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맛'보더니…한국말로 소통한 국제마약상, 韓서 또 팔아보려다 덜미[영상]

정세진 기자 2023. 9.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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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인 마약상이 국제택배를 통해 국내로 마악류를 밀반입했다. 영상은 2021년 경찰이 향신료로 위장한 대마를 압수하고 있는 장면. 경찰은 나이지리아에 있는 마약상이 국내 체류중인 나이지리아인들을 통해 대마를 유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상=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경찰이 해외 3개국에 거점을 두고 국내에 20㎏ 상당의 필로폰(메스암페타민) 등 마약류를 밀반입해 유통한 마약 사범 등 76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국내 마약수요가 늘면서 해외조직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량의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캄보디아, 중국, 나이지리아 등 해외에 거점을 둔 마약 사범의 지시를 받고 국내에 마약을 유통·판매한 한국인과 캄보디아인(6명), 중국인 11명(조선족9명), 나이지리아인(5명) 등 총 73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판매자 대부분 △캄보디아에 체류 중인 한국인 마약상 B씨(52) △중국에 체류중인 중국국적 조선족 마약상 C씨(42) △나이지리아에 체류 중인 나이지리아인 마약상 D씨(35)의 지시를 받았다. 해외 체류 마약상들이 한국 내 자국인을 유통책으로 포섭해 마약을 팔았다.

2021년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국내에 필로폰 등 마약류를 밀반입해 유통시킨 혐의를 받는 해외 3개국 연계 조직./사진=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해외 마약상들은 사전에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국내 반입한 필로폰을 자국민으로 구성한 유통책을 통해 거래했다. 경찰은 이들을 수사하면서 62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시가 623억원 상당의 필로폰 18.7kg을 압수했다. 경찰은 이 중 17.2kg은 나이지리아의 마약상이, 1.5kg은 중국의 마약상이 국내에 밀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국적 마약조직은 한국어로 소통해 정보 공유가 빨랐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조선족 C씨는 캄보디아에 체류 중인 한국인 B씨와 수시로 연락하고, 나이지리아인 D씨는 다른 나이지리아 국적 마약상을 통해 한국인 B씨와 소통한 것으로 봤다.

지난 3월쯤 나이지리아 마약상이 부산항을 통해 밀반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필로폰. 국내 유통책들은 헬스보충제로 위장해 마약을 운반했다. /사진=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내 유통책인 한국인 A씨(49)는 캄보디아에 있는 한국인 B씨 지시를 받고 지난 3월24일 부산에서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이 헬스보충제로 위장해 밀반입한 필로폰 20㎏을 건네받았다. A씨는 이 중 일부를 서울과 대구, 경남 창원과 경기 오산 등의 지역 유통책에 전달했다. 또 조선족 C씨와 연락해 한국에서 활동 중인 C씨의 국내 유통책(중국인)에게 전달했다.

또 A씨는 캄보디아 총책의 지시에 따라 같은해 3월 29일 대전에서 비대면으로 필로폰 1kg을 취득했다. 이를 약 한달 후인 4월 21일 나이지리아 마약상의 국내 유통책에게 전달했다.

경찰은 확보한 통화, 메신저 대화 내용을 미루어 볼 때 마약상 B·C·D씨가 국내 마약 유통 과정에서 서로 긴밀하게 소통했던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미 이들 대부분은 동종 전과로 처벌을 받은 이력이 있는데, B씨와 C씨는 이번 사건 이전에 한국에 마약을 유통하다가 서로 알게된 사이였다.

B씨는 2016년 1월쯤 필리핀에서 필로폰 2.5㎏을 국내로 밀수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서울 구치소 청송교도소 등에서 4년 6개월을 복역했다. B씨는 출소 후 지난해 7월 캄보디아로 출국해 현지 '교도소 동기' 도움으로 국내에 필로폰을 밀반입했다.

C씨는 2019년 1월 국내에서 필로폰을 수수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중국으로 추방됐다. 이후 한국 체류중이거나 중국에서 포섭한 조직원을 통해 국내로 필로폰을 유통했다.

D씨는 2016년 10월 단기방문 비자로 국내에 입국해 불법체류를 하다가 2018년 8월 추방됐다. 이후 2021년 6월쯤 향신료로 위장한 대마 6.3㎏을 가나에서 국내로 발송하는 등 국내 체류 중인 자국인과 연계해 수건의 마약류 밀수·유통에 관여했다.

경찰은 현지 당국에 중국인 C씨와 나이지리아인 D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사법처분을 받게 할 계획이다. 캄보디아 현지 당국이 검거한 한국인 마약상 B씨에 대해서는 강제송환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국내 체류 경력이나 교도소 수용 경력이 더 큰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며 "실제 마약사범들에 대한 처벌은 법정형 대비 가벼운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마약유통책을이 헬스보충제통에 넣어서 운반한 필로폰. /사진=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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