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說]한국 TV 뜯어보고, 일본 세탁기 찍는 中…"베껴야 같이 발전" 궤변
[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굵직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전 세계의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재계 이야기, 오진영 기자가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이거 한국 기업이 만든 거 맞아요? 우리 것보다 안 좋은데, 르쁜(일본) 기술 안 들어간 건가?"
3일(현지 시간) 유럽 최대의 가전 전시회 IFA 2023이 열리는 독일 베를린의 전시관 '메세 베를린'에 마련된 LG전자 전시관. 한 무리의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들더니 'LG' 로고가 박힌 올레드(OLED) TV로 향했다. 휴대전화를 꺼내 영상을 찍거나, TV 뒤를 열어보는 등 연구원을 연상시킬 정도로 꼼꼼히 살폈다. 직원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전시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잇따랐다.
삼성·LG가 제품을 출시하면 1~2달 뒤에는 중국 시장에 비슷한 제품이 나온다. 스펙(성능) 설명도 흡사하다. 한 중국 제조사의 OLED TV는 '빛번짐 없는 완벽한 블랙 표현'을 장점으로 내세웠는데, LG의 올레드 TV와 거의 같다. 미국은 물론 한국, 일본 등 주요 기업에 취업하거나 기술을 훔쳐보는가 하면, 제품을 구매해 리버스엔지니어링을 실행하기도 한다.
산업 전시회는 가장 좋은 기회다. 글로벌 기업들이 신제품을 선보이는 자리인 만큼 중국인들이 대규모로 출동해 기술 확보에 여념이 없다. 미중관계 악화로 미국에서 열리는 전자 전시회 'CES' 참석이 어려워지면서 스페인 MWC나 독일 IFA 등 유럽 전시회에 자본을 쏟아붓는다. 올해 독일 IFA 참가 기업 2000개 중 63%가 중국 기업이며, MWC는 아예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다.
주요 피해 국가는 한미일이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중국의 스파이가 미국을 대상으로 활동한 건수 224건 중 54%가 일반 기업의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발생했다. 69%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일어난 사건이다. 최근 미국 내 다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에서 중국 징동팡(BOE)에게 기술을 빼앗겨 미중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중이다.
중국 업계는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술을 특정 국가가 독점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비아오깐관리'(벤치마킹)가 기업을 성장시킨다며 선진 기술을 복사하려는 시도가 잇따른다. 유슈보 중국종합기술그룹 회장 겸 공산당 당서기는 "글로벌 수준의 기업을 만드는 것은 공기업의 사명"이라면서 "벤치마킹은 세계적 기업을 만드는 데에 불가피한 요구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OLED 패널이나 TV 제조 기술, 주요 백색가전 기술이 삼성·LG의 것과 비슷하거나, 도시바·샤프 등 일본 기업의 제품을 통째로 가져다 놓은 듯한 제품 출시가 잇따르는 것도 그래서다. 룽야오(아너)는 삼성전자가 독점하고 있는 폴더블(접히는) 스마트폰과 흡사한 제품을 내놨으며, TCL은 삼성의 강점인 '마이크로 LED'가 적용된 163인치 TV 월을 선보였다. 메이디의 에어컨은 일본 도시바 제품과 비슷하다.
시도가 늘고 있으나 중국이 혐의를 전면 거부하는 만큼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중국 정부와 업계는 주요국 정부가 평범한 기업 관계자나 학자를 산업 스파이로 누명을 씌워 중국 산업 발달을 막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신문망은 "중국의 산업 스파이 사건에서 유럽과 미국의 일부 이익집단은 중국의 혐의를 날조했다"라며 "중국의 첨단기술이 무능하다는 선입견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되레 외국 기업의 구성원을 산업 스파이로 낙인찍어 체포하는 사례도 잦다. 지난 3월 중국 정부는 일본 제약회사 아스텔라스 주재원을 간첩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는데, 일본 외무성이 공식 간첩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막무가내였다. 지난달에도 중국안보부가 '대만 기업의 스파이가 중국 항공우주·선박 기술을 탈취하려 시도했다'고 발표했다. 역시 대만은 부인한 사실이다.
결국 기업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중국 스파이를 제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기술 업종의 특성상 각국 정부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데다, 중국이 제시하는 돈보다 더 많은 급여를 제공하기 어려운 만큼 현실적인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라며 "주요기업을 겨냥한 시도가 잇따르는 만큼 산업 전시회나 대규모 행사 등에서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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