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에서의 압박감, 토트넘과 달라" 케인 한마디에 발칵 뒤집힌 토트넘 팬심 "결승전 0골 새가슴, 토트넘 신경 끄시지?"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해리 케인의 폭탄발언에 토트넘 팬들이 제대로 뿔이 났다.
9일(한국시각) 잉글랜드 대표팀에 합류한 케인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최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케인은 '친정팀'인 토트넘과 비교했다. 케인은 "바이에른에서 뛰는 것은 토트넘과 비교하면 확실히 부담감이 크다. 토트넘에서도 이기고 싶었지만, 연승이 없다고 해도 재앙은 아니었다. 하지만 바이에른에서는 모든 경기를 이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분데스리가 개막 후 첫 두 경기는 4대0, 3대1로 이겼는데, 경기력이 좋지 않다는 비난을 받았다. 저것이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로 오게된 이유다. 나는 다른 감정들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잉글랜드 대표팀 동료들이 유럽챔피언스리그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을때 마다 나는 집에서 경기를 관전해야만 했다. 가슴이 아팠다. 물론 그들이 잘하길 원했다. 질투라기 보다는 더 잘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다"며 "바이에른이 우승할 수 있을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타이틀을 갖는다는 경험이 더해진다는 것은 압박감을 다룰 수 있는 힘이 된다. 이것은 대표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케인이 너무 솔직하게 발언한 탓일까. 케인의 인터뷰가 나가자 토트넘팬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운하다는게 지배적이다. 영국 더선에 따르면, 토트넘팬들은 그를 '새가슴'이라고 했다. 팬들은 SNS에 '케인은 통산 4번의 결승전에 나서 단 한경기도 득점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다른 팬은 '케인은 새가슴으로 기회를 날리는 선수다. 그가 바이에른에서 우승한다 해도 달라지지 않는 팩트'라고 했고, 또 다른 팬은 '너를 키운 팀을 언급하기 보다, 조용헤 새로운 팀에 집중하는게 어때?'라고 했다. 또 다른 팬은 '케인이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토트넘을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케인의 결승전 부진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케인은 실제 바이에른 데뷔전에서 우승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지만 실패했다. 케인은 바이에른 이적이 확정되자마자 지난달 13일 열린 라이프치히와의 독일 슈퍼컵에 출전했지만, 바이에른은 0대3으로 패했다. 케인은 아무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우승 기회를 날려버렸다. 팬들은 이부분을 지적하며 케인을 비난한다.
케인은 올 여름 토트넘을 떠났다. 케인은 올 여름 내내 바이에른 뮌헨과 연결됐다. 케인은 토트넘의 상징 그 자체였다. 요리스가 없을 경우 주장 완장을 찼다. 케인은 토트넘 최다 득점기록을 깬 것은 물론, 앨런 시어러의 EPL 통산 득점 기록 경신도 눈앞에 두고 있다. 케인은 현재 EPL에서만 213골을 기록 중이다. 케인의 이같은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리그는 물론 FA컵, 리그컵도 거머쥐지 못했다. 토트넘은 윈나우 정책을 취하며 조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등 당대 최고의 명장들을 연이어 영입했지만,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시즌에는 8위에 머물며, 유럽챔피언스리그는 커녕, 유로파리그, 심지어 유로파 컨퍼런스리그까지 나서지 못했다. 말그대로 최악의 시즌이었다. 당연히 시즌 종료 후 케인의 거취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케인의 계약기간은 내년 여름까지였다. 케인 입장에서는 팀을 떠날 수 있는 적기였고, 토트넘 입장에서는 이적료를 벌어들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케인을 향해 레알 마드리드, 파리생제르맹, 첼시, 맨유 등이 러브콜을 보냈고, 최종 승자는 바이에른이 됐다. 바이에른은 4고초려 끝에 케인을 품었다. 바이에른은 무려 4차례나 이적료를 제시했고, 1억2000만유로에 합의를 봤다. 토트넘은 당초만 하더라도 케인을 보낼 뜻이 없었지만, 케인이 재계약을 거절하며 울며 겨자먹기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조 루이스 구단주 역시 재계약을 하지 못하면 케인을 팔라는 뜻을 전했다. 이적료 합의 후에도 토트넘의 이적 허가 여부로 설왕설래가 있었다. 막판 케인 역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케인은 바로 뮌헨행 비행기를 탔고, 메디컬테스트까지 받으며 팀을 떠났다.
