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감싸기 없다…배성우 '1947 보스톤' 홍보 전면 제외
조연경 기자 2023. 9. 10. 10:49
'반쪽 복귀'가 될 전망이다. 스크린 내 완벽한 편집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지만, 그 외 소통은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뜻이 보인다.
영화 '1947 보스톤(강제규 감독)'이 오는 27일 추석 개봉을 확정 짓고 본격적인 홍보 프로모션에 돌입한 가운데, 주연 배우 중 한 명인 배성우는 공식 석상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작품 복귀는 어쩔 수 없지만, 배우 배성우로 대중 앞에 나서는 복귀 자리를 굳이 이 작품으로 만들어주지는 않겠다는 무언의 제작진 의지를 확인 시킨다.
'1947 보스톤'은 지난 달 31일 제작보고회를 시작으로 11일 공식 언론시사회를 갖고, 이후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순차 진행한다. 배성우의 이름은 언론시사회 후 간담회 참석 명단과 인터뷰 라인업에서 모두 빠져 있다. 앞선 제작보고회에도 불참했다. 사실상 '홍보 제외'다.
이는 논란을 일으킨 배우를 품은 대부분의 작품이 관객과 대중을 신경 쓰기 보다 일단 배우의 편에서 도우려 했던 모습과 이례적으로 상반된 움직임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12월 음주운전 적발 소식이 알려진 후 약 2년 9개월이 넘는 동안 대외적 활동을 하지 않고(못하고) 있는 배성우의 복귀 신고식은 조금 더 늦어지게 됐다.
일찌감치 추석 개봉을 결정한 '1947 보스톤' 측은 홍보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배성우의 참여 여부를 놓고 꽤 깊게 고민하고 고심했다. 하지만 크랭크업 후 사건이 터진데다가, 역사적 실화와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에서 물의를 일으킨 배우의 모든 것을 끌어 안는다는 건 분명 무리 있는 행보다.
물론 배성우의 연기 복귀는 이미 이뤄졌다. 배성우는 2020년 11월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고, 12월 해당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21년 12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특별출연과 OTT 시리즈 '머니게임' 합류 소식을 전하면서 공식적인 연기 복귀를 타진했다.
그러나 '1947 보스톤'은 배성우가 음주운전 논란에 휩싸인 그 해 1월 이미 촬영을 끝마친 작품이었다. 배성우의 사건을 끌어안고 복귀의 기회를 선사한 두 작품과는 시작점이 다르다. '1947 보스톤' 보다 먼저 찍은 '출장수사'는 여전히 개봉도 못한 채 창고에 묶여 있다.
무엇보다 '1947 보스톤'은 배성우 뿐만 아니라 아직 전성기 호감도를 100% 회복하지 못한 하정우도 있다. 앞서 여름 시장 개봉한 '비공식작전'이 작품의 완성도, 개봉 시기와 별개로 개인적 이슈가 있었던 주연 배우들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흥행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건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대부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결국 '1947 보스톤'은 배우 이슈 부담을 절반으로 내려놓는 쪽을 택했다. 그 이유의 최전선에는 '작품과 소재에 대한 진성성', '결과물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관객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희망'이 모두 내포돼 있다. 배성우 입장에서는 인사조차 하지 못하는 부분이 섭섭할 수도 있지만 그에게도 작품이 잘 되는 것이 우선이 돼야 마땅하다.
실제 '1947 보스톤'은 개봉 전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평점 4.2점'의 높은 점수를 획득한 것이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처럼 퍼지기도 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강제규 감독의 걸작 ''태극기 휘날리며' 못지 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는 반응도 이미 상당하다.
강제규 감독은 '1947 보스톤' 제작보고회에서 극중 남승룡 역을 소화한 배성우에 대해 언급하며 "배성우 씨 문제는 개인적으로 속상하고 안타깝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당시 이 상황을 접하고 후반 작업을 하면서 '과연 어떻게 해야 되나' 저 역시도 버겁고 힘든 사실이었다"고 외면 없이 솔직한 마음을 토로한 바 있다.
이어 배성우 캐릭터의 통편집이 불가능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며 "다만 이 작품이 1947년도 손기정·남승룡·서윤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고, 이 분들의 삶과 업적이 녹여져 있는데 어떤 특정한 사실 때문에 선생님의 삶이 변형되거나 축소되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는 마음이 컸다. 작품이 가고자 했던 방향을 충실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또한 그것이 그 분들에 대한 예우라 여기며 그러한 기조 위에서 작품을 마무리했다"고 강조했다.
배성우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꺼낸 이야기라면 어불성설,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았겠지만 강제규 감독을 비롯해 '1947 보스톤' 팀이 직접 보여준 단호한 선택은 작품과 그 안에 담아낸 진정성을 충분히 가늠케 했다. 추석 시장 한국 영화 대작 3파전과 그 중 가장 높은 제작비를 들였다는 상업적 현실은 더 더욱 무시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최선 후 남은 건 관객들과 만남이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하정우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1947년 보스턴의 기적을 이끄는 손기정 감독, 임시완이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불굴의 마라토너이자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국가대표 서윤복, 김상호가 보스턴 현지에서 국가대표팀을 돕는 재정보증인 백남현으로 열연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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