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이한별 "아이시떼루에 흠칫 놀래, 지금은 너무 감사해" [인터뷰M]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배우 이한별을 만났다.
동명의 웹툰 원작을 시리즈화 한 '마스크걸'은 현재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며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언론에서 호평을 보내고 있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파격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을 연기한 신인배우 이한별은 웹툰을 찢고 나온 외모 싱크로율과 과감한 연기를 선보이며 도대체 어떤 사람일지 호기심을 자아냈다.
웹툰을 찢고 나온 과감한 메이크업에 대해 이야기하다 김모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주오남의 이야기도 나왔다. 머리숱이 별로 없고 불룩 나온 뱃살에 흐리멍덩한 안경을 쓴 존재감이 별로 없는 주오남의 분장을 하고 나타난 안재홍의 비주얼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경악을 했었다. 그런 안재홍을 실물로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한별은 "대본리딩 때 안재홍을 처음 봤는데 그때 모자를 눌러쓰시고 앉아계신 모습만 멀리서만 봤고, 제가 그런 자리가 처음이라 사람들을 제대로 쳐다보고 첫인상을 기억할만한 여력이 없었다. 분장을 하고 촬영 현장에서 처음 만난 안재홍을 봤을 때 사실 별 생각이 없었다. '원래 저런 비주얼이신 분'으로 생각이 들 만큼 어디가 분장인지 어디가 실제인지 구분도 안되었고 '예전 작품에서 봤을 때보다는 살을 많이 찌우셨구나'는 생각만 했었다."라며 오히려 별 감흥이 없었다는 답을 했다.
그럴 수가! 작품을 다 보고 나면 주오남의 비주얼만 생각해도 트라우마가 올 정도로 강렬한 비주얼이었는데? 이런 의문에 이한별은 "사실 저희 현장에서 평범한 비주얼로 등장하시는 분이 거의 없다. 모미도 메이크업이나 분장이 과하고 염혜란이 연기한 김경자도 매 회 더 늙고 성형한 분장까지 하게 되고 안재홍의 주오남 분장에 온갖 특수 분장들이 있는 장면이 많았다"라고 한 번에 납득이 되는 말을 해 웃음을 안겼다.
"선배들이 송종희 분장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 때 많이 하셨는데 저도 그 부분에 정말 공감한다. 캐릭터를 연기한 선배들의 원래 모습이 어떤지 전혀 상상을 못 할 정도로 완벽하게 작품 속 캐릭터로 만들어 주신 덕에 신인인 저도 현장이 실제 작품의 공간 같았고 환경의 도움을 크게 받으며 연기할 수 있었다."라며 몰입의 노력이 필요 없었던 최고의 현장을 자랑하기도 했다.
가장 함께 연기한 분량이 많았던 안재홍에 대해 이한별은 "너무나 좋은 선배. 현장에서도 먼저 대본 맞춰보자고 해주시고 장면마다 너무 많은 아이디어를 가져오셔서 배운 게 너무 많았다. 실제 대본에 많지 않았던 일본어 대사도 현장에서 술술 구사하시는 걸 보며 느낀 것도 많다. 작품 공개 이후에 저에게 데뷔 축하한다고 메시지도 보내주시고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선배"라며 미담을 공개했다. 그러며 "제작발표회 때 안재홍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오남의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못 알아볼 뻔했다."라고 덧붙였다.
안재홍과 연기했던 장면은 파격적인 게 많았다. 신인으로서 쉽지 않았을 감정연기와 액션연기까지, 그것도 특수효과가 세심하게 더해져야 하는 장면이라 테크니컬 한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 연기하려니 너무 힘들었다고. 그런 장면에서도 안재홍은 이한별이 이해하거나 반응하기 쉽게 카운트를 해주며 리드를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신인배우 이한별이 아닌 마스크걸 김모미로 자신을 바라봐 주고 몰입하며 감정을 쏟아내는 안재홍의 연기 덕에 뚝딱거리지 않고 해낼 수 있었다며 촬영하며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주오남과의 마지막 대면' 장면을 이야기했다.
모든 장면이 어렵고 새로웠지만 그 와중에 연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 장면도 있었다며 '핸섬스님'과의 시퀀스를 이한별은 꼽았다. 다른 장면과 달리 그 장면은 현장에서 새로운 동선이나 리액션을 서로 상의하며 만들어 냈다고. 물론 물침대가 설치된 모텔의 미술 세트의 도움을 크게 받았지만 세트에 준비된 소품들을 적절히 활용하며 장면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큰 쾌감을 느꼈다며 회사원 김모미의 비주얼로 BJ 마스크걸의 면모를 동시에 드러냈던 색다른 모먼트를 회상했다.
작품 공개 이후 안재홍의 '아이시떼루'라는 대사가 화제가 되었다. 실제 이한별에게도 '한별 씨 아이시떼루' 또는 '한별 씨 사랑해요'라며 안재홍의 대사를 흉내 내는 댓글이나 리액션이 많이 오고 있다고. "처음에는 작품 속 상황이 떠올라 그런 말 들을 때 흠칫 놀랬었는데 이제는 너무 감사하다."며 작품에 과몰입해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시청자들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인터뷰하는 내내 작품 속 회사원 김모미 일 때보다는 더 밝고 긍정적이지만 조근조근 할 말 다 하는 내적 애교가 있는 모습이고, BJ 마스크걸 일 때보다는 수줍음도 많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 이한별이었다. 그녀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한 MBTI 질문에 "그건 비밀로 할래요."라며 뜻밖에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데뷔 캐릭터의 이미지가 강렬했지만 전형화된 MBTI 분류로 자신을 어필하는 건 앞으로 자신이 펼쳐갈 연기변신에 쉽게 선입견을 주지 않을까라는 우려 때문으로 보였다.
신인 배우이기에 주어지는 대로 따라가기에도 바쁠 줄 알았는데, 이한별은 앞으로 연기활동을 이어갈 자신의 모습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의 범주 안에서 타협할 줄 아는 똘똘한 배우였다. 글로벌 인기를 한 몸에 받을 작품의 주인공의 단단한 내적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iMBC 김경희 | 사진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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