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에게만 열리는 대법원 문 [세상에 이런 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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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8월22일 대법원장 후보자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소액사건의 판결서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에 따라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습니다." 2심에서도 패소한 후 마지막으로 진행된 3심, 지난 8월18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문에는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각호에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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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8월22일 대법원장 후보자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대법원장 임기는 6년으로 대통령(5년), 국회의원(4년) 임기보다 길다. 대법원장은 심판권만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며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 재임 6년 동안 판결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법원 서비스도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대법원 판결을 받은 이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A씨는 2019년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4년 3개월 동안 1심부터 3심까지 세 번 재판을 받았다. 재판 과정을 회상하며 그는 연신 아쉬움을 토로했다. 법원이 제구실을 다하고 있는지, 대법원은 정말 최고법원이 맞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인천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던 A씨는 2018년 12월30일 중국인 동료에게 폭행당했다. 그는 한쪽 눈을 심하게 다쳐 경기도 안양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가족이 가해자를 붙잡아 경찰에 넘기기까지 했다. 그런데 경찰은 사건을 접수받을 때부터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병원 근처 경찰서는 범죄 발생지인 인천 소재 경찰서로 넘겼고, 정작 인천 소재 경찰서에 수사를 요청하니 ‘안양에서 처리할 일’이라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천에서 사건을 맡아 진행되었지만, 가해자는 조사한 지 4시간 만에 풀려나 다음 날인 2019년 1월1일 중국으로 도주했다. 가해자가 중국으로 도주하면 책임을 묻기 어려우니 출국 정지나 긴급 체포해달라는 가족의 요청은 묵살됐다. 피해자는 실명되었다는 진단서를 제출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피해자 측은 치료비 일부라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2019년 5월 국가배상 소송을 시작했다.
2년 동안 진행된 1심에서 패소했다. 왜 졌는지 이유 대신 판결문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소액사건의 판결서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에 따라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습니다.” 2심에서도 패소한 후 마지막으로 진행된 3심, 지난 8월18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문에는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각호에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심리조차 하지 않는 사건이 70% 넘어
4년 3개월 동안 해온 재판, 마지막 기대를 건 대법원에서도 심리조차 하지 않겠다는 판결을 받은 A씨는 또 다른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대법원에 편지를 쓰겠다고 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태주 시인의 시 ‘꽃 3’이 떠올랐다.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중략)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법원조직법 제11조는 이렇게 규정한다. “대법원은 최고법원이다.” 70%가 넘는 사건을 심리불속행, 즉 심리조차 해주지 않고 문전 박대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아름다운 판결을 기대하며 대법원 문을 두드린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대법원이 최고법원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최후의 보루인 대법원 판결은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대법원 판결문을 받을 권리는 소수에게만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70% 넘는 시민들을 문전 박대하는 현행 심리불속행제도는 헌법에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심각한 침해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는 법원이 심리불속행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 시민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최고법원으로서의 대법원 위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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