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넘게 누워 있었어요” 가장 게으른 사람이 1등하는 대회

몬테네그로 북부에서 개최된 ‘게으름 대회’ 20일째에 접어들었다. 사진은 대회 참가자들이 누워있는 모습. [사진 출처 = 로이터 X 캡처]

누가 가장 게으른 시민인지를 놓고 겨루는 눕기 대회가 20일째에 접어들었다.

지난 9일(한국시간) CNN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북부의 한 휴양지에서는 해마다 ‘게으름 대회’가 개최된다. 올해 대회에는 아직까지 7명의 참가자가 남아 종전 기록을 깨고 침대에 누운 채 경쟁 중이다.

지난해에는 ‘누워서 117시간’이라는 기록이 세워졌으나 올해는 대회가 2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남은 참가자들은 480시간 이상 누워있으면서도 계속해서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021년 챔피언인 두브라브카 악시치(38)는 “우리 모두는 기분이 좋고 건강에 문제도 없다. 주최 측이 우리를 잘 대해주고 있고 그저 우리는 누워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대회의 주최자이자 리조트 소유주인 라돈자 블라고예비치는 몬테네그로 사람들이 게으르다는 통념을 조롱하고자 12년 전 대회를 처음 시작했다.

규칙은 오로지 누워있어야 하며, 오두막 안에서 휴대전화와 노트북 사용이 가능하고, 먹고 마시며 잘 수도 있지만 모든 행동은 누워서 해야 한다. 서 있거나 앉아있는 것은 규칙 위반으로 간주해 즉시 실격 처리한다. 화장실은 8시간마다 10분씩 허용된다.

우승자에게는 1000유로(한화 약 143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이번이 첫 참가라는 필립 크네제비치(23)는 “여기에는 필요한 모든 것이 있고 동료들도 환상적이며 시간도 금방 지나간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몬테네그로 북부에서 개최된 ‘게으름 대회’ 20일째에 접어들었다. 사진은 대회 참가자들이 누워있는 모습. [사진 출처 = 로이터 X 캡처]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다소 이색적인 이벤트지만, 몬테네그로만이 게으름에 주목하는 건 아니다.

콜롬비아 북서부 이타구이에서는 해마다 ‘게으름의 날’ 행사가 열린다.

매년 8월 20일이 되면 주민 수백 명이 잠옷을 입고 집을 나서 보란 듯 길이나 공원에서 잠을 자면서 게으름을 만끽하는 것이다.

‘게으름의 날’이 기념일로 만들어진 건 지난 1985년이다. 당시 주민들은 “노동절(근로자의 날)은 있는데 휴식을 기념하는 날은 왜 없는 거냐”며 ‘게으름의 날’을 만들었다.

행사를 주관하는 페르난도 두케는 “게으름 또는 나태함을 적폐로 보기보다는 인간의 특성 중 하나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축제를 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두케는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세상은 점점 미친 듯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휴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