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상처받은 내면…"마음은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토닥토닥①]
사스·스페인독감도 심리후유증 장기지속
청소년 등 취약계층 위험신호 포착 중요
코로나19 일상회복의 '역설'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일상으로의 완전한 회복을 알리는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을 선언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서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마음의 병'이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잠시 가려졌던 현실과 마주하게 되어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처한 상황은 달라 주변에서 마음건강의 위험신호(시그널)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10일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마음건강을 지키는 방안을 찾기 위해 의료계, 학계, 시민단체, 정책연구기관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엔데믹 시대 마음건강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인류와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신체적 후유증 뿐 아니라 심리적 후유증도 남겨서다.
코로나19 장기화가 마음건강에 미친 영향은 이미 통계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10일 통계청의 '2021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자살(고의적 자해) 사망자는 1만3352명으로 전년보다 157명(1.2%) 증가했다. 2020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195명으로 전년 대비 1.2명(-4.4%) 감소했는데, 다시 늘어난 것이다.
홍나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기획이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자살률이 다시 조금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특히 취약계층의 고립이 심화되면서 청소년·청년의 마음건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2002년 11월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발생해 홍콩을 거쳐 세계로 확산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1918~1919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스페인 독감 같은 감염병 재난을 겪은 후 심리적 후유증이 오랜기간 지속됐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최근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QJM: 인터내셔날 저널 오브 메디슨(An International Journal of Medicine)'의 '포스트 코로나 증후군과 자살 위험(2021년)'. '코로나19가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2020년)'이라는 제목의 논문에는 사스가 발생한 이후 홍콩의 자살률이 2024년까지 2년 간 늘어났고, 스페인 독감도 유행 이후에도 심리적 후유증이 오랫동안 지속됐다고 소개됐다.
이들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된 사람 뿐 아니라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던 사람들도 향후 사회 양극화, 경제적 어려움, 복지 사각지대 등으로 스스로 삶을 등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홍콩의 자살률은 2003년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10만명당 18.6명이었고, 2003~2004년 노인(특히 65세 이상)들의 연간 자살률은 이를 크게 웃돌았고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또 2004년까지 증가된 자살율은 2002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5억 명 이상이 감염되고 30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의 경우 당시 미국에서는 67만5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당시 미국의 사망자가 다른 해에 비해 급증했는데, 자살이 증가한 것도 관련이 있었다. 사회적 고립, 전염병에 대한 공포, 스트레스가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심리적·사회적 영향이 커 심리적 후유증은 향후 몇 달에서 몇 년 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자살 행동은 오랜 시간 동안 존재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 감염병 유행보다 더 늦게 정점에 이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스트레스, 불안, 두려움, 외로움을 줄이는 것이 필수라고 언급됐다.
전문가들도 일상회복 단계에서 자살률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는 "자해, 자살이 당분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1·2차 세계대전, 자연 재해 같은 세계적인 주요 사건에서도 자살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지연 효과'가 관찰된 만큼 효과적인 예방 전략을 시기적절하게 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화영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순천향대 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코로나19로 다같이 고생하다가 안정화된 후 '나만 고생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며 "특히 취약계층은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디기 때문에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황순찬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사회 양극화, 경제적 어려움 등이 다시 눈 앞에 크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더 잘 살고 있고 사회적 관계도 잘 맺고 있는데 나만 도태되고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부정적인 생각이 쉽게 올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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