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처럼 밝은 사람이 우울해?"…작은신호도 꼭 확인해야[토닥토닥②]

백영미 기자 2023. 9. 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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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신호라도 직접 물어서 확인해야
청소년·독거노인 포착 어려워 관심 필요
징후보이면 비판·충고 아닌 관심·공감을
[인천=뉴시스] 자살 시도자의 90% 이상이 경고 신호를 보내지만 주변에서 알아차리는 것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관심을 갖고 보지 않으면 알아 차리기 어렵다면서 사소한 신호일지라도 직접 물어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화군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가 자살예방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강화군 제공) 2023.03.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우울증으로 장기간 치료 받는 환자들이 '너무 힘들어 우울증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너처럼 밝은 사람이 치료를 받는다니 말도 안 된다며 믿질 않는다'는 하소연을 많이 합니다."

"청소년은 충동적인 경향이 강하고 노년층은 고립된 경우가 많아 징후(신호)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청소년이나 독거노인 같은 1인가구의 경우 징후를 직접적으로 잘 표현하지 않아 포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살 시도자의 90% 이상이 경고 신호를 보내지만 주변에서 알아차리는 것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아 차리기 어렵다면서 사소한 신호일지라도 직접 물어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살 신호로는 언어적·행동적·정서적·상황적 신호가 있다. 언어적 신호로 자살이나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하거나 '신체적 불편'을 많이 호소한다. 실제 자살 고위험군은 사망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의료 이용 횟수와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와달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살 고위험군 연구 보고서를 보면 자살 사망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서비스 유형에 관계없이 의료 이용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의료 이용 횟수와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19년 공중 보건 분야 학술 '스칸디나비안 저널 오브 퍼블릭 헬스(Scandinavi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실린 자살 사망 전 의료 이용을 주제로 한 연구(2000~2017년)들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자살 사망 1년 전 80% 가량이 일차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6개월 전 54%, 3개월 전 41%, 1개월 전 44%, 1주일 전 16%로 사망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의료 서비스 이용이 감소했다.

반면 국내 연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보고됐다. 2013년 국내 예방의학회지에 실린 경찰청 기록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 자료 기반 조사 결과를 보면 신체질환으로 인한 자살 사망자의 사망 10개월~1년 전, 7개월~9개월 전, 4개월~6개월 전, 3개월 전 의료 이용 횟수와 의료비 지출을 연구한 결과 94.9%가 자살 전 1년 동안 의료기관과 꾸준히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망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의료기관 방문 횟수는 모두 4번으로 동일했지만 머무는 시간은 유의미한 증가를 보였다. 1인당 의료비 지출은 8만2000원, 8만5000원, 10만8000원, 15만3000원으로 증가했다.

자살 시도자의 행동적 신호로는 대외활동이 줄거나 술을 자주 마시는 것이 있다. 소중한 물건을 나눠 주거나 인간관계를 정리한다. 식사량이나 수면시간이 줄거나 많아진다. 평소와 다른 행동, 특히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이 나타나거나 감정의 변화가 심하거나, 무기력, 대인기피 증세 등을 보일 수 있다. 일을 할 때 평소 하지 않던 실수를 자주 하기도 한다. 갑작스런 파산이나 지인의 상실이 동반되는 경우 등 상황적 신호도 눈여겨 봐야 한다.

홍나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기획이사는 "'죽고 싶다', '너무 힘들다' 이런 신호를 보내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너무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면서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헬스장을 다니기로 마음 먹어도 안 해본 것을 하게 될 때의 두려움이 있어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듯, 마지막까지 굉장히 많이 고민하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을 때 손을 내밀면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광명=뉴시스] 자살 징후자의 얘기를 들을 때는 비판이나 충고가 아닌 관심과 공감을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 광명시자살예방센터에서 상담사가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광명시자살예방센터 제공) 2023.04.14. photo@newsis.com

상대방이 이런 신호를 보내도 대부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죽겠다', '힘들다'는 등의 표현이 이미 일상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데다 신호를 알아챈다 하더라도 심리적 장벽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아서다.

김민재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신호를 어렴풋이 알아채더라도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묻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이 있어 '괜찮겠지' 하고 넘어가려는 마음을 갖기 쉽다"면서 "사소한 신호라 할지라도 간과하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는지 직접 물어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살 징후가 있는 사람의 얘기를 들을 때는 비판이나 충고가 아닌 관심과 공감을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가천대안전연수원 교수)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도울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면서 "상대방의 말을 끊거나, 충격을 받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금물"이라고 했다.

특히 청소년이나 고립된 독거노인, 사회적 지지기반이 약한 소외계층이 보내는 신호의 경우 더 알아차리기 어려워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 교수는 "청소년이나 노년층은 모호한 신호, 짜증이나 신체적인 증상과 같은 징후를 보일 수 있어 포착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청소년은 어른들에게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려 할 수 있고 노년층은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숨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은 "국내 1인 가구 비중이 40%(지난해 기준 946만1695세대)를 넘어서면서 신호를 포착하기 더 어려워졌다"면서 "특히 청소년 같은 경우 충동적인 경향이 강해 잘 포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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