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6곳 하반기 신규 채용 없거나 계획 미정”

전경련 매출액 500대 기업 대상 조사 결과
삼성, 주요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채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기업 채용 정보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하반기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상승과 중국 경제 둔화 우려 속에 국내 경제 불확실성도 커지면서다.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127개 응답)의 64.6%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 가운데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기업은 48.0%로 지난해 하반기(44.6%)보다 3.4%포인트 늘었다. 채용이 없다고 응답한 비중은 16.6%로 지난해 하반기(17.4%)에 비해 0.8%포인트 감소했다.

신규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 중에서도 채용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힌 기업은 소수였다. 전년 대비 채용 규모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업이 57.8%로 가장 많았다.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은 24.4%,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17.8%였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로 ‘수익성 악화와 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경영 돌입’(25.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세계 경기침체 장기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악화’(19.0%),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에 대비한 비용 절감’(15.2%) 등의 순이었다.

하반기 대졸 취업 경쟁은 예년보다 더 치열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올해 대졸 신규채용 예상 경쟁률이 평균 81대 1로, 전년(77대 1)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중고 신입’ 선호 현상도 뚜렷했다. 지난해 대졸 신규 입사자 5명 중 1명(21.9%)은 경력을 갖고 신입직에 지원했다. 이들 ‘중고 신입’의 경력 기간은 평균 1.4년이었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선호함에 따라 신입직 채용에서도 직무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취업난이 심각한데도 기업들이 정작 원하는 인재를 찾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 매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신규채용 관련 애로사항으로 ‘적합한 인재 찾기 어려움’(30.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적극적으로 구인했지만 채용하지 못한 인원은 1만2000명으로, 3년 전인 2020년 상반기(6000명)보다 2배 늘었다.

기업들은 대졸 신규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 과제로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 및 고용 확대 유도’(39.4%)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 ‘고용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25.2%), ‘신산업 성장동력 분야 기업 지원’(15.7%)이 뒤를 이었다.

한편 삼성은 관계사 20곳이 오는 11일 채용 공고를 내고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시작한다. 삼성은 국내 주요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원자는 11일부터 18일까지 삼성 채용 홈페이지 ‘삼성 커리어스’에서 입사를 희망하는 회사에 지원하면 된다. 하반기 공채는 이달 지원서 접수과 직무적합성 평가를 거쳐 10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11월 면접전형 순으로 진행된다. 삼성은 지난해 5월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향후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