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해지는 ‘상저하고’…다가오는 ‘L자형 저성장’

한겨레 2023. 9. 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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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경기사이클을 대변하는 단어는 '상저하고'였다.

하반기 들면서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에 가장 적신호이다.

희망을 끈을 놓기는 이른 상황이지만 국내 경기의 '상저하고'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오히려 '엘(L)자형'으로 지칭되는 저성장 고착화가 다가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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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박상현의 경제 수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연장 결정을 하면서 공급 감소 우려가 커지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국내 경기사이클을 대변하는 단어는 ‘상저하고’였다. 하반기 들면서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압력 둔화에 따른 주요국 금리인상 사이클 마무리, 반도체 업황과 대중국 수출 개선 등이 하반기 경기 개선을 전망하는 근거였다.

그러나 전망의 전제 조건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잡힐 것 같던 물가는 다시 꿈틀대고 있다. 8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4%로 7월(2.3%)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 등 주요국 소비자물가 역시 둔화세가 정체되고 있다. 물가 리스크는 소비심리는 물론 국채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주요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 추이가 불안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강력한 추가 감산 의지를 밝히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재차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국내 경제는 여타 주요국에 비해 유가 흐름에 민감한 체질을 지니고 있다. 당장 주유소 휘발유 가격의 급등은 체감 물가를 높여 소비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나마 3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는 무역수지도 유가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북반구가 아직은 초가을 문턱에 진입하고 있지만 겨울철 날씨가 벌써 걱정된다. 무엇보다 유가 불안이 지속된다면 미 연방준비제도 등 주요국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시점은 지연될 것이고 이는 글로벌 경제에 커다란 악재다.

중국 리스크도 커다란 걱정거리다.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의 부도 위험이 일단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부채 리스크는 전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땜질식 처방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위기를 넘길 수 있겠지만 부채 리스크는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만을 높일 것이 분명하다.

국내 대중국 수출 회복이 중국 내수 경기 회복에 달렸지만 부채 리스크로 인한 저성장 압력은 중국 내수절벽 현상을 심화시켜 대중국 수출 경기 지연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에 가장 적신호이다.

증폭되는 미·중 갈등 관계도 글로벌 경제에 커다란 성장 둔화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중앙정부 기관 공무원들에게 업무용 아이폰 사용 금지를 명령한 데 이어 이를 국영 기업과 다른 공공 기관으로 확대할 움직임이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 불똥이 튀는 양상이다. 올해 글로벌 경제와 주식시장이 우려와 달리 연착륙을 이어갈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호조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미·중 갈등 리스크에 타격을 받는다면 미국 경제에도 당연히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3분기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한풀 꺾일 가능성이 있다.

국내적으로 주택경기의 바닥 탈출 신호는 긍정적이지만 그 내면을 보면 반길 수만은 없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기댄 장기 주택담보대출 급증, 즉 부채 증가가 주택경기 반등을 재차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로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급증 현상이 살얼음판을 깨트릴 수 있다. 희망을 끈을 놓기는 이른 상황이지만 국내 경기의 ‘상저하고’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오히려 ‘엘(L)자형’으로 지칭되는 저성장 고착화가 다가오는 느낌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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