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빠진 G20서 바이든 광폭행보…인도 엮어 中견제 박차
'과거의 적국' 베트남 방문서 경제안보 협력 심화 모색할듯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9∼10일)에서 중국 견제에 방점 찍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광폭 행보'가 두드러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불참(리창 총리가 대리 참석)한 G20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인도와 중동·유럽을 잇는 철도·항만 연결 프로젝트인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구상을 발표했다.
인접한 인구·영토 대국 사이의 라이벌 관계와 국경 갈등으로 중국과 껄끄러운 인도를 끌어들여 중국 견제에 중요한 포석을 두었다는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 뉴델리에 도착하자마자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엔진 중 하나인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국 군사협력의 심화·다양화에 뜻을 같이했다.
동시에 인도의 숙원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지지의 뜻을 표명했다. 6월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찾은 모디 총리에게 '윈스턴 처칠급' 예우를 했던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논의 내용들이었다.
중국의 이웃 국가이자 중국과 미묘한 관계에 있으면서 민주주의 진영에 속해 있는 인도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아 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시키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 모디 정부의 종교적 무관용을 비롯한 인권 침해 논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미국 사회에서도 적지 않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그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인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와 거리를 둔 채 러시아산 에너지를 계속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양국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라는 국명이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
중국 견제라는 대인도 협력의 핵심 목표를 위해 이견이 있는 사안들에는 고도로 조심스러운 접근을 한 것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9일 '인도·중동·유럽'의 항구와 철도를 연결함으로써 에너지와 물자 교역을 원활하게 하는 '경제회랑' 구상을 주도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 G20 외교의 하이라이트였다.
마치 '흉내바둑(바둑 대국 중 상대의 수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하듯, 시 주석의 간판 대외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맞서 비슷한 인프라 연결 프로젝트를 띄운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일대일로가 그에 참가하는 일부 개도국들을 '채무의 늪'에 빠트리면서 결국 중국 자본으로 공사한 항만 등 중요 인프라를 중국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내주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는데, 이번에 아예 일대일로의 '대체재'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번 경제 회랑 프로젝트에 참여시킴으로써 중국이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는 중동에서 미국의 존재감을 다시 강화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또한 9일 G20 회의 때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매체에서 일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등으로 인해 그간 관계가 껄끄러웠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따뜻하게 인사하고 악수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공을 들이고 있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목표를 감안한 '전략적 제스처'로 보인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베트남을 찾아 이번 아시아 순방의 대미를 장식한다.
베트남은 과거 미국에 쓰라린 패퇴를 안긴 전쟁의 상대방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문 계기에 베트남과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한다고 미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바이든의 이번 방문은 중국의 사회주의 우방인 동시에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베트남이 '중국 견제'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미국과 협력의 수준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인도와 더불어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각국의 관심을 받는 대표적인 국가라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과의 교역·경제협력 강화를 제안하면서 베트남과의 안보 협력 가능성을 타진할지 주목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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