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고프, US오픈 제패...세리나 이후 10대 美선수론 24년만
2017년 스티븐스 이후 6년 만에 美 챔피언
“관중석에서 윌리엄스 자매 봤는데...이젠 내가 여기에”
여자테니스에서 ‘차세대 세리나’로 불리는 선수가 세리나 윌리엄스 이후 10대에 US오픈을 제패한 첫 미국 선수가 됐다.
코코 고프(19·미국·세계 6위)는 10일 미국 뉴욕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테니스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2시간 6분 승부 끝에 아리나 사발렌카(25·벨라루스·2위)에게 세트스코어 2대1(2-6 6-3 6-2) 역전승을 거두고 정상에 올랐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사발렌카가 앞섰고, 초반 ‘기세’ 역시 그의 몫이었다. 이날 전까지 두 선수의 통산 상대 전적은 고프가 3승2패로 다소 우세했지만, 가장 최근 맞대결에선 사발렌카가 2대0(6-4 6-0)으로 웃은 바 있다.
1세트에서 고프는 키 182cm 높이에서 시속 186km로 내리꽂는 사발렌카의 서브에 고전하며 게임 스코어 2-2부터 내리 4게임을 빼앗기며 세트를 내줬다. 이때만 해도 경기를 뒤집기엔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결승전을 앞두고 “난 이제 우승할 자격과 능력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던 고프는 꺾이지 않았다. 게임 스코어 2-1로 앞선 상황에서 사발렌카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break)하더니 이후 본인의 서브 게임 역시 착실히 지켜내 2세트를 가져오며 균형을 맞췄다.
승부처인 3세트에선 초반에 승부가 갈렸다. 고프는 특유의 공격적인 스타일과 강서브를 앞세워 사발렌카를 밀어붙였다. 사발렌카의 첫 서브 게임을 듀스 끝에 가져오더디 고프는 내리 3게임을 장악하며 순식간에 4-0으로 치고 나갔다. 승세가 굳혀진 순간이었다.
고프는 이후 5-2로 앞서 있는 자신의 서브 게임 상황에서 사발렌카에게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네트 앞 패싱샷으로 챔피언십 포인트를 넣은 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코트에 드러누워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코트에 운집한 관중 2만3000여 명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날 고프는 서브에이스(2-4), 공격 성공 횟수인 위너(13-25) 등 공격 수치에선 다소 밀렸지만, 실책(19-46)을 줄이는 안정적인 플레이로 사발렌카를 따돌렸다. 특히 3세트에선 고프가 실책 2개를 기록하는 동안 사발렌카는 16개를 저지르며 자멸했다.
2004년생인 고프는 2019년 윔블던에서 역대 최연소인 15세 122일의 나이에 예선을 통과해 일찍이 ‘테니스 천재’ ‘제2의 세리나’로 주목받아왔다. 14세엔 프랑스오픈 주니어 여자 단식에서 우승했고, 2019년 7월 윔블던에서 역대 최연소인 15세 122일 나이에 예선을 통과해 16강까지 올랐다. 그해 10월 여자 프로테니스(WTA)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했고, 열일곱 살 때인 2021년 5월 WTA 두 번째 단식 타이틀을 차지했고, 6월엔 세계 23위까지 올랐다.
2022년 프랑스오픈(준우승) 이후 통산 두 번째 메이저 대회 결승에 진출했던 고프는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날 US오픈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커리어 첫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우승을 맛봤다. 고프는 우승 상금으론 300만 달러(약 40억1100만원)를 받는다.
고프는 2017년 슬론 스티븐스(30·36위) 이후 6년 만에 US오픈에서 우승한 미국 선수가 됐다. 나아가 1999년의 세리나 윌리엄스(42·미국·은퇴) 이후 24년 만에 US오픈 타이틀을 ‘10대’ 때 거머쥔 미국 여자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윌리엄스는 메이저 대회에서 23회 우승한 ‘테니스 여제’로 지난해 9월 US오픈을 끝으로 은퇴했다. 전체적으로 범위를 넓히면 10대에 US오픈 우승을 차지한 10번째 선수이기도 하다.
윌리엄스 자매가 테니스 우상이라고 꼽는 고프는 “아버지가 어렸을 때 저를 이 코트에 데려왔어요. 관중석에서 세리나와 비너스 자매가 뛰는 것을 봤어요. 근데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니 정말 감격스럽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프랑스오픈 준우승은 가슴이 아팠지만, 결국 이런 순간이 오기에 지금의 이 우승이 더욱 달콤하다”며 “내겐 매우 뜻깊은 우승”이라고 기뻐했다.
이번 우승으로 고프는 조만간 발표될 WTA 단식 랭킹에서 개인 최고 순위인 3위까지 오를 전망이다. 사발렌카는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1위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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