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봉사? 재밌잖아요"…'5천213시간 봉사' 김일진씨
불법 광고물 수거 보상금 모아 2014년부터 어려운 이웃에 기부도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변변한 능력은 없지만 퇴직 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다 보니 재밌더라고요."
12년 동안 '5천 시간'이 넘는 자원봉사 활동을 한 김일진(71·경기 성남시) 씨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긴장감과 흥분이 느껴졌다.
김씨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우체국에 들어가 30여 년을 일하고 2010년 12월 정년퇴직한 후 자원봉사에 입문하게 된 '인생 2막 이야기'를 담담히 설명했다.
그는 퇴직하고 1년 동안 한풀이하듯 가족, 친구들과 함께 국내외 여행지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다녔는데 집으로 돌아오고 나면 다음 날엔 늘 마음 한구석에 공허함이 남았다고 한다.
오랜 직장생활로 아침이면 출근하던 습관이 몸에 밴 탓에 집에서 일과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갈 때 이웃 한 분의 권유로 외부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에 새마을부녀회에 가입했는데 이것이 자원봉사에 입문한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요양원과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 식사 준비와 배식, 시설 청소, 아동·청소년 진로 체험관과 올림픽 행사 업무 보조 등의 봉사를 해오고 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1365 자원봉사 포털에 등록된 누적 봉사 시간만 '5천213시간'.
햇수로 12년, 하루 평균 4시간씩 봉사했다고 해도 3년 6개월(1천303일)을 꼬박 하루도 빠짐없이 봉사활동을 이어온 셈이다.
분당의 한 요양원에는 2011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4년 9개월간 한 달에 2번씩 다니며 시설 청소, 레크리에이션 보조, 재가 노인 식사 지원 등을 했다.
2018년 2~3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 선수촌 식당에 배치돼 세계 각국에서 온 선수단을 위해 식사와 음료를 지원하는 봉사를 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시민들이 외출과 외부인 접촉을 극도로 꺼리던 때인 2021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은 칠순에 가까운 나이에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내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안내 봉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고령자들이 감염되면 증세가 악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어요. 그래도 '봉사하는 사람은 안 걸린다'는 마음으로 접종센터에서 계속 안내 봉사를 했죠. 그래선지 아직 한 번도 감염되지 않았어요."
그는 정기적인 기부로 어려운 이웃도 돕고 있다.
불법 전단과 현수막을 수거해 가면 지자체에서 주는 보상금을 모아 2014년 1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매년 겨울 서울 종로구 부암동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 3천장씩을 기부했고, 2021년부터는 매년 암 환자 4명에게 50만원씩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김씨는 불법 광고물 수거 보상금으로 충당되느냐는 질문에 "모자라죠. 모자라면 제 생활비에서 좀 떼어내 보태고 그렇게 해요. 기부하고 나면 다음에 더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했다.
2019년부터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주택가에서 내놓는 말끔한 옷가지와 신발을 수거한 뒤 세탁해 서울시립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에 한 달에 1~2번씩 4년째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그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 거동 불편한 어르신을 돌봐드렸는데 제 체격(키 153㎝에 몸무게 45㎏)이 왜소하다 보니 힘에 부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며칠 만에 그만두고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서 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라고 말했다.
퇴직 후 '제2의 삶은 봉사로 한다'라고 세운 인생 2막의 목표가 지금껏 봉사와 나눔을 이어온 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요양원 등에 가면 그곳에 계신 분들이 웃을 일이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래서 공부를 시작해 2012년 7월 웃음 행복 레크리에이션 지도자(2급) 자격증을, 2018년 말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는데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라며 웃었다.
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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