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人] (35)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자 '산화갈륨' 연구하는 최철종 교수
"상용화 단계까지 나아가면 시장 개척·기술 선점 가능…연구 매진할 것"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산화갈륨은 전력 효율이 우수해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발 앞서 나갔으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철종 전북대학교 반도체과학기술학과 교수는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연구 성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최 교수는 최근 고전압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동작이 가능한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신소자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의 핵심은 반도체가 견딜 수 있는 최대 전압인 항복 전압을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소자 구조를 발견한 것이다. 누설 전류도 적어 제조 공정을 개발하면 사업화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
IT 핵심기술 중 하나인 전력반도체는 전기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스위치를 켰다 끄는 식의 전력공급이나 전력변환 장치에 사용되는 만큼 고전압과 고온 등에서 견디는 구조가 중요하다.
현재 널리 쓰이는 실리콘을 기반으로 한 전력반도체는 물리적 한계 탓에 산업용이나 전기자동차·사회기반시설 등에서는 기술 구현이 어려운데, 최 교수가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자로 꼽히는 산화갈륨을 이용해 우수한 구조를 개발한 것이다.
최 교수는 "실리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산화갈륨을 비롯한 실리콘카바이드와 질화갈륨이 주목받고 있지만, 산화갈륨은 다른 두 소자에 비해 아직 글로벌 연구 초기 단계에 있다"라며 "이번 연구에 더해 핵심 제조공정을 개발하면 기존 성능을 능가하는 제품으로 사업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상용화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실험 속도를 앞당겨야 하는데 어느 연구가 그렇듯 높은 비용이 걸림돌이다.
신소자 연구 기술이 태동기이다 보니 실리콘에 비해 산화갈륨 기판 재료가 상당히 고가이다. 기판 수십장, 수백장에 전류를 흘려보내며 실험해야 하는데 기판이 1개에 500만원에 달해 많은 장비를 구매할 수 없다.
최 교수가 소장을 맡은 전북대 반도체물성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대학나노인프라구축 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이번 연구를 수행했고 노후화된 장비들도 교체됐지만, 여전히 비용이 충분하지는 않다.
최 교수는 "전쟁에 나가려면 총이 좋아야 하는데 총을 살 돈이 부족한 셈"이라며 "한국이 전력반도체 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갖기 위해 중장기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교수 임용 이전에 삼성종합기술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을 거치며 20년 넘게 반도체 물질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해왔다.
앞으로도 이번 연구를 함께 수행한 대학 실험실 창의 기업인 시지트로닉스, 대학원생 등 연구팀과 함께 산화갈륨과 질화갈륨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 신소자에 대한 기술 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특히 산화갈륨 상용화 기술 연구에 더해 에피(Epi) 소재 연구도 병행한다는 게 최 교수의 계획이다.
에피란 기판 위에서 전자가 움직이는 길을 말하는데, 에피를 증착시키면 전력반도체 성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해 내리막길을 걸었던 소니가 카메라 이미지센서에 사용하는 에피를 개발하면서 다시 회생한 것처럼 에피 기술 확보 역시 신소자 연구만큼 중요하다.
최 교수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산화갈륨 상용화까지 반드시 나아가보고 싶고, 이미 상용화된 질화갈륨에는 새로운 기능을 더해 고성능 신소자를 만들고 싶다"며 "기술 수준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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