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 만에 송중기 지운 이준기, '아라문의 검' 제작진의 영민한 선택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토일드라마 <아라문의 검>이 시작됐다. 4년 전 방영됐던 <아스달 연대기>의 후속작이다. 그 4년 사이 <아라문의 검>의 1인2역 주인공들인 은섬과 사야 역할의 배우가 송중기에서 이준기로, 또 탄야 역할 역시 김지원에서 신세경으로 바뀌었다. 메인 주인공 캐스팅을 바꿔 돌아온 <아라문의 검>. 여러 이유가 겹쳐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아스달 연대기>가 애초 가졌던 야심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종영했다는 사실이다. <아스달 연대기>는 파트3까지 방영되며 최고 시청률 8.9%(닐슨 코리아)를 달성했지만 두 자릿수 시청률은 끝내 넘지 못한 채 끝을 맺었다.
물론 <아스달 연대기>가 그려낸 세계는 시청률로 쉽게 재단할 수 없는 도전적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선사를 배경으로 문화인류학적인 관점을 담아 문명이 어떻게 탄생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충돌들이 벌어졌으며 이를 통해 국가와 종교 같은 것들이 생겨나고 또 그 힘이 어떻게 대립했는가에 대한 서사를 그려낸다는 건, 말 그대로 빈 도화지 위에 하나의 역사를 직접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아스달부터 이그트니 뇌아탈이니 하는 낯선 캐릭터들을 세워 하나의 가상의 세계를 그려내고 그걸 전달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아스달 연대기>는 이 세계의 밑그림을 그려내는 것으로 끝을 맺은 느낌이었다. 실질적으로 스토리가 달려 나가는 건 그래서 어쩌면 지금 시작되는 <아라문의 검>부터라고 해도 될 법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아라문의 검>은 앞 부분에 삽화와 더불어 짧게 시즌1에 해당하는 <아스달 연대기>의 세계를 설명한 후, 곧바로 재림 이나이신기 은섬(이준기)이 연합을 미끼로 그들을 제거하려는 바토족과 맞붙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물론 그 일을 꾸민 건 아라곤의 총군장이자 은섬의 배냇벗(쌍둥이)인 사야(이준기)다. 하지만 이미 이 계략을 간파한 은섬은 그들로부터 탈출해 강가로 몰리고 이들을 뒤쫓는 사야의 군사는 그에게 외친다. "신은 오직 약한 자를 벌하시니 포기하라! 이나이신기"
짧은 전투 신이지만, 이 장면은 <아라문의 검>이 향후 그려나갈 이 세계의 그림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건 아스달의 제왕으로 군림한 타곤(장동건)과 그와 맞서는 아고족의 수장이자 재림 이나이신기라 불리는 은섬의 대결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타곤이 강자이고 그래서 마치 신탁을 받은 자처럼 보이지만, 은섬은 여러 부족들을 규합해오며 그 약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연합의 힘'을 보여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타곤의 군대와 싸우지만 저들처럼 약탈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은섬이 세우려는 나라가 타곤과는 다르다는 걸 상징한다. 그래서 사야의 군사가 "약한 자"를 운운하며 은섬에게 포기하라고 할 때, 은섬은 그에 맞서 이렇게 말한다. "그래 맞아. 신은 그 어떠한 신이든 약한 자를 벌하지." 그러면서 휘파람 활을 쏘아 숨어있던 연합 세력을 불러내며 외친다. "약한 자들이여 이제 그 벌 받아라." 여기서 은섬이 말하는 강함과 약함은 다른 의미로 전달된다. 무력만이 아니라 보다 나은 삶을 위한 희망을 갖고 연합하는 데서 나오는 힘이 진짜 강하다는 것이다.
<아라문의 검>은 첫 회부터 아고족이 놋산강을 건너 한초아성을 점령한 후 아스달의 군대와 벌판에서 맞붙는 전쟁으로 문을 열었다. 과연 벌판 전투에는 더 강점을 갖는 아스달과 맞서 아고족의 은섬은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정복전쟁의 끝을 보려는 타곤과 연합세력을 통해 이에 맞서려는 은섬, 그리고 제사장으로서 더 이상의 희생을 줄이고 전쟁을 종식시키려 하는 탄야의 이야기가 이 전쟁을 중심으로 각이 세워졌다.
애초 주인공 캐스팅을 바꿔 이준기와 신세경이 각각 은섬과 탄야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지만, 첫 회는 이를 지워내기에 충분했다. 밑그림을 그릴 필요 없이 본격 서사로 달려감으로써 이들의 역할에 몰입하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과연 어떨까. <아라문의 검>은 <아스달 연대기>의 부족했던 대중성을 확보해, 다시금 <아스달 연대기>가 그려낸 세계의 가치를 들여다보게 만들 것인가. <아라문의 검>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서사의 재미를 그려낼 것인가는 그래서 이 시리즈의 향방과 심지어 이전 시즌에 대한 재관심으로까지 나갈 수 있는 관건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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