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어때?” 혁신도시 사람들에게 들어봤다 [창+]

신강문 2023. 9.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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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공기업, 또 이전해야 하나요?' 중에서]

또다시 불거진 공기업 이전 논란, 취재진은 전국 혁신도시에서 해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대구광역시 동구 신서혁신도시, 수도권에서 이전한 공기업과 공공기관 10여 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2014년 서울 마포구에서, 한국부동산원은 서울 강남구에서, 한국가스공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각각 여기로 왔습니다.

대구 혁신도시에서 규모가 가장 큰 가스공사의 한 직원, 9년 전 대구 이전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인터뷰> 정은지/ 한국가스공사 본사 직원
초반에는 사실 조금 불만이 많았었던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에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저희가 수도권에서 내려오다 보니까 여기에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이게 또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여기가 기반시설이 되지 않았어서 생활이 회사 집 회사 집 이렇게 좀 단조로웠었거든요. 제한적으로 생활하다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생활 여건은 어떨까?

<인터뷰> 정은지/ 한국가스공사 본사 직원
정주여건이라고 하면 너무 많은데, 너무 광범위한데 사실 정주 여건이 많이 개선되었고요. 지금은 좋은 편이라고, 더 상세하게 말씀을 드려야 하나요. 그러니까 정주여건이라는 거에 너무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거여서, 제 개인적으로는 정주여건이 수도권에서 생활했을 때랑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안이 새로 신도시다 보니까 아파트 단지 생기면서 산책하는 산책로도 잘 되어 있고, 또 대형마트도 있고, 또 조그만 병원들도 많이 들어와 있고 하다 보니까 애기 키우는 데도 크게 불편함은 없습니다.

실제로 대구시는 혁신도시에 보육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수영장, 도서관 같은 문화 복지시설을 늘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인터뷰>이영헌/ 대구시 광역협력담당관
과거에는 혁신도시라 하면 허허벌판에 사실은 조금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대구시는 정주여건 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해 오고 있고 또 좋은 수성 학군이 옆에 있기 때문에 대구에 내려온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이 이제는 대부분 지역에 정착을 하고 여기에서 거주하며 살고 있습니다.

대구에 정착한 공기업 직원 수가 꾸준히 늘어나 현재 ‘가족동반 이주율’이 71%에 이릅니다.

혁신도시의 식당에서도 주민등록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것이 이제 피부로 느껴진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상윤/ 대구혁신도시 식당 운영
사업 초기에는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장사도 안 되고 직원들하고 2명이서 이렇게 계속 손님도 없이 앉아 있는 경우도 있었고요. 지금은 점차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고 주변 아이들도 많고, 여기 젊은 세대들이 들어와서 거주하면서 애기들도 낳으시고 그리고 학생들도 많아지다 보니까 세대가 젊어지고, 도시가 젊어지고.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제가 어렵다고 했던 부분들도 많이 해소가 되고 장사도 점점 살기가 좋아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대구시는 이처럼 개선된 거주 여건을 발판 삼아 2차 공기업 유치 경쟁에도 뛰어들었습니다.

<인터뷰> 황순조 / 대구광역시 기획조정실장
중소기업은행이 대구에 오는 것이 기업은행 측에도 가장 좋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왜냐하면 10개 혁신도시 중에서 대구가 가장 주거환경이 좋은 곳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업 입주율도 가장 높고요. 또 지역 인재 채용률도 가장 높은 것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대구는 외곽 도심 외곽에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심의 핵심지역에 입지를 하고 있어서 기존에 대구의 각종 주거 편의시설들을 함께 활용합니다. 교통, 교육, 문화 복지 의료시설들을 함께 활용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요.

대구 경북의 또 다른 공기업 이전 지역인 ‘김천혁신도시’. 자연과 어우러진 ‘친환경 에너지 도시’로
김천 구시가지에서 동쪽으로 6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이곳에는 한국전력기술과 한국도로공사, 그리고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10여 개 기관이 이전했습니다.

올해 입사 20년 차, 김천에는 6년 전 이사를 온 공기업의 팀장급 직원은 혁신도시에서의 삶을 이렇게 얘기합니다.

