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유럽 통신업계 "글로벌 빅테크 망 무임승차 이제 그만…합당 대가 치뤄야"
"유럽 디지털 포용 사회 구축, 통신사 투자로 부족…빅테크 분담해야"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국회에 발의된 법은 빅테크에게 강제로 얼마를 지불하라는 게 아니다. 최소한 협상 테이블에 앉으라는 것이다.”
이상학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부회장은 지난 8일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와 함께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리사 퍼 ETNO 사무총장이 함께 참석했다.
KTOA와 ETNO는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 방지와 투자에 대한 공정한 분담'을 위한 정책 마련 촉구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
우리나라 통신사들도 일부 빅테크를 상대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법적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사용하는 전용망은 유상이 원칙이기 때문에 비용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무정산으로 접속하는 망과 달리 전용망은 품질을 보장해 주는 만큼 유상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 부회장은 “망 이용대가는 사적 자치의 영역이지만 빅테크의 마켓 파워가 커 협상이 안 된다"며 "최소한의 룰을 만들자는 것인데 빅테크가 우월적 지위로 협상을 회피하고 있어 사적으로 할 수 없으니 규제 기관에서 해달라는 것이다. 협상력 차이가 큰 영역에서 공정거래법이나 방송통신위원회가 금지행위로 규정한 부분도 사적 자치 영역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도 그런 차원"이라며 "자체 추산 결과 빅테크가 한국에서 가져가는 수입 대비 내게 될 망 이용대가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KTOA에 따르면 구글과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하고 있지만 일부 유럽 통신사에는 내고 있다. 또 넷플릭스의 경우 미국 통신사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등에 대가 지불하고 있다.
유럽통신사협회(ETNO)도 우리나라와 방식은 다르지만 빅테크에게 합당한 기여를 요구하고 있다.
리사퍼 ETNO 사무총장은 “오늘날 인터넷 생태계에 불균형이 발생한 이유는 통신망에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빅테크들이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세계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가량을 소수 빅테크 기업이 차지한다”며 “온라인 상에서 창출된 가치의 대부분을 망을 투자한 통신사가 아니라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긴 키업들이 향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서도 인프라 투자를 위해 대규모 트래픽 발생 사업자를 상대로 통신사에게 직접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이점은 우리나라는 망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면 유럽은 ‘기여’ 측면이다.
EU는 2030년까지 유럽에 초고속 인터넷 망 등을 구축하기 위해 2000억 유로 이상의 투자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예상하고 있다. 해당 재원 마련이 통신사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망에 투자하는 통신사와 이를 바탕으로 돈을 버는 빅테크 사이의 균형을 맞춰가자는 것이다.
망 투자 기여 요구는 모든 콘텐츠 사업자가 아닌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퍼 사무총장은 “망 중립성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면서 트래픽이 5%를 초과하는 빅테크 기업만을 상대로 지불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6~8개의 주요 빅테크 기업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통신사는 550억 유로를 .인프라에 투자에 투자하는데, 빅테크는 170억 유로 중 10억 정도를 인프라에 투자한다"며 "대부분을 클라우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등 자체 인프라를 집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빅테크 '망 투자' 기여 목소리 글로벌 곳곳서 제기
이어 "망 투자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으로 한 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계속 심화하고 고도화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투자 주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M360 APAC 컨퍼런스에서도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상학 KTOA 부회장과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울브르대 교수, 리사 퍼 ETNO 사무총장, 신민수 한양대 교수, 인도 통신규제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이 이 논의의 자리에 참석했다.
현장에서는 통신사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수익성 감소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빅테크를 포함한 인터넷 생태계 구성원들이 지속가능한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해 공정한 분담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로슬린 레이튼 교수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이 더 많은 광고와 가입자, 기록적 수익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고속망 덕분"이라며 "통신 인프라에 일정부분 기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민수 교수는 " 각국 상황, 해결책은 다르지만, 개별 국가 사업자만으론 해결이 어렵기에 글로벌 연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도의 경우 통신규제 당국이 망 이용대가 지불 법안을 마련 중이며, 베트남 정부 또한 법 개정을 통해 공정한 분담에 대한 추가 규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 의회도 인터넷 공정 기여법을 재차 발의하며 빅테크 기업이 보편적 서비스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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