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안쪽에 적어둔 '간절한 메시지'...이젠 누가 뭐래도 '특급 유격수', 생애 첫 황금장갑 도전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박찬호(28)는 올 시즌 KIA 타이거즈의 히트상품이다.
2014년 입단한 박찬호는 뛰어난 운동 신경에서 나오는 날렵함으로 수비에서 항상 높은 평가를 받았다.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한 후 최근 3시즌(2020~2022) 연속 유격수 수비 1000이닝 이상을 소화했지만, 수비에 비해 아쉬운 공격력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일부 KIA 팬들은 지난 6월 트럭 시위까지 하며 유격수 자리에 부상에서 복귀하는 김도영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종국 감독의 생각은 확고했다. 박찬호는 김종국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유격수 자리를 지켰고 7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8월 대폭발하며 10일 현재 타율 0.302 123안타 47타점 62득점 27도루 출루율 0.360 OPS 0.743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 성적은 규정 타석을 채운 리그 유격수 중 타율과 안타 1위이며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2위 기록이다.
올 시즌 박찬호는 누가 뭐래도 공격 전 지표에서 리그 최고의 유격수다. 이런 페이스라면 생애 첫 3할 타율과 골든글러브까지 노릴 수 있다. 그는 2020시즌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 가장 낮은 타율(0.223)을 기록한 타자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바뀐 타격 메커니즘으로 타율 0.272를 찍으며 개인 최고 타율을 기록했다.
박찬호가 공격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건 그만큼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간절함은 헬멧 안쪽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부터 박찬호의 헬멧에는 '힘 빼고 가볍게 앞에 놓고 끝까지 스윙'이란 글이 적혀 있다. 평소 타격에 관해 고민이 많았던 박찬호는 헬멧에 간절함을 적어 놓은 것이다. 헬멧은 야구선수와 뗄래야 뗄 수 없는 필수품으로 박찬호는 항상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써놓고 주문처럼 외우며 타석에 들어섰다.
글귀 덕분일까. 올 시즌 박찬호는 타석에서의 자세가 달라졌다. 공을 몸 앞에까지 끌어놓고 날숨을 쉬며 가벼운 배트를 돌린다. 보디 컨트롤이 되며 힘을 뺀 상태에서 스윙한다. 고정된 몸에서 돌리는 스윙은 마치 물이 흐르는 듯 부드러운 타격을 가능하게 했다.
KIA는 타격에서 한 단계 진화한 박찬호의 활약을 앞세워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생애 첫 골든글러브 도전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도 있다. 2017년 김선빈 이후 6년 만에 KIA 유격수 골든글러브가 탄생할 수 있을까.
1993, 1994, 1996, 1997시즌 이종범, 2003시즌 홍세완, 2017시즌 김선빈에 이어 2023시즌 박찬호가 타이거즈 골든글러브 유격수 계보를 잇기 위해 오늘도 달리고 있다.
[생애 첫 3할 타율과 골든글러브 유격수에 도전하는 KIA 박찬호.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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