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 국내 공무원 20여 명…“구도심 피해 크고 여진 불안”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천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제10차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총회' 참석을 위해 국내 지자체 공무원 20여 명이 모로코 마라케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진앙지와 가까운 모로코 마라케시에 체류 중인 한국 참가단 가운데 아직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마라케시에 머물고 있는 세계지질공원총회 참석자 A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여진에 대한 걱정 때문에 빨리 모로코를 벗어나고 싶지만 불가능한 처지"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습니다.
A 씨는 "8일 발생한 지진으로 숙소인 호텔 벽에 금이 간 상태라서 한 번 더 지진이 오게 되면 위험한 상황"이라며, "예약한 월요일 항공편을 앞당기려고 했지만, 항공편이 모두 매진돼서 조기 귀국은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급박했던 지난 8일 밤을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그때가 현지 시간으로 밤 11시 정도여서 숙소에 누워 잠을 자려고 했는데요. 처음에 드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리길래 밤에 공사를 하나 싶었는데, 갑자기 건물 전체가 좌우로 흔들리면서 선반 위의 물건들이 다 떨어지고 도자기 같은 것들도 다 깨지면서 비명 소리가 들렸어요. 그런 상황이 10초간 지속 됐죠."
일행 모두 한국에서는 이런 강진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꿈인가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사람들이 다 대피하고 있길래 저희도 휴대전화만 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여기는 낮엔 덥지만, 밤에는 18도 정도라 춥거든요. 나중에 매트리스하고 이불을 다 가지고 나와서 광장에서 밤을 새웠어요."
A 씨는 지진이 발생 했을 때 신속한 대피를 도왔던 현지인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습니다.
A 씨는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호텔 직원들이 체계적으로 움직이며 투숙객들을 대피시켰다" 면서 "소지품을 챙기려고 했는데 빨리 몸부터 대피하라고 안내를 해줘서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흙과 돌로 지어진 구도심 피해 커.. 인명피해는 산악지역 집중
A 씨는 "마라케시에서도 콘크리트 건물로 이뤄진 신시가지는 피해가 크지 않았던 반면 메디나라는 구도심은 피해가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구도심은 거의 흙집이에요. 흙하고 돌로 지은 건물이라서 철근이 들어가 있는 건물이 거의 없고 지진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요. 거기다 그런 건물들이 밀집돼 건물과 건물 사이가 다 골목으로 이뤄진 구조라서 무너지며 위에서 떨어지는 돌이나 파편에 맞아 다친 사람들이 많아요."
A 씨는 마라케시 구도심도 피해가 크긴 하지만, 대부분 사망자는 외곽지역에서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A 씨는 "도시 지역에서 떨어진 산악지역, 산맥에 마을이 모여있는 곳에서 붕괴가 많이 일어난 것 같다"면서 "사망자도 진앙지 주변 산악지역에 집중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여진에 대한 두려움이 큰 상황. A 씨는 "상당수 건물에 금이 가 있기 때문에 두 번째 지진이 발생하게 되면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진이 올 것이라는 현지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또 한 번 비슷한 강도의 지진이 오게 되면 더 큰 피해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짐은 다 챙겨놓고 혹시라도 지진이 있으면 바로 밖에 나가려고 계속 대기중입니다."
하지만 모로코 시민들은 여진의 두려움 속에서도 복구에 열성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A 씨는 "현지인들이 복구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떨어진 돌들은 많이 치워진 상태고 잔해 같은 것을 치우느라 소방이나 현지 경찰이 총동원됐다"고 말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현지 시간으로 지난 8일 오후 11시 11분쯤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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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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