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최고 이적료 2위' 히샬리송 사우디 처분 실패...절호의 기회 놓쳐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토트넘은 운이 좋게 히샬리송을 처분할 기회를 잡았지만 시간이 없어서 놓치고 말았다.

1997년생 히샬리송은 왓포드로 이적했을 때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은 선수가 아니었다. 브라질 플루미넨시에서 뛸 당시에도 눈에 띄는 활약이 아니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PL)의 거친 스타일에 빠르게 적응한 히샬리송은 1년 만에 에버턴으로 이적하면서 점점 성장했다. 에버턴에서도 활약이 뛰어났다. 2018-19시즌 리그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히샬리송은 2021-22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기 전까지 152경기에서 53골 14도움을 기록했다. 에버턴을 강등 위기에서도 구해낸 장본인이었다.

브라질 국가대표팀에서도 호베르투 피르미누를 제치고 주전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하면서 네이마르,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등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점점 주가가 높아지는 히샬리송을 영입하기 위해 토트넘은 기본 이적료만 5000만 유로(약 715억 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내놓았다.

이는 토트넘 역대 이적료 2위에 해당하는 초대형 이적이었다. PL에서 잔뼈가 굵은 스트라이커라 해리 케인, 손흥민과의 시너지가 기대됐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의 불화, 전술 적응 실패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공식전 35경기 3골 4도움이 전부였다.

이에 글로벌 축구 매체 '골닷컴'은 2022-23시즌 PL 최악의 영입생 1위로 히샬리송을 꼽았다. 부상까지도 겹치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는 평이 주를 이뤘지만 이적료값을 전혀 해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불운만으로 히샬리송의 부진을 포장하기엔 이적료가 너무 비싸다.

그대로 브라질 국가대표팀에서는 활약이 이어졌기에 2023-24시즌을 기대했다. 해리 케인이 떠나면서 히샬리송이 주전으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함께 보낸 프리시즌에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면서 기대감을 높였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지난 시즌보다 더 경기력이 안 좋았다. 경기 기여도도 더 떨어졌다.

 

이제 데려온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골칫덩어리를 이적시장에서 처분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진한 선수를 매각하면 이적료 손해도 커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케인마저 떠난 상황이라 히샬리송을 매각하는 건 굉장한 위험도가 있었다.

그래도 절호의 기회가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알 이티하드에서 히샬리송을 데려가고 싶었던 것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9일(한국시간) "토트넘 공격수 히샬리송은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 이적시장 마감일에 알 이티하드가 모하메드 살라를 데려오지 못한 뒤에 뒤늦게 관심의 대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덧붙여 "알 이티하드는 살라를 영입하기 위한 1억 5000만 파운드(약 2500억 원)의 제안이 이적시장 마감 일주일 전에 리버풀에 의해 거절당하자 살라를 영입하기 위해선 기다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때 대안을 모색했고, 히샬리송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알 이티하드라면 히샬리송을 영입하면서 이적료도 두둑하게 제공할 수 있었다. 히샬리송이 이적 제안을 수락할지도 중요하지만 토트넘으로서는 탕귀 은돔벨레처럼 골칫덩이로 전락할 수 있는 선수를 비싼 값에 팔아버릴 수 있는 놓치기 싫은 기회였다.

하지만 시간이 토트넘을 도와주지 않았다. 매체는 "중개인을 통한 논의가 있었던 후에 히샬리송 영입은 시간이 부족해 이적시장 마감 전에 진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더 이상 기회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알 이티하드 입장에서는 다시 살라를 유혹하는 게 더 나은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텔레그래프' 또한 "알 이티하드는 영입하지 못한 살라에게 관심을 되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토트넘은 히샬리송을 매각할 수만 있었다면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추가 스트라이커 영입이 가능했다. 실제로 토트넘은 지난 시즌 PL 득점 3위인 이반 토니를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

지난 8월 영국 '데일리 메일'의 사미 목벨 기자는 25일(한국시간) "토니는 브렌트포드를 떠날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유명 스포츠 관리 회사인 'CAA Sterllar'에 합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다수의 PL구단은 토니 영입에 구체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토트넘은 빠르면 지난 1월부터 토니에게 관심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현재 불법 도박 징계로 인해 출전이 불가능한 토니지만 2024년 1월 18일부터는 다시 뛸 수 있다. 토니만 데려올 수 있다면 토트넘은 케인이 빠지면서 생긴 득점력 공백을 많이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히샬리송 처분을 하지 못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