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돼지 살리는 ‘시원한 장판’ 나왔다
돼지 사료 섭취량 증가…축사 환경 개선도
미국 연구진이 실내 축사 안 돼지의 건강을 더운 날씨에서 지킬 수 있는 ‘냉각 패드’를 개발했다. 내부에 시원한 물이 흘러 녹지 않는 얼음 같은 효과를 내는 이 냉각 패드는 동물 복지를 향상하고, 돼지 농장의 생산성도 개선할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퍼듀대 연구진은 최근 대학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구리 파이프를 품은 알루미늄 재질의 냉각 패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냉각 패드는 내년 봄부터 북미 시장에서 팔릴 예정이다.
연구진이 밝힌 냉각 패드의 원리는 온돌과 비슷하다. 온돌은 따뜻함을, 냉각 패드는 차가움을 지향하지만 기술적인 원리는 유사하다.
온돌의 경우 방바닥 아래에 놓인 돌인 ‘구들장’을 아궁이에서 발생시킨 열기로 데워 방을 따뜻하게 만든다. 냉각 패드는 반대로 찬물을 구리 파이프로 순환시켜 알루미늄 재질의 패드 상부를 차갑게 만든다.
냉각 패드의 크기는 가로 0.6m, 세로 1.2m다. 성인이 두 팔을 벌려 집어들 수 있는 수준의 크기다. 다 자란 돼지 한 마리가 올라가기에 딱 좋다.
최근 몇 년 새 지구촌 전체에 폭염이 밀어닥치면서 사람뿐만 아니라 돼지 같은 가축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열 스트레스가 돼지에게 찾아오면 사료 섭취량이 줄고, 새끼를 키우기 위한 암퇘지의 젖 분비량도 줄어든다. 동물 복지의 측면에서도 고온 환경에 놓인 축사는 돼지에게 고통을 주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연구진은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냉각 패드 위에서 돼지는 더운 곳에 있을 때보다 호흡 속도가 안정화됐다”며 “사료 섭취와 젖 생산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냉각 패드에서 생활하는 새끼 돼지의 경우 더운 곳에서 생활하는 경우보다 사료를 7.2% 더 많이 먹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냉각 패드가 유지할 수 있는 온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에어컨 외에 축사 온도를 낮출 효과적인 수단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축사 내부 기온을 낮추기 위한 가장 확실한 도구는 에어컨이지만, 설치비와 유지비가 많이 드는 게 문제다. 이렇게 되면 돼지 사육 비용이 올라간다. 냉각 패드의 경우 시원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량의 에너지 투입 없이 운영할 수 있다.
연구진은 “냉각 패드의 (열전도) 성능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장착된 구리 파이프를 스테인리스강 파이프와 비교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며 “냉각 패드가 돼지 생산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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