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업보 되돌려받길" '악성 민원' 학부모 김밥집, 영업중단

원다라 2023. 9. 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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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가까이 이어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관련, 가해 학부모의 영업장으로 지목된 한 프랜차이즈 분식점이 영업을 중단했다.

초등학교 친구 배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는 학생을 지도하자 해당 학생 학부모가 "왜 내 아이를 망신 주느냐"며 교육청과 학교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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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이유 불문, 영업중단 조치"
매물 광고 올려 "신규 사업 시작"
숨진 교사는 화상환자에 피부 기증
학부모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대전 초등 교사 사건 관련,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유성구 한 가게 앞에 9일 오후 비난을 담은 시민들의 쪽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4년 가까이 이어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관련, 가해 학부모의 영업장으로 지목된 한 프랜차이즈 분식점이 영업을 중단했다. 해당 분식점주는 지역 주민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신규 사업을 진행하겠다"며 권리금 8,000만 원에 매장 양도 광고를 올렸다.

9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전 유성구 한 김밥집을 언급하며 학부모가 운영하는 곳이라는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해당 업장들의 포털 사이트에는 이날 하루에만 100건이 넘는 후기가 달렸으며 별점은 가장 낮은 1점대에 머물렀다.

누리꾼들은 후기를 통해 "그 업보 되돌려받길" "어떻게 인간으로서 그럴수가 있는지" "뿌린대로 거둔다" "사는 동안 천벌 받을까 두려워하며 살길 바라겠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등등 가해 학부모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가게 출입문에는 시민들의 항의 쪽지가 가득 붙었으며 계란과 밀가루, 케첩을 뿌리는 '음식물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관련, 가해 학부모의 영업장으로 지목된 한 프랜차이즈 본사가 9일 공식 인스타그램 댓글에 올린 글. 본사 측은 해당 영업점에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겠다면서, 사실이 확인될때까지 영업중단 조치를 내렸다고 알렸다. 인스타그램 캡쳐

해당 분식점에 대한 비난이 본사 불매 움직임으로까지 확산하자 본사는 해당 매장에 대한 영업중단 조치를 내렸다. 본사측은 9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전 가맹점과 관련한 내용을 신속하게 확인 중"이라며 "이유를 불문하고 내용이 확인될 때까지 영업중단 조치중이며 향후 사실관계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부동산 거래 플랫폼에 따르면 결국 해당 매장은 '특급매물'로 상가 양도 공고를 올렸다. 양도 사유는 "신규 사업 진행 등의 이유"라고 밝혔으며 권리금 8,000만 원을 제시했다.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운구 차량이 9일 오전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들러 마지막 인사를 하자, 유족들이 운구 차량에 기대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년 넘게 교직생활을 해왔던 A교사는 4년 간 유성구 한 초등학교 학부모의 괴롭힘에 시달렸다. 초등학교 친구 배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는 학생을 지도하자 해당 학생 학부모가 "왜 내 아이를 망신 주느냐"며 교육청과 학교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 학부모는 A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했다. 1년 여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A교사가 올해 인근 다른 초등학교로 전근을 갔지만, 학부모는 "담임을 맡지 못하게 해달라"는 등 민원을 지속했다는 게 노조와 유족 등의 주장이다. A교사는 최근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접한 뒤 "예전 고통이 떠올라 힘들다"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교사는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병원에 이송됐지만 이틀 만인 7일 오후 6시쯤 숨을 거뒀다. 유가족들은 A교사의 평소 신념에 따라 신체조직(피부) 기증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대전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지막까지 선생님이셨습니다. 어려운 결정해 주신 유가족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올린다"고 밝힌 글 작성자는 "선생님은 영면 직후 화상 환자분께 피부를 기증하고 가셨다"며 "장기 기증도 검토했지만 장기는 기증할 수 있는 상항이 되지 않았다"고 썼다. 이 글에는 "저렇게 천사 같은 선생님이" "마음이 정말 아프다" 등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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