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샌프란 등 대도시 떠나 중·남부로… 美 도시 지형 바뀐다 [세계는 지금]
동·서부 대표 도시들 인구 급감
2020~2022년 뉴욕 5.3%·샌프란 7.5%↓
원격근무 대거 도입에 출퇴근 사라져
동·서부 해안지역 높은 집값도 영향
젊은 층 중심 남부·중부로 사람들 몰려
텍사스 조지타운시티 1년새 14% 급증
도심 공동화에 부작용도 심화
재택 확산에 주요 기업 사무실 축소
유동인구 줄며 상거래 위축·슬럼화
인구 100만명 안팎 중견도시 더 취약
상업용 부동산 대출금 연체 등 위기
일각 “사회에너지 소도시 분산 긍정적”
동북부의 뉴욕, 서남부의 로스앤젤레스(LA). ‘미국의 대도시’라고 하면 단연 먼저 떠오르는 이름들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은 광활한 국토를 보유한 미국은 이들 양대 도시를 중심으로 주로 해안 인근 지역에 인구가 밀집돼 있다. 동부의 워싱턴, 필라델피아, 보스턴과 서부의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시애틀 등이 대표적이다.
변화의 흐름은 각종 통계 수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이코노믹 이노베이션 그룹’(EIG)이 미국 100대 도시의 2020∼2022년 인구변화를 조사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의 몰락으로 2010년대부터 꾸준히 인구가 줄어 온 중북부 도시 외에도 동부와 서부의 대표 도시들이 감소폭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특히 뉴욕은 이 기간에만 무려 5.3%의 인구가 감소했다. 2010~2020년 10년간 7.7%의 인구 증가율을 보였던 것과 견주면 놀랄 만한 반전이다. LA도 2010년대 2.8% 증가에서 2020년 이후 3년간 2.0% 감소로 흐름이 역전됐다.
실리콘밸리의 성황으로 2010년대 8.5%나 인구가 늘었던 서부 샌프란시스코 역시 7.5% 감소로 대전환을 이뤘다. 100대 도시 중 가장 큰 폭의 인구 감소율이다. 실리콘밸리의 핵심 도시 중 하나인 새너제이가 7.1% 증가에서 4.1% 감소로 돌아선 것을 보면,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했던 재택근무가 인구 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도시가 아닌 주를 기준으로 삼아도 인구 이동 흐름은 뚜렷하다. 2020~2022년 사이 가장 높은 인구 증가율을 기록한 주는 아이다호, 몬태나, 플로리다 순이었다. 아이다호 인구는 4.9% 가까이 늘었고, 몬태나와 플로리다의 인구는 각각 3.3%와 3.0% 증가했다. 유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도 3%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기간 뉴욕주가 50개주 가운데 가장 높은 2.1%의 인구 감소율을 기록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고령층의 은퇴 후 거주지로 유명했던 플로리다를 제외하면, 산업 기반이 미약해 인구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중부 지역이 변화하는 흐름의 혜택을 받았다.
이미 동북부와 서남부 대도시들은 지나치게 높은 주택가격과 생활비, 세금 등으로 삶의 질이 여타 지역보다 떨어진다는 평을 상당 기간 받아왔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들 지역에 몰려 산 이유는 산업 기반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변화의 흐름은 코로나19로 인한 격리가 사라진 이후로도 멈추지 않고 있다. 높은 집값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데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도 아직 많기 때문이다. EIG는 “서부 등의 많은 도시에서 인구가 다시 늘기 시작했지만, 2022년 현재 남부 도시들만 대유행 이전의 성장률로 돌아갔다”며 “현재 미국의 도시 성장 동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남부, 특히 텍사스와 플로리다에 있는 반면, 다른 모든 지역의 도시는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도시 인구 감소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8일 조지타운대와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이 미 도시 274곳의 주택 가격 및 기타 요인에 따른 이동성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을 인용해 소규모 도시의 중심 비즈니스지구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대도시에 비해 높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사람들이 도심에서의 상호 작용과 아이디어 교환을 위해 교통 혼잡과 출퇴근의 불편함을 감수했지만, 도심이 주는 혜택은 원격근무의 도입으로 인해 예전보다 가치가 낮아졌다. 인구 수십만명 수준의 소도시들은 특유의 유연성으로 바뀐 흐름에 맞춰 빠르게 변화할 수 있지만 대도시는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삶’에 맞춰진 비대한 구조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상업용 부동산은 이미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 중 하나로 강조한 바 있다. WP는 “오피스 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추세가 반전될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면서 “경제를 둘러싼 5조달러(6623조원)가 넘는 상업용 부동산 부채와 2027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2조7500억달러(3643조원)의 상업용 모기지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런 변화는 대도시에 집중됐던 사회 에너지가 소도시로 분산되는 긍정적 효과도 가지고 있다. 탄력근무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 스쿱의 공동 창립자인 롭 섀도는 “많은 비도심 지역이 새로운 활기를 찾을 수 있고, 지역 소매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이 상업용 부동산 위기를 극복할 경우 기존의 대도시 중심 경제가 아닌 소도시 중심 체제로 또 다른 발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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