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 그룹만? K팝의 진수 보여준 '더유닛' 유앤비[김현식의 서랍 속 CD]

김현식 2023. 9. 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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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앤비 미니앨범 '블랙 하트'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가요계 현장 곳곳을 누비며 모아둔 음반들을 다시 꺼내 들어보면서 추억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오늘 꺼내 들어본 서랍 속 CD는 그룹 유앤비(UNB)가 2018년 6월 발매한 미니앨범(EP) ‘블랙 하트’(BLACK HEART)입니다. 유앤비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앨범 발매 언론 쇼케이스를 열었을 때 받은 CD입니다.

유앤비는 KBS 2TV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유닛’ 남자 데뷔조였습니다. ‘더유닛’은 연습생들이 아닌 활동 경력이 있는 아이돌들이 ‘리부트’를 꿈꾸며 참가한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치열한 선의의 경쟁이 벌어진 끝 준(유키스), 의진(에이션, 빅플로), 고호정(핫샷), 필독(빅스타), 마르코(열혈남아), 지한솔(SM루키즈), 대원(매드타운), 기중(IM), 찬(에이스) 등 9명이 남자 데뷔조 유앤비 멤버로 꼽혔습니다.

‘블랙 하트’는 2018년 4월 활동을 시작한 유앤비의 2번째 앨범이었습니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블랙 하트’를 비롯해 ‘비 내린 후에’, ‘문라이트’(Moonlight), ‘투.유앤미’(TO.UNME) 등 신곡 4곡과 ‘더유닛’ 미션곡이었던 ‘댄싱 위드 더 데빌’(Dancing With The Devil)과 ‘끌어줘’의 유앤비 라이브 버전과 연주곡 버전 등을 한 데 엮어 9개의 트랙으로 구성했죠. 음원으로는 ‘블랙 하트’, ‘비 내린 후에’, ‘문라이트’ 등 3곡만 발매했고 나머지 곡들은 음반으로만 들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앨범을 내면서 유앤비는 각자의 자리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에 첫 앨범 활동으로 견고히 다진 팀워크를 바탕으로 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드러냈습니다. 히트곡 메이커 라이언전과 런던노이즈가 프로듀싱한 타이틀곡 ‘블랙 하트’는 그와 같은 각오와 잘 맞아떨어졌던 곡인데요. 사랑에 빠져 매력적인 이성에게 다가가는 상황을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사운드로 표현해 K팝 특유의 다이내믹한 맛을 제대로 살렸습니다. EDM, 라틴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가 배합돼 있어 듣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언론 쇼케이스 당시 유앤비는 곡에 맞춰 ‘K팝의 진수’라고 하기에 손색 없는 빼어난 퍼포먼스 실력을 뽐내 취재진의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곡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일부 멤버가 텀블링을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죠.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채워준 퍼포먼스 팀에 ‘더유닛’ 참가자였던 황정하, 한결, 앤, 그리고 다이아 멤버 주은이 포함됐다는 점도 화젯거리였고요. 멤버들은 영화 ‘위대한 쇼맨’과 ‘라라랜드’를 참고해 퍼포먼스를 구성했다면서 “퍼포먼스가 강점인 팀인 만큼 뮤지컬적인 느낌이 나는 격한 퍼포먼스를 야심차게 준비했다”면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최근 ‘보이즈 플래닛’의 제로베이스원, ‘소년판타지’의 판타지 보이즈, ‘퀸덤 퍼즐’의 엘즈업 등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져나오고 있죠. 유앤비가 만들어진 ‘더유닛’이 방송할 때도 쌍둥이 프로그램으로 불린 ‘믹스나인’이 존재했는데요. 안타깝게도 ‘믹스나인’ 데뷔조의 출격은 무산됐습니다. 두 프로그램의 데뷔조가 동시기 활동했다면 더욱 큰 이슈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이에 대해 유앤비 멤버들이 “무대에서 누가 더 잘하는지 경쟁했다면 재미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언급하기도 했었죠.

‘블랙하트’ 앨범에 실렸던 신곡 중 ‘비 내린 후에’는 떠나간 사랑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주제로 다룬 서정적인 분위기의 발라드 트랙입니다. 아홉 멤버의 다채로운 음색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여름 밤 함께하며 설레는 감정을 느끼는 남녀의 이야기를 노래한 달콤한 분위기의 ‘문라이트’로도 유앤비의 색다른 매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음반으로만 들을 수 있는 곡 중에선 ‘투.유앤미’가 멤버들이 팬들을 향한 진솔한 메시지를 차례로 전하는 이색적인 구성의 팬송이라는 점에서 가장 돋보입니다.

‘블랙하트’는 유앤비의 마지막 앨범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2019년 1월 일본에서 연 콘서트를 끝으로 팬들과의 작별을 고했는데요. 비록 ‘프로듀스101’ 시리즈 출신 그룹들만큼 큰 이슈를 뿌리진 못했지만, 꿈을 위해 포기 않고 구슬땀을 흘리는 청춘의 모습과 노련미를 바탕으로 한 완성도 높은 무대로 독보적 에너지를 전한 유앤비 멤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활약을 이어가길 응원하겠습니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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