<인터뷰> 박현주/ 한국전력기술 팀장
우려를 많이 했는데 의외로 와서 보니까 회사에서도 그렇고 지자체에서도 그렇고, 어린이집도 잘 만들어져 있고. 그 중에 제일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거 하나는 보통 대도시에 살면 짜증 나고 너무 힘들잖아요. 근데 그러한 부분에 일상적으로 뭐, 예를 들어서 교통 체증 안에서 있으면서 화가 났다거나 그런 요소들이 굉장히 없어요. 그래서 전원적인 그런 환경에서 고요하게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다 라는 그런 점에서는 저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것 같습니다.

자녀들을 키우며 자연과 함께하는 전원생활에 적응했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현주/ 한국전력기술 팀장
예를 들어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싶어요. 뭐, 연주회를 보고 싶어요. 그리고 미술 전시회도 보고 싶어요. 그런 거 같은 경우는 (대구)엑스코, (부산)벡스코, 이런 데서 하잖아요. 김천에서 할 수가 없잖아요. 김천시에서 노후를 보내려면 좀 의료시설이 좀 갖추어져 있어야 될 것 같은데 저도 이제 40대 중반이거든요? 이제 노안도 오고 이래 가지고 병원을 가야 되는데 우선 안과가 없습니다. 혁신도시에 안과가 없다 보니까 저기 (김천)구도심이나 구미나 아니면 대전, 대구 인근 도시로 가야 되는 상황이고요.

김천혁신도시의 중심지, 안과도 보이지 않고,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있지만, 병원들이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상가 대부분이 텅 비어있고, 세입자를 구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습니다.

병원뿐만 아니라 편의시설과 문화공간도 눈에 안 보이긴 마찬가지입니다.

<녹취> 김천혁신도시 부동산 공인중개사
가장 불편한 게 저로서는 일단 병원하고 목욕탕 사우나가 없거든요. 병원을 개설하는 쪽에서 아마 사정이 안 좋아서 진행이 안 되고 있지 않나 소문이 들리고. 아무래도 여기가 정주 인구가 2만 3천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까 상가는 많고 이용하시는 분은 적으니까 공실이 많습니다.

금요일 오후 6시쯤 KTX 김천구미역입니다. 서울이나 인근 대도시로 가는 직장인들이
짐가방을 들고 역으로 모여듭니다.

<녹취> 김천혁신도시 부동산 공인중개사
금요일 오후가 되면 공공기관 직원분들이 회사에서 준비해준 버스를 타고 서울 방면이나, 자기들 주거지 쪽으로 귀향하시는 분들이 30% 이상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입니다.

주말을 앞두고 어김없이 펼쳐지는 씁쓸한 풍경, 가족동반 이주율이 여전히 낮기 때문입니다.

전국 혁신도시 가족동반 이주율은, 부산, 제주, 전북이 가장 높습니다.

경북 김천은 57.2%로 10곳 가운데 9위입니다. 가족과 함께 이주한 직원 수가 절반을 갓 넘긴 수준인 겁니다. 혁신도시 평균 가족동반 이주율은 69.4%입니다.

한산한 혁신도시의 주말, 상점은 장사가 안되니 문을 닫고, 결국엔 상권 자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재일/경일대 스마트경영학부 교수
정착률이 낮은 지역 같은 경우는, 주말일수록 상업지역을 이용하는 수요들이 더 적을 수밖에 없고, 이런 상업지역의 공동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착률을 높이는 문제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현재 상업지역의 공동화 문제, 공실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않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경상북도는 김천혁신도시로 인구를 더 유입시키기 위해 교통, 물류 등 이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된 공공기관을 추가로 유치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국의 혁신도시 가운데 가족동반이주율이 가장 낮은 곳, 바로 충북혁신도시입니다.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에 걸쳐 있는 충북혁신도시의 가족동반이주율은 49.6%, 직원 중 절반이
주말부부를 하거나, 다른 대도시에서 통근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평일 오후 6시, 대형 버스들이 일제히 어디론가 출발합니다. 같은 시각 퇴근한 직원들이
줄지어 걸어나옵니다. 직원들이 향하는 곳은 서울로 가는 통근버스.

