에 임하는 "무기" 이자 "진실의 힘은 강하다"라고 말한 근거가 된 '분 단위' 기록 문건을 오늘밤(10일) 10시 40분 KBS 2TV 에서 최초 공개합니다. 또,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과 관련해 과거 대대장으로 복무 당시 또다른 해병 순직 사건이 있었다는 의혹도 최초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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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기자 (nfor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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