바이에른은 결국 지난달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케인과 계약했다. 기간은 2027년 6월 30일까지'라며 '등번호는 9번'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케인의 영입을 타진한 뮌헨의 얀크리스티안 드레센 대표이사는 "오래 걸렸지만 케인이 구단 유니폼을 입게 돼 우리 모두 행복하다"며 "케인은 처음부터 우리가 꿈꾸던 그 선수였다"고 반겼다. 케인도 구단을 통해 "바이에른은 세계 정상급 클럽이다. 난 항상 최고 수준에서 경쟁하면서 내 역량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바이에른과 레비 회장의 자존심 싸움이 대단했다. 케인은 일찌감치 바이에른행에 대한 마음을 굳혔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직접 영국으로 넘어와, 케인을 만나 설득했다. 케인 측도 바이에른의 적극적인 태도에 마음을 열었다. 일찌감치 독일로 넘어와 살 곳을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장사의 달인, 레비 회장이 그냥 이적을 허용할리가 없었다. 바이에른 측의 태도에 불만으로 보이며 으름장을 놨다. 동시에 케인과 재계약을 추진했다. 구단 역대 최고 주급을 제시했다. 하지만 케인은 이를 거절했다.
상황이 밀리고 있었지만 레비 회장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적료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이어갔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미국 휴가를 즐기기도 했다. 바이에른이 발을 빼려는 순간도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협상은 계속됐다. 바이에른은 레전드들을 동원해, 토트넘을 계속 압박했다. 영국 레전드들도 케인을 보내는게 맞다는 여론을 만들었다. 바이에른은 마지막으로 레비 회장이 원하는 금액을 맞춰줬다. 이적이 현실화 되는 순간에도 레비 회장은 마지막 몽니를 부렸다. 하지만 결국 케인은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었다.
케인은 바이에른행 확정 후 "오늘 처음으로 이 클럽을 떠날 거라 말한다. 수많은 감정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내 인생에 있어 거의 20년 가까이를 토트넘에서 보냈다. 11세 소년이 30세 남자가 되기까지. 영원히 간직할 너무나 많은 순간과 특별한 기억들이 있다"고 작별 인사를 건냈다. 이어 "수년 동안 모든 동료들, 코치들, 감독들, 구단 스태프들 등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분명 나는 많은 사람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 그중에서도 팬들에게 가장 감사하다. 당신들을 자랑스럽게 하고 특별한 추억을 주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았다"고 감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떠나야 할 때라는 걸 느꼈다. 새 감독과 선수들이 트로피를 위해 싸우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모두에게 행운이 있고 토트넘이 성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것은 모든 토트넘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작별은 아닐 것이다. 정말 고맙고 다시 만나길"이라며 인사를 전했다.
케인이 떠난 후 손흥민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함께 한) 첫날부터 같이 뛴 기억이 내게는 기쁨이었어'라며 '함께 만든 엄청난 골들, 놀라운 경기들, 기억이 정말 많다'고 썼다. 이어 '해리, 네가 나와 우리 팀·팬들에게 준 모든 게 감사해. 새로운 (인생의) 장에 최고의 행운이 함께 했으면 해. 행운을 빌어 형제'라고 덧붙였다.
둘은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다. 케인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공식전 435경기에 출전, 280골을 터뜨린 구단 사상 최고 골잡이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주장으로, 리그에서만 213골을 넣어 이 부문 역대 2위에 올라 있다. 한국 축구의 간판 손흥민과 2015~2016시즌부터 함께 뛰며 프리미어리그 역사에 남을 정도로 눈부신 호흡을 과시해왔다.
8시즌 동안 서로의 득점을 도우며 총 47골을 합작했다. 손흥민이 24골, 케인이 23골을 넣었다. '손-케 듀오'는 EPL 최다골을 합작한 역사상 최고의 듀오다.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첼시의 레전드 프랭크 램파드와 디디에 드록바(36골) 콤비를 제치고 최다 EPL 합작골 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활약 덕에 지난달 11일에는 영국 공영방송 BBC로부터 리그 역사상 최고의 골잡이 듀오라는 평가도 받았다.
케인이 떠난 후 무너질 것이라는 평가를 들은 토트넘은 더욱 승승장구하고 있다. 손흥민 캡틴 체제로 변신한 토트넘은 새롭게 부임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식 공격축구가 빛을 발하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위고 요리스, 케인, 에릭 다이어가 이끌던 주장단 모임을 없애고, 새롭게 손흥민을 중심으로 리더 그룹을 꾸렸다. 동시에 적재적소에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을 기용하며, 전혀 다른 축구를 펼치고 있다.
토트넘은 첫 4경기에서 3승1무를 기록 중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해리 레드냅, 팀 셔우드, 안토니오 콘테에 이어 개막 4경기에서 10점을 획득한 감독이 됐다. 지난 번리전에서는 손흥민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5대2 대승을 거뒀다. 5대2 대승은 2020년 10월 맨유를 상대로 6대1로 승리한 이후 가장 큰 점수차 원정 승리였다. 손흥민은 왼쪽 날개 자리에서는 조력자로, 최전방에서는 해결사로 활약하며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 메디슨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연상케 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이달의 감독 후보에도 올랐다. 케인 역시 바이에른에서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이번 발언을 통해 토트넘과의 관계에 금이 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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