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120년만의 강진, 사상자 4000명↑…석재건물 내진 없어 피해↑

이승륜 기자 2023. 9. 10. 10: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뒤흔든 규모 6.8 강진으로 인한 사상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

모로코에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120년 만으로, 내진 설계 없이 지어진 석재 건물 내 피해가 컸다.

많은 사람이 잠든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지진이 발생하는 바람에 대피가 늦었던 것도 인명 피해가 컸던 이유로 보인다.

특히 지진에 취약한 벽돌 건물에 거주하는 이들이 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모로코 마라케시 남서쪽 타페그하테 산간 마을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한 여성이 파괴된 집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뒤흔든 규모 6.8 강진으로 인한 사상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 모로코에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120년 만으로, 내진 설계 없이 지어진 석재 건물 내 피해가 컸다.

로이터 통신과 모로코 국영방송은 10일(현지시간) 모로코 내무부 발표를 인용해 지진 사망자가 2012명까지 늘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는 2059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1404명이 위중한 상태인 데다가 추가 수색·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밤 11시 11분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 지점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일어났다. 역사 도시 마라케시부터 수도 라바트까지 곳곳에서 건물이 흔들리거나 파괴됐다.

내무부는 진앙에서 가까운 알 하우자와 타루단트 지역의 피해가 컸다고 진단했다. 우아르자자테, 치차우아, 아질랄, 유수피아 주와 마라케시, 아가디르, 카사블랑카 지역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진앙은 북위 31.11도, 서경 8.44도로 오우카이메데네 인근 아틀라스산맥 지역이다. 진원 깊이가 18.5km로 얕아서 지상에 미친 파괴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9일 모로코 왕립군이 마라케시 남서쪽 타페가그테 산간 마을의 지진으로 파괴된 집에서 시신을 찾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많은 사람이 잠든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지진이 발생하는 바람에 대피가 늦었던 것도 인명 피해가 컸던 이유로 보인다. 특히 지진에 취약한 벽돌 건물에 거주하는 이들이 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고대 도시의 옛 건물들은 돌과 석재로 지어져 내진 설계가 반영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땅이 20초가량 흔들렸다. 2층에서 1층으로 대피하는 동안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혔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무너진 잔해 속에서 이웃들을 직접 구조하기도 했다. 진앙지 인근에 사는 주민은 “인근의 집이 모두 부서졌다. 우리 이웃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묻혀 있다. 주민들이 구조를 위해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로코 당국은 군을 동원해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에 나섰지만, 피해가 집중된 아틀라스산맥 주변 고지대에서는 도로가 끊기거나 산사태가 생겨 구급차 통행도 어려운 상황이다.

SNS 등에는 지진 발생 직후 붕괴한 건물 잔해와 식당 내 관광객들이 대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와 온라인으로 확산 중이다.

이번 사고로 문화 유적의 피해도 컸다.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시가지 메디나의 문화 유산들도 무너졌다. ‘마라케시의 지붕’으로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의 첨탑(미나렛)도 일부 손상됐다.

지난 9일 모로코 마라케시 남서쪽 타페가그테 산간 마을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한 남자가 잔해 속에 갇힌 당나귀를 구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1960년 아가디르 근처에서 발생해 수천 명의 인명을 앗아간 규모 5.8 지진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모로코와 국경을 접한 알제리는 물론, 지중해와 대서양 건너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도 감지될 정도였다.

주민들은 피난처인 제마 엘프나 광장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 광장은 전통시장과 식당, 카페 등 볼거리가 몰린 마라케시 최고의 명소다.

피난민과 사상자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애도와 지원도 시작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도 모로코에 대한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7개월 전 5만 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도 애도 행렬에 동참했다.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와 이런 정부도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모로코 정부는 아직 외국 구조대의 배치를 위해 필요한 공식 지원 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 나라 정부는 모하메드 6세 주재로 재난 대책 회의를 연 뒤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10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뒤 라 메나라 거리에서 주민들이 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모로코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진으로 마라케시 거리에서 차량이 파손됐다. 연합뉴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