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AZ 연타석 홈런… '억소리'나는 암·희귀병 약, 건보 등재 목전
타그리소 급여 도전 5년만에 등재 목전
코셀루고 급여 등재로 소아 희귀질환 치료 환경 개선 기대감↑
한국아스트라제네카(AZ)의 2개 약제가 동시에 연내 건강보험(건보) 급여 등재 가능성을 열었다. 항암제 '타그리소'는 5년 만에 급여 확대 문턱까지 왔다. 1달 600만원에 달하는 처방액에 고통받던 환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코셀루고'도 급여 논의 2년 만에 진전을 이뤘다. 한해 약 2억원에 달하는 약값으로 처방조차 힘들던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지난 8일 저녁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결과를 공개했다. 약평위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코셀루고'(성분명: 셀루메티닙)가 급여 적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같은 회사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급여 범위 확대(1차 치료)안도 통과시켰다.
약평위 통과는 곧 건보 급여 인정을 의미한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앞으로 2달간 두 약제를 두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을 벌인다. 1달 뒤 보건복지부 약가 고시가 올라오면 급여 목록에 등재된다. 차질 없이 진행되면 연말인 12월에 모두 급여권에 진입할 수 있다.
타그리소는 EGFR 돌연변이가 있는 국소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사용된다. 1차 치료에 건보가 적용되지 않아 수많은 폐암 환자가 비싼 가격을 지불하며 사용한다. 타그리소 처방 가격은 1달에 약 600만원으로 알려졌다.
타그리소는 2019년부터 1차 치료 급여 등재에 도전했다. 5년 만에 지난 3월 말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를 통과했다. 암질심 통과 이후 5개월 만에 약평위까지 넘었다.
급여권 진입이 가시화되면서 타그리소를 복용하는 환자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다. 앞서 타그리소 급여 진입이 늦어지면서 환자들은 수년간 애를 태웠다. 높은 경제적 부담에 집·차 등 재산을 팔거나, 급여를 기다리다가 사망한 환자도 있다.
타그리소를 비급여로 처방받는 김모씨는 "이번 회의 결과를 보고 보험이 한발 다가온 것 같아 기뻤다"며 "물론 너무 오래 기다렸고 앞으로 얼마나 더 있어야 보험이 될지도 궁금하지만, 이미 많이 늦은 만큼 정부와 회사가 전향적으로 빠른 협상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셀루고는 '신경섬유종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약이다. 2020년 국내에서 신속심사 1호 의약품으로 지정받아 이듬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신경섬유종증은 보통 생후 1세 이전에 진단받아 소아 희귀질환으로 꼽힌다. 2020년 기준 20세 미만 국내 환자 수가 1781명으로 파악됐다. 아이 몸에 커피색 반점이 발견되는 게 대표적 증상이다. 신경섬유종증 환자 20~50%에서 나타나는 '총상신경섬유종'은 증상이 더 심하다. 얼굴이나 몸 등 신체에 종양이 자라나 환자의 외모 손상을 유발한다.
코셀루고는 수술이 불가능한 총상신경섬유종 환자의 유일한 치료제다. 만 3세 이하 소아 환자만 치료받을 수 있다. 그러나 1년 2억원에 달하는 약값 때문에 실제 병원 현장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부터 급여 등재 노력을 했지만 2년간 진전이 없었다. 지난해 3월 심평원 약평위에서 비급여로 결론 났다. 1년 5개월이 지나 올해 8월 약평위에 다시 상정됐지만 '재논의' 판정을 받았다. 결국 다시 1달이 지나서야 급여 관문을 통과했다.
지난 5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코셀루고의 신속한 건보 급여를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코셀루고가 약평위를 통과해서 정말 좋다"면서도 "신경섬유종증 환자 가족 중 한 분은 10년 전부터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며 약을 찾으러 다녔는데 그런 절실한 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리겠냐"고 말했다.
정 총장은 "고가의 희귀질환 치료제가 비싸다고 하지만, 처방되는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실제 재정 부담은 크지 않다"며 "출산 장려도 필요하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를 키워내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나. 희귀질환 아이의 치료 환경 개선은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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