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자국 내 아르메니아인 거주 지역 통로 개방···‘굶주림’ 위기 해소되나

정원식 기자 2023. 9. 1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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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르메니아군 병사가 2021년 1월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망원경으로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경 분쟁 여파로 주민 12만명이 굶주릴 위기에 처했던 아제르바이잔 내 아르메니아인 거주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구호물품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은 이날 아르메니아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육로인 라친 통로를 개방한다고 밝혔다. 라친 통로는 아제르바이잔 정부에 의해 지난 7월부터 폐쇄된 상태였다.

앞서 아제르바이잔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로 들어가는 통로도 개방됐다. 아르메니아인 자치정부는 이날 아제르바이잔 아그람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케란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통해 러시아 적십자위원회의 구호물품을 전달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캅카스 산맥 남쪽의 두 앙숙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1990년대 이후 40여년간 국경 분쟁을 벌여온 지역이다.

구소련 말기인 1988년 이 지역 아르메니아인들이 분리 독립을 선언하면서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캅카스의 화약고’가 됐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놓고 1992~1994년과 2020년 두 차례 전쟁을 벌였다. 아제르바이잔은 2020년 전쟁에서 이 지역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주민 12만명 중 대다수는 아르메니아인들이다. 2020년 11월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한 뒤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이 지역을 관리해왔으나 이후에도 산발적인 무력충돌이 계속됐다.

아제르바이잔은 지난 연말부터 라친 통로에 통제를 강화해 인권침해 우려를 낳았다. 아제르바이잔은 지난 7월 라친 통로를 완전히 봉쇄해 나고르노-카라바흐에 대한 식량과 의약품 공급이 차단됐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아제르바이잔이 굶주림을 통한 제노사이드(대량학살)를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초대 수석 검사를 지낸 루이스 모레노오캄포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즉각적이고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이곳의 아르메니아인들은 몇주 이내에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내 아르메니아인 자치 정부와 아제르바이잔이 통로 개방에 합의했지만 이 지역을 둘러싼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날 아르메니아군이 밤사이에 아제르바이잔군을 상대로 발포해 대응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아르메니아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성취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제르바이잔 영토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르메니아군이 무조건적이고 전면적으로 철수하고 이 지역의 괴뢰 정부를 해체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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