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위고비 게 섯거라"… 한국형 비만치료제 개발나선 국내 기업들

강민성 2023. 9. 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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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제에서 먹는약으로… 뜨거워진 비만치료제 개발 전쟁
일라이 릴리·화이자·노보노디스크 '경구용 GLP-1' 임상 진행
한미약품, BMI 25이상 환자용 개발… LG화학·셀트리온 등 참여
비만 치료제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하면서 전세계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상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한미약품 연구원들이 신약 연구를 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비만 치료제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하면서 전세계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상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30년이면 1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글로벌 제약 기업들은 기존 상품과의 차별성을 내세우며 비만치료제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뜨고 있는 치료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다. 주로 당뇨치료제로 알려진 GLP-1 계열 약물은 부가적으로 체중 감소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약물이 됐다. GLP-1은 음식물이 위를 지나가는 위 배출을 지연시키고 식후 포도당 수치를 낮춰준다. 또 신경계에서 GLP-1 수용체를 활성화해 포만감을 높이고 에너지 섭취를 억제하여 체중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약 'GLP-1', 주사제 이어 먹는 약도 나온다 =

현재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주사제형 GLP-1 기반의 비만치료제가 주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일 1회 투여하는 비만치료제 '삭센다'와 주 1회 투여하는 '위고비', 5일에 1회 투여하는 '마운자로'가 가장 많이 알려졌다.

최근에는 주사제를 넘어 경구제로 확장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후보물질인 '오르포글립론(Orforglipron)'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화이자는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다누글리프론'에 대한 글로벌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비만약 시장의 강자 노보노디스크도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GLP-1 주사제인 세마글루티드(제품명: 위고비)를 1일 1회 경구용으로 개발해 글로벌 임상3상을 마쳤다. 지난 5월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1일 1회 경구 복용하는 방식으로 임상 3a상을 진행한 결과 15~17% 정도 체중이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연내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일반적인 심사 기간을 고려할 때 내년 3분기 정도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경구용 세마글루티드 제제는 제2형 당뇨병을 적응증으로 '리벨서스'라는 제품명으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제약사들이 비만치료제를 경구용으로 개발하는 이유는 복약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제약 업계 한 관계자는 "GLP-1 작용제의 단점으로 주사 투여의 불편함, 투약 중단 후 요요현상, 근육량 감소 등이 있었다"면서 "편의성 측면에서 소비자 접근성이 유리한 제형 변경으로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한국형' 비만치료제 개발에 도전장 =

글로벌 비만 치료제 돌풍에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약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7월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개발하기로 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3상을 위한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서(IND)를 제출했다.

위고비 등 글로벌 비만치료제가 15~20%의 체중 감소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초고도비만 환자가 많지 않은 한국인에게는 과도한 수치다. 한미약품은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한국형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로 개발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사용한 한국형 비만치료제의 가격을 낮춘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출시한 GLP-1 비만약은 대체로 가격이 비싸고, 공급 부족으로 한국 시장에 언제 출시될지 알 수 없다. 반면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이들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시장에 제시할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나영 한미약품 전무(신제품개발본부장)는 "상대적으로 BMI 수치가 높은 서양인 환자들을 타깃으로 개발된 외국산 GLP-1 비만약보다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혁신적 잠재력은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에 국내 임상을 빠르게 진행해 가급적 빨리 국내 시장에 우선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포만감에 관여하는 단백질 'MC4R(멜라노코르틴4 수용체)' 타깃의 희귀 유전성 비만 치료제 'LR19021'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마치고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셀트리온도 펩타이드 기반 당뇨·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도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 'DA-1726'에 대한 글로벌 임상 1상 IND를 준비 중이다. DA-1726은 전임상 결과에서 티르제파티드 성분 비만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유사한 체중감소 효과와 식욕억제를 확인했으며, 기초대사량 증가에 기인한 체중 조절 메커니즘도 확인했다.

대원제약은 라파스와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 패치 비만치료제 'DW-1022'을 개발 중이다. 대원제약은 유전자 재조합 세마글루타이드를 합성펩타이드로 전환해 신약에 준하는 원료의약품을 개발하고 완제의약품 비임상 연구를 해왔다.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완제의약품의 제제 개발을 담당해 왔다. 대원제약은 DW-1022의 임상 1상 IND를 식약처에 제출한 상태다. 국내 기업들이 비만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향후 소비자 수요를 고려해 경구용 등 개발 변화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다국적 제약사들의 경구제 개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비만도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으로 장기간 투약해야 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편의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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