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외풍 없었다"…'KB사태' 오욕 씻은 9년의 공든 탑

국종환 기자 2023. 9. 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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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차기 회장에 '35년 KB맨' 양종희 부회장…"관치 떨쳐냈다" 평가
윤종규 회장, 9년간 공들인 '후계양성' 결실…당국도 "진일보했다" 인정
KB금융지주 사옥 전경./사진제공=KB금융지주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윤종규 회장에 이어 KB금융지주(105560)를 이끌 차기 회장 최종후보에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이 내정됐다. 2008년 KB금융이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내부 출신이 최고경영자(CEO)로 등용된 것이다. 양 내정자는 1989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35년간 KB금융에 몸담은 정통 금융인이다. 오는 11월 주총 승인을 거쳐 향후 3년간 '리딩 금융' KB를 이끌 신임 회장에 오르게 된다.

이번 KB금융 회장 인선은 다른 지주와 달리 쇼트리스트(숏리스트·최종후보군) 선정 과정부터 베테랑 금융인들로만 후보군을 채워 관료 출신 인사는 철저히 배제됐고, 결국 내부 출신인 양종희 부회장이 이변 없이 회장직에 오르면서 '관치 외풍을 완전히 떨쳐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KB금융 회장 인선이 관치 압박을 벗어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로 KB금융만의 독보적인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꼽는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이 취임한 9년 전부터 'KB 사태'의 오욕을 씻기 위해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장기간 착실히 준비하며, 경쟁력 있는 내부 인재들을 양성해왔다. 관료 등 외부 인사가 쉽게 발을 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잘 짜여진 인재풀에 금융당국조차 괜한 관치 오해를 살까 봐 말을 아껴왔을 정도다.

◇ 이례적으로 조용히 막내린 KB금융 회장 인선…"관치 떨쳐냈다" 평가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8일 양종희·허인 KB금융 부회장과 김병호 베트남HD은행 회장 등 2차 쇼트리스트(최종후보군) 3인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한 뒤, 투표를 통해 양 부회장을 최종후보자로 확정했다.

양 내정자는 1989년 국민은행의 전신인 주택은행에 입행해 35년간 금융권 외길 인생을 걸어온 정통 금융인이다.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에서 지점장, 부장, 상무, 부사장, 사장, 부회장 등 엘리트 코스를 차곡차곡 밟아 회장까지 오른 은행원들 사이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번 KB금융의 회장 인선은 관료 출신 인사는 배제되고,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금융인 후보들로만 채워진 승부로 관심을 모았다. 최종 3인 후보군에 포함된 양종희·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과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모두 1961년생 '동갑내기'로, 수십년간 금융업계에서만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 금융인들이다.

금융권에선 KB금융 인선이 다른 금융지주들과는 사뭇 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다른 지주들이 인선을 앞두고 관료 출신 인사의 무수한 하마평이 쏟아지고 실제 내정되기도 했던 것과 달리, KB금융은 지난 한 달간의 인선 레이스를 거치는 동안 관료 내정설 등이 크게 기사화되지 않고 조용히 마무리됐다. 간혹 일부 관료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오히려 당사자들이 '잘 짜여진 판'에 들어가는 게 이상하다며 극구 손사래를 치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지주 CEO 인선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금융당국도 KB금융에 대해선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다른 지주에 비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잘 짜였다고 극찬하며 선진 선례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해왔다. 그렇기에 당국으로서도 이번 KB 인선만큼은 관치 등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최대한 말을 아껴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KB 경영승계 프로그램에 대해 "외양적인 면에서 보면 과거보다 훨씬 더 진일보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러한 프로세스 자체가 잡음 없이 공정하게 관리되는 것이 핵심이라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있으면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KB금융그룹 제공) /뉴스1 ⓒ News1 김정현 기자

◇ 윤종규 회장 9년 공들인 '후계 양성' 결실…양종희 차기 회장에게 바통 넘겨

KB금융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은 윤종규 회장의 주요 치적 중 하나로 꼽힌다. 2014년 내분으로 촉발된 'KB 사태' 이후 새 사령탑에 오른 윤 회장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혼란을 수습하고, KB금융을 '1등 금융지주'로 키워냈다. 또한 동시에 취임 직후부터 '지배구조 개선 TFT'를 출범시켜 오랜 기간 후계 양성과 경영승계를 위한 준비에 공을 들여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후계 양성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업인데 KB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인정받는 것은 무엇보다 장기간 체계적으로 준비됐다는 것"이라며 "윤 회장이 임기 동안 그룹의 미래를 위해 사심 없이 뚝심으로 밀어붙인 결실이 9년이 지난 지금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KB금융은 안정적인 경영승계 절차 이행을 위해 롱리스트를 상시 관리하고 있다. 내부 후보자군은 그룹의 주요 경영진으로 구성되며, 외부 후보자는 전문기관 추천을 받아 심의를 통해 반기 단위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또한 내부 후보의 경우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상시로 운영해 관리하고 있다. 특히 이번 3인 후보군에 포함된 부회장 2인의 경우 업무 분장을 순환하면서 차기 회장으로서의 자질을 꾸준히 검증받아 왔다.

이미 금융권에선 KB금융의 차기 회장 인선과 관련해 양 내정자를 유력 후보로 꼽아왔다. 치열한 내부경쟁을 뚫고 실력을 검증받아 일찌감치 '포스트 윤종규'로 거론돼왔기 때문이다.

양 내정자는 KB금융이 2021년 부활시킨 부회장직에 가장 처음 오른 인물이다. 사실상 윤 회장에 이어 자타가 인정하는 2인자로 늘 꼽혀왔다. 전북 전주 출생인 양 내정자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를 이끈 뒤, KB손해보험 대표이사에 올라 3연임 하며 5년간 성장을 이끌었다. KB손보는 지난해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년간 후계 양성 교육을 탄탄하게 받아온 내부 후보를 넘어설 만큼 KB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능력을 갖춘 외부 출신 인사를 찾는 것은 사실상 한계가 있었다"고 평했다.

양종희 내정자는 이후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격 검증을 통과하면, 9월12일 회추위와 이사회의 추천 절차를 거쳐 11월20일 열리는 주총에서 향후 3년간 '리딩 금융' KB를 이끌 신임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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