행선지는 강남, 양재, 분당, 수원 등 수도권 지역입니다.

이런 통근버스 20여 대가 매일 충북혁신도시를 돌면서 직원들을 출퇴근시키고 있습니다.

<인터뷰> 성한경/ 충북 진천군의회 의원
혁신도시라는 건 당초 국토를 균형 발전시키기 위해서 그런 취지로 했는데 당초 취지와도 어긋나고 월요일 같은 경우는 주말에 쉬었다가 출근을 하시기 때문에 출근할 때 차량 대수가 급격히 많이 늘어나고, 또 원룸이라는 데서 일주일 동안 생활하시다 주말에는 또 댁으로 귀가하시는 근무자들이 많으시기 때문에 금요일 저녁 이럴 때는 정말 교통 대란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버스가 대열을 해서 쭉 서 있기 때문에 그게 보기도 안 좋고...

직원들이 수도권으로 퇴근한 충북혁신도시의 밤거리, 적막감이 감돕니다.

<인터뷰> 이지환/ 충북 진천 혁신상인회장
처음에 제가 장사를 할 때 공기업 직원들이 많이 이쪽으로 내려오니까 거기에 대한 기대도 상당히 컸었는데 실제 정주 인원이 적고 저녁 되고 하면 출퇴근 인원이 많기 때문에 사실 점심시간 같은 경우에는 어느 정도 괜찮았지만, 저녁 때는 많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저뿐만 아니고 여기 혁신도시에서 장사하시는 모든 분들이 마찬가지일 겁니다.

혁신도시 직원 중 3분의 1 정도가 서울 등지로 매일 통근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이지환/ 충북 진천 혁신상인회장
공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어차피 저희 장사하는 사람들이랑 지역 주민들이 같이 상생한다고 생각을 하면 출퇴근 차량도 줄여주시고 이게 당장은 안 되겠지만 점차 1년, 2년 점차 조금씩 줄여가서 나중에는 그게 출퇴근 차량이 많이 줄어들면 저희 장사하시는 분들도 많이 도움이 되고요.

공기업 직원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터뷰> 이정운/ 한국가스안전공사 부장
수도권에서 통근버스를 타고, 타고 다니는 직원들은 새벽 5시, 6시에 일어나서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타야 하는 환경입니다. 누가 그 장시간을 버스 안에서 보내면서 출퇴근을 하고 싶겠습니까? 그 이유는 아직까지 충북혁신도시가 정주여건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걸 방증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기업 직원들은 충북혁신도시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가 아닌 군 지역에 위치해 마치 고립된 섬과 같다면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정운/ 한국가스안전공사 부장
다른 혁신도시는 큰 배후도시 안에 있거나 바로 옆에 있습니다. 그래서 통근버스가 없이 충분히 살 수 있는 인프라가 되어 있습니다. 근데 충북혁신도시는 배후도시가 없다 보니, 대형 병원이나 대형마트를 가려면 45km 떨어진 청주까지 나가야 합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대형마트가 입점이 안 돼 있고요. 그리고 대형 병원도 없습니다. 특히 산부인과가 없어서 그 먼 청주까지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서울 통근버스 때문에 지역 상권이 침체에 빠진 걸까?

공기업 노조는 애초에 혁신도시의 인구가 너무 적은 규모로 설계된 것이 정주 여건이 열악해진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사혁/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KISDI지부장
혁신도시로 이전은 국가균형발전 계획 자체는 상당히 훌륭한 계획이었고 여러 가지 원대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다만 현실을 봤을 때 전국에 있는 혁신도시들이 지금 이제 정주여건이 굉장히 부족하고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들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면이 있습니다. 충북혁신도시가 가장 작은 규모로 이전했기 때문에 계획했던 인구에 훨씬 모자라는 3만 명대 인구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해도 여기 있는 인프라는 수요가 없으면 발전하지 않습니다.

방송일시 : 2023년 9월 5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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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문 기자 (kmsh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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