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커피 타줬다? 뉴스타파 ‘허위 인터뷰’ 의혹 팩트체크 [법조인싸]

뉴스타파가 공개한 녹취록 원문
커피 대접했다는 주체 오락가락
이후 사건이 사라졌다는 주장에
檢 “당시 수사 대상도 아니었다”
‘조작·기획된 인터뷰’ 논란 관련
뉴스타파 “화장실 소리도 녹음
자연스러운 대화라는 증거” 주장
김만배 ‘1억 책값’ 해명은 없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운데)가 8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허위 인터뷰’ 논란이 급기야 ‘대선개입 게이트’로까지 번졌습니다. 지난해 3월 9일 대선을 사흘 앞두고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간 인터뷰 기사가 사실 조작됐다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당시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신 전 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이가 ‘네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박OO 검사가 커피 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라며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던 윤 대통령이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 씨의 부산저축은행 관련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은 이 소식에 즉각 반응해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며 반격에 나섰지요.

그런데 최근 검찰 조사에서는 이러한 인터뷰가 김씨에 의해 조작됐다는 진술이 다수 나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작 조씨는 “당시 윤 검사는 보지도 못했다”고 주장해왔는데 뉴스타파 등이 마치 윤 대통령이 나서서 수사를 무마해준 것처럼 보도했다는 것입니다. 김씨가 조씨,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에게 “우리랑 이재명은 한배를 탔다. 이재명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며 “(대장동은)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뇌물사건으로 정리돼야 해”라고 종용했다는 진술도 나왔다고 합니다.

반면 김씨와 뉴스타파 등은 “기획된 인터뷰나 보도가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7일 0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면서 오랜 침묵을 깨고 “나는 대선 국면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뉴스타파도 이날 김씨와 신 전 위원장 간 대화 녹취록 원문을 공개하면서 “기획된 인터뷰가 아닌 자연스레 이뤄진 대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뉴스타파, ‘윤석열이 수사 무마’ 결론을 위해 인터뷰 짜깁기했나

이번주 주로 제기된 의문은 뉴스타파가 마치 윤석열 대통령과 그 밑의 부하 검사가 조씨에게 커피를 타주면서 수사를 직접 무마시킨 것처럼 인터뷰를 짜깁기했냐는 것입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녹취록 원문을 보면 김씨가 처음엔 윤 대통령이 커피를 타준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나중엔 윤 대통령 수하 박 모 검사로, 나중엔 검사실 직원이 타준 것처럼 주체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7일 뉴스타파가 공개한 김만배 육성 녹취록 원문> 김만배: 진짜로 (조우형이 검찰에) 갔더니, (조우형한테) 커피 한 잔 주면서 “응, 얘기 다 들었어. 들었지? 가 인마” 이러면서 보내더래. 신학림: 누가? 아까 그 박○○가 하는 검사가? 누가? 김만배: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신학림: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김만배: 응... 박○○가 커피, 뭐 하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중략) 신학림: 그러면 조우형은 가가지고 박○○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온 거야? 아니면 윤석열하고 마시고 온 거야? 김만배: 아니, 아니, (조우형) 혼자. 거기서 타주니까 직원들이. 차 한 잔 어떻게 (검사와) 마시겠어. 갖다 놨는데 못 마시고 나온 거지.

반면 뉴스타파는 지난해 3월 6일 보도 당시 이러한 원문을 아래와 같이 편집해서 내보낸 걸로 확인됩니다.

신학림: 누가? 박○○ 검사가? 김만배: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신학림: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김만배: 응. 박○○ (검사가) 커피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다만 뉴스타파는 ‘윤 대통령이 진짜 커피를 타줬느냐’는 사건의 본질이 아니며, 실제로 조씨가 검찰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왔더니 사건이 무마됐다는 사실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검찰은 조씨가 참고인 조사를 받았을 뿐 당시 시점엔 대장동PF 대출과 관련해 수사가 이뤄진 적이 없으며, 따라서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자체도 허위라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2월 비슷한 취지의 보도를 했던 JTBC에도 같은 의혹이 제기됩니다. JTBC는 지난해 2월 21일 남 변호사가 “조씨가 ‘실제 주임 검사가 커피를 타 주며 첫 조사와 달리 잘해주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당시 주임검사는 윤 대통령이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해당 기사를 쓴 A기자는 2021년 10월 조씨를 직접 만나 “담당 검사는 다른 검사였고, 윤 대통령은 만난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이러한 내용을 기사에 싣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JTBC는 이에 대해 ‘왜곡보도’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만배 씨 인터뷰, 대선 개입을 위해 기획됐나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의 인터뷰, 그리고 뉴스타파와 JTBC 등의 보도, 이후 민주당을 위시한 정치권의 공세 등. 이러한 움직임이 처음부터 끝까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불리한 의혹을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는 게 검찰이 보는 시각입니다.

반면 뉴스타파가 7일 공개한 72분짜리 김씨 육성 녹음 원본을 살펴보면 김씨는 다섯 차례나 신 전 위원장과 대화 중간에 걸려온 전화를 받았고, 두 사람이 화장실로 이동하면서 나누는 대화까지 녹음돼 있습니다. 인터뷰를 한 장소도 공개된 커피숍이었다는 사실 등을 감안하면 ‘조작된 인터뷰’치고는 너무 허술하다는 게 뉴스타파의 입장입니다. 김씨도 “신 전 위원장이 녹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찰 역시 김씨와 신 전 위원장, 그리고 뉴스타파 등 언론 보도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에 대해 조작을 공모하는 직접 증거를 잡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이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뚜렷한 근거가 없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검찰이 추후 수사를 통해 보다 명확하게 입증해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너무 이상한 ‘1억6500만원’ 책값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사진 출처=연합뉴스]

김씨의 여러 해명에도 여전히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인터뷰 직후 김씨에서 신 전 위원장에게 건너간 것으로 파악되는 1억6500만원 어치 책값입니다. 김씨는 신 전 위원장과 인터뷰한 2021년 9월 15일에서 닷새가 지난 20일 신 전 위원장이 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라는 제목의 책 3권을 구입하는 명목으로 이러한 비용을 지출했다는 입장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책 1권당 5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는 게 사회 상규상 여론을 납득시키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책이 지닌 ‘예술적 가치’를 인정해 그 정도의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김씨는 또 검찰 조사에서 “책의 판권을 구입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 전 위원장은 ‘’판권을 넘긴다고 한 적은 없다“며 반박했습니다.

책값을 지불한 건 2021년 9월인데, 책에 대한 매매계약서가 작성된 시점은 2021년 3월로 6개월이나 빠르다는 점도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검찰은 허위 인터뷰에 응해주는 대가로 이러한 돈이 오고갔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매매계약서 체결 시점을 위조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씨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배임·이해충돌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았으나 침묵했습니다. 다음주에는 속 시원한 해명이 나올 수 있을까요? [법조 인싸]도 한 번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