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신사협회 “트래픽 5% 초과 6~8개 빅테크에 망 사용료 부과”
“몇 주 내 EU 집행위원회에서 더 많은 얘기 나올 것”
“망 사용료 네트워크 강화 사용돼 최종 소비자 이익”
국내선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망 사용료 소송전
“인터넷 생태계 지속가능성 위한 한국의 해법 지지”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가 통신사 개별 네트워크에서 차지하는 연평균 트래픽 비중이 5% 이상인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망 투자비용 분담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이 대규모 네트워크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넷플릭스·페이스북 등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입법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조만간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유사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한국과의 정책 공조도 선언했다.
리사 퍼 ETNO 사무총장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사옥 셀라스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통신사들을 대표하는) ETNO는 세계통신사업자연합회(GSMA)와 함께 트래픽 5%를 초과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공정한 기여’를 요청하려고 한다”며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망에 트래픽을 보내는 모든 주체가 아니라 6~8개 주요 빅테크 기업만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인터넷 생태계는 불균형하며 통신사가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만 부수익을 누리는 것은 빅테크 기업들”이라며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50% 정도가 소수의 기업에 의해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1년 10월부터 12월까지 네트워크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유튜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이 27.1%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지금은 이때보다도 비중이 더 커졌다.
망 사용료 부과 문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첨예한 이슈로 부상했다. 통신사들은 망 사용료를 내는 게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이라며 빅테크 기업들에게 비용 지불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빅테크 기업들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은 그 내용, 유형, 기기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내세워 거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퍼 사무총장은 “트래픽이 쌓일 때 5% 정도가 되면 네트워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며 “2~3%는 아니라고 봤다. 중요한 것은 공정성으로, 인프라에 어느 정도 문제를 발생시키는 수준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통신사들은 한해에 550억유로(약 78조5000억원)를 인프라 투자에 쓰고 있는 반면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는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빅테크 기업들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기가비트 연결법’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마치고 후속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퍼 사무총장은 “몇 주 안에 EU 집행위원회에서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더 많은 얘기가 나올 것”이라면서 “올해 초 의견을 청취하는 기간이 있었는데 공정 기여뿐 아니라 통신산업의 미래 전반이 포함됐고 관련 법안 초안을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퍼 사무총장은 망 사용료 부과 법안이 통과되면 “고해상도 영상을 유료로 전환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망 사용료는 책임성이 있게 네트워크 인프라 강화에 쓰여야 한다”며 “이 모델을 적용했을 때 네트워크가 훨씬 개선되고 최종 사용자가 더 싼 가격에 빠른 네트워크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망 사용료를 놓고 한국과 정책 공조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국내에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놓고 2020년 4월부터 소송을 하고 있다. 2021년 6월 1심 재판부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지만, 넷플릭스가 항소하면서 2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ETNO는 KTOA와 지난달 31일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국내 망 사용료 부과 법안 입법도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총 8건 발의돼 있는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건, 국민의힘 의원이 2건, 무소속 의원이 1건을 냈다.
퍼 사무총장은 “한국은 인터넷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전을 유럽보다 먼저 시작했다”며 “한국 시장에 맞는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에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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