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홍창기에게 허락해야 할 ‘출루의 신’ 타이틀… 2016년 김태균 소환하러 가나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나가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방망이를 돌리면 안타가 나온다. 공을 보고 참으면 볼넷이 나온다. 때로는 상대 투수의 공에 맞기도 한다. 피하려는 생각은 별로 없다, 그렇게 홍창기(30‧LG)의 출루 기록은 더 살이 찐다.
홍창기는 2020년 주전 선수로 도약한 뒤 출루에 있어서는 리그 최고수로 뽑힌다. 건장한 신체 조건을 자랑해 홈런도 곧잘 생산할 것 같지만, 장타보다는 출루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2020년 출루율 0.411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홍창기는 2021년 0.456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다소 부진한 와중에서도 출루율(.390)은 자존심을 지켰다.
2020년 이후 9일까지 514경기에 나간 홍창기의 타율은 0.309, 출루율은 0.429에 이른다. 이 기간 리그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가장 높다. 4할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한 선수는 홍창기와 KBO리그 최고 타자인 이정후(키움‧0.416) 딱 두 명뿐이다. 홍창기의 위엄을 실감할 수 있다. 출루율이 더 높은 대접을 받는 요즘 시대에, 홍창기가 각광받는 건 당연하다.
올해는 지난해 부진을 완전히 털어냈다. 홍창기는 지난해 타율과 출루율이 모두 떨어졌지만, 올해는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9일 현재 117경기에서 타율 0.336, 출루율 0.451을 기록 중이다. 타율 리그 3위, 출루율 리그 1위, 볼넷 리그 1위, 몸에 맞는 공 리그 1위, 최다 안타에서도 리그 3위다.
노시환(한화)이라는 워낙 강력한 타자가 MVP 레이스에서 앞서 나가고 있지만 홍창기의 팀 공헌도도 반대의 방향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LG 팀 내에서는 최고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시즌 전에는 다른 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지만, 성실하게 시즌을 준비한 홍창기는 다시 무대 중심에 서는 데 성공했다.
체력적으로 다소 지칠 법도 한 시기지만, 홍창기의 출루는 꾸준하다. 월별로 출루율 4할을 못 찍은 달이 없었다. 7월(.403)이 그나마 낮았지만 4할을 상회했고, 8월 0.458로 자신의 평균을 찾았다. 9월은 아직 일정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역대급 출루율을 보여주고 있다. 9월 9경기에서 타율은 0.472, 출루율은 0.524에 이른다.
올 시즌 2타석 이상을 소화한 경기에서 출루를 못한 경기가 10경기밖에 안 될 정도로 출루율 관리는 꾸준하다. 안타가 없는 날은 볼넷을 고르며 어떻게 해서든 출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9월 들어서는 9일 광주 KIA전 더블헤더 2경기에서만 안타를 못 쳤다. 그런데도 2개의 볼넷은 고르며 자신의 임무는 어느 정도 수행했다. 9월 전 경기에서 출루 행진이다.
홍창기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근거는 볼넷 대비 삼진 개수다. 타자의 슬럼프는 삼진으로부터 시작된다. 인플레이타구가 적어지면 타율을 올릴 운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창기는 9일까지 9월 42번의 타석에서 딱 하나의 삼진만 당했다. 반대로 17개의 안타와 5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원래 삼진이 많은 타자는 아니지만, 개인 경력에서도 굉장히 특별한 시기인 셈이다.
그런 홍창기는 9일까지 총 245번의 출루를 기록했다. 149개의 안타를 때렸고, 75개의 볼넷을 골랐으며, 21개의 몸에 맞는 공을 추가했다. 현재 LG는 118경기를 치렀다. 그냥 단순하게 계산한 홍창기의 시즌 총 출루 페이스는 약 299개다. 역사적인 300출루에도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홍창기의 개인 기록은 2021년이다. 당시 172안타에 무려 109개의 볼넷을 골랐고 16개의 몸에 맞는 공까지 더해 297출루를 기록했다. 이 또한 어마어마한 기록이기는 하지만 300출루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3개가 모자란 게 너무 아쉬웠다.
올해는 현재까지 페이스도 좋고, 9월에 더 좋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붙박이 1번 타자에 LG는 공격력도 강한 팀이다. 상대적으로 타석이 더 많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볼넷을 얻는 능력이 워낙 좋아 슬럼프도 조금 덜 탈 가능성이 존재한다.
300출루에 간다면, 조금 더 힘을 내 2016년 김태균(한화)의 기록도 소환할 만하다. 김태균은 2016년 144경기 전 경기에 나가 193안타와 108볼넷, 그리고 9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해 총 310출루를 달성했다. KBO리그 역사상 한 시즌 300출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김태균이 유일하다. 2021년 홍창기의 297출루가 2위 기록이다. 홍창기가 자신을 넘는다면, 자연스럽게 김태균의 대업이 보이는 것이다. 뛰어난 출루 능력으로 개인 기록도 쓰고, 팀의 정규시즌 우승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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