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초→10분'까지 이어진 '베니스 영화제' 기립 박수...최고 영화는? [할리웃통신]
[TV리포트=이경민 기자] 제80회 2023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뜨거운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지난 달 30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의 리도 섬에서 제8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개막식이 열렸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상영이 끝난 후 영화와 감독을 향한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 초청된 대부분의 영화는 상영이 끝나면 관례처럼 일정 시간동안 기립박수를 받는다. 이는 관객이 감독을 비롯한 출연진과 영화에 대해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것으로 불어로는 '에티켓'이라는 표현으로 불린다. 하지만, 매년 영화계 관계자들은 관객들이 얼마나 오래 박수를 치는지에 대해 주목하고 이는 영화의 흥행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난 8월 30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제80회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각 영화의 상영이 끝나자 짧게는 90초부터 길게는 10분까지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기립박수의 시간이 영화의 완성도나 흥행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부산행'과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각각 10분, 8분 가량의 기립 박수를 받았던 것을 고려한다면 그 영향력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오랜 시간 박수를 받은 영화는 '아그로 드리프트'였다. 하모니 코린 감독의 '아그로 드리프트'는 상영이 끝난 후 10분 간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다소 실험적인 적외선 촬영 기법과 'ai' 소재를 사용해 이에 실망한 관객들 일부가 퇴장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된다.
알라스데어 그레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가여운 것들'은 개봉 당시 8분간 기립 박수를 받았다. '가여운 것들'에는 엠마 스톤, 마크 러팔로, 윌렘 대포, 라미 유세프 등 유명 배우들이 다수 출연해 눈길을 끈다.
'프리실라(Priscilla)', '마에스트로(Maestro)'에는 각각 7분의 박수가 쏟아졌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프레슬리의 로맨스를 다룬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프리실라'가 7분 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자서전의 주인공 프리실라는 출연 배우인 케일리 스페니, 제이콥 엘로디와 함께 영화를 감상한 후 감격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에스트로'는 무대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다만 '마에스트로'에서 주인공 번스타인 역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는 이날 미국배우조합의 파업으로 인해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도그맨(Dogman)', '오리진(Origin)', '페라리(Ferrari)'는 각각 6분씩 환호를 받았다. 뤽 베송 감독의 영화 '도그맨'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한 후 개들과 함께 자란 주인공이 범죄 조직에 맞서는 이야기로 6분 간 박수를 받는 영광을 누렸다. 에바 두버네이 감독은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감독으로 영화 '오리진'으로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 속 드러나는 미국 사회의 비공식적인 카스트 제도를 보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클 만 감독의 '페라리'는 엔초 페라리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영화이다. 페라리 역을 맡은 배우 아담 드라이버는 6분간 기립 박수를 받은 후 눈시울을 붉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히트맨'은 글렌 파월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 5분간 기립 박수를 받은 후 감독과 배우는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더 킬러'는 알렉시스 놀랑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영화로 5분 간 기립 박수를 받았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헨리 슈가'는 40분 짜리 단편 영화로 로알드 달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감독은 4분간의 기립 박수에 감격하는 표정을 지었다.
최근 양녀 성추행 의혹으로 비난의 중심에 선 우디 앨런 감독의 '쿠 드 샹스'는 3분간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이번 베니스 영화제에선 '강간범'이라는 시위대의 외침이 울려퍼지는 등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더 팰리스' 또한 영화 팬들로부터 3분 가량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 역시 아동 성범죄 논란으로 이번 베니스 영화제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감독들 중 한 명이다.
'코만단테(Comandante)'가 가장 짧은 박수를 받았다. 에두아르노 데 안젤리스 감독의 '코만단테'는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로 이번 베니스 영화제에서 개막작에 선정되었음에도 90초 간의 다소 짧은 기립 박수를 받았다. 원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챌린저스'가 개막작이었지만, 파업의 여파로 불가피하게 '코만단테'로 변경된 바 있다.
이번 베니스 영화제에서 가장 오랜 기립 박수를 받은 하모니 코린 감독의 영화 '아그로 드리프트'는 2023년 중 개봉 예정이나 아직 정확한 개봉 시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제껏 베니스 영화제에서 긴 기립 박수를 받았던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모니 코린 감독의 '아그로 드리프트' 역시 세계적인 영화로 거듭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경민 기자 lkm@tvreport.co.kr / 사진= 'BiennaleChannel' 유튜브 캡쳐, 영화 '아그로 드리프트' 공식 포스터, 우디 앨런 소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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