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88〉국방산업을 통해 육성해야 할 산업 '탄소섬유'

2023. 9.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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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산업 중 남다른 분야가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방위산업이다. 분단 국가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방위산업은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해 손을 놓을 수 없었던 산업이 국제 정세의 변화 내지 특정 국가의 내정 변화 때마다 필요한 무기를 공급해 줄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로 주목받아 왔다. 이 때문에 방산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으며, 그 결과 한국이 이미 '글로벌 메이저리그'에 진입했으며, '자유민주주의의 무기고'라는 등 평가마저 받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1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한국 방산수출이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발돋움한 사실 자체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할 기술 분야들이 많은 상화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탄소섬유다. 향후 방위력을 판단하는 데 있어 우주 항공 영역의 중요도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과정에서 탄소섬유 기술이 핵심적인 소재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F-2 전투기에서 시작한 탄소섬유수지는 민간분야의 상업용으로 활용되어 보잉사의 최첨단 여객기 보잉 787과 에어버스 350X의 날개와 동체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 탄소섬유수지 시장은 2021년 기준 8만5790톤, 12조원 규모이다. 하지만 향후 연평균 10%씩 성장해 2035년에는 32만7430톤 규모, 총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향후 탄소섬유의 시장 규모를 점점 키우게 만드는 대표적인 분야는 풍력이다. 사실 탄소섬유 수지의 활용도 측면(물량 기준)에서는 2021년 기준 풍력발전 블레이드(날개)가 3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우주항공 분야가 15%로 2위다. 그 뒤를 이어 골프채와 같은 스포츠·레저 시장이 12%, 자동차가 7%를 차지하고 있다. 금액 기준으로는 2021년 우주항공이 32%, 풍력발전 블레이드가 25%, 스포츠와 레저가 11% 자동차 5%, 수소탱크가 2%다. 2035년이 되면 우주항공이 37%. 풍력발전이 17%, 자동차 11%, 수소탱크 7%로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항공우주 분야 탄소섬유수지 활용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선진 각국이 국익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으며, 세계가 위성통신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형인공위성 발사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탄소섬유수지 수요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낚싯대, 골프채 등 레저용품은 물론 태양광 발전 시설, 선박,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향후 그 활용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탄소섬유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는 일본이다. 도레이가 1위, 테이진이 2위,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3위를 차지하며 해외 기업들의 기술 추격을 용인하지 않고 있다. 4위는 미국이며 대만, 독일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는데 시장점유율은 아직 미미하다. 이 때문에 보잉 787의 경우 주날개는 물론 동체에도 탄소섬유수지가 사용되고 있으며, 비행기 전체의 50%를 일본 도레이의 제품이 뒤덮고 있으며 아사히 신문은보잉 787 여객기가 '메이드 인 저팬(Made in Japan)'이나 다름없다고 보도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역시 방위산업은 물론이고 일반산업 분야까지 활용도가 많은 탄소섬유분야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효성첨단소재가 T-700급 탄소섬유수지를 생산하며 태양광 단열재, 골프채 등의 용도로 물량을 공급해 왔으며, 폴란드에 수출되는 FA-50의 꼬리날개 부분에, 차세대 전투기인 F-21 전투기의 주날개와 꼬리날개에 모두 탄소섬유수지가 사용해 왔다.

탄소섬유를 중심으로 한 첨단소재는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동력이 될 수 있는 산업임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기술이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보여야 할 분야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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