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개시 대우산업개발…신규 수주에도 돈맥경화로 영업손실 확대
아파트 브랜드 ‘이안’(iaan)으로 알려진 대우산업개발이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중소 건설사 줄도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대우산업개발은 시공능력평가 75위 건설사인데 지난해 8개소 신규 수주에도 미분양에 따른 자금난을 피하지 못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7일 대우산업개발에 대한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회생채권, 담보권, 주식 등의 신고 기한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다. 조사기간은 다음달 18일 시작해 11월 7일 종료된다. 대우산업개발은 지난달 2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후 한 달여 만에 개시가 결정됐다.
대우산업개발의 경영난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늘어난 당기순손실과 횡령 수사가 진행되는 이상영 회장 등의 오너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 3월 제출한 대우산업개발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건설업황이 침체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은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대우산업개발은 지난해 10개소 현장을 준공했고 ‘서울도시철도7호선청라국제도시역’, ‘이안시그니처역곡’ 등 8개소 신규 현장을 수주했다. 하지만 기존 준공한 주택사업에서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했고 미분양이 대거 나오면서 영업손실 141억원, 단기순손실 307억원이 발생했다.
여기에 오너 리스크가 겹쳤다.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과 한재준 전 대표이사는 1430억원 규모 분식회계와 횡령·배임 등 혐의로 지난달 말부터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경찰 수사 이후 강원경찰청 김모 경무관에게 수사 무마 대가로 3억원을 건네기로 하고 이중 1억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도 받고 있다. 대우산업개발은 “건설업황의 어려운 사업환경과 하반기 전임 대표의 해사행위 등으로 매출액은 전년대비 약 3% 감소했다”고 사업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건설사들 신용평가 하락에 하반기 자금조달 위기 커
시공능력평가 75위인 대우산업개발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중견 및 중소 규모 건설사를 중심으로 줄도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지방에서 사업을 확장한 건설사들은 금융이자를 지불할 여력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 7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 9014가구 중 80%인 7220가구가 지방에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월~7월 종합 건설사 폐업신고는 총 306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70건) 대비 80% 급증했다.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 사업을 많이하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영업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10일 기준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시공능력평가 11~30위 상장 건설사 중 태영건설과 한신공영의 이자보상배율이 1.0 미만으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미만일 경우 사실상 이자를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하반기는 건설사의 외부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업의 하반기 사업환경에 대해 ‘비우호적’, 등급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브릿지론 만기가 9~10월에 집중돼 ‘9월 위기설’도 꺾이지 않고 있다. 지방 등에서 분양 실적이 떨어지는 가운데 PF유동화증권 규모가 큰 건설사는 상환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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