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슬퍼할 수도 없는 자살 유족…'심리부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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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왜 돌아가셨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심리부검은 자살 유족의 진술과 고인이 남긴 기록을 살펴 고인의 죽음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요인을 살피고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내는 조사 방법이다.
가족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한 유족으로서는 고인의 생전에 대해 입을 떼는 것마저 힘겨운 일일 수밖에 없지만 유족에게 고인의 생애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해 '건강한 애도'를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심리부검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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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아버지가 왜 돌아가셨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한 달 뒤 딸은 심리부검을 신청했다. 충격과 슬픔 속에 '왜'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3시간 동안 면담이 이뤄졌다. 딸은 "상처에 났던 고름을 짜낸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2018년부터 6년간 '자살 유족'에 대한 심리부검을 해온 조정옥 광주자살예방센터 유족지원팀 팀장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사흘 앞둔 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말이라고 했다.
조 팀장은 "면담 과정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생각하게 돼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새살이 돋아나는 것처럼 새로운 마음도 올라와서 괜찮아질 것 같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느꼈다"며 "유족 입장에서의 심리부검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심리부검은 자살 유족의 진술과 고인이 남긴 기록을 살펴 고인의 죽음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요인을 살피고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내는 조사 방법이다.
가족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한 유족으로서는 고인의 생전에 대해 입을 떼는 것마저 힘겨운 일일 수밖에 없지만 유족에게 고인의 생애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해 '건강한 애도'를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심리부검의 목적이다.
조 팀장은 "어떤 자살 유족들은 고인과의 추억을 얘기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마음껏 울고 슬퍼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은폐와 회피가 슬픔을 견뎌내는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심리부검을 통해 안전한 환경에서 믿을 수 있는 이에게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건강한 애도를 위한 시작이자 치유의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심리부검은 여전히 자살 유족과 시민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집계된 자살 사망자 수는 1만2천720명이다.
그러나 2021년 4월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를 통합해 만든 중앙 자살예방정책지원기관인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심리부검에는 자살 사망자 159명의 유족 169명만 참여했다. 약 1.3%에 불과한 수준이다.
조 팀장은 자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저조한 참여로 이어진다고 봤다. 그는 "자살은 개인의 문제도 유족의 잘못도 결코 아니다"라며 "자살은 사회적 문제이며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유족이 심리부검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장려됐으면 한다"면서 "이를 위한 보상이나 지원체계도 더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심리부검은 사회적으로는 자살 예방안을 마련하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핀란드에서는 심리부검을 통해 마련한 자살 예방정책으로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1990년 30.2명에서 2011년 16.4명으로 45.7% 감소시키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2009년 한국자살예방협회가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자살 유족을 면담한 것을 첫 시작으로 2014년 복지부의 중앙심리부검사업단을 거쳐 현재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심리부검을 담당하고 있다.
심리부검은 만 19세 이상 성인으로 경찰 조사에서 자살 사망으로 확정된 고인의 만 19세 이상 유족을 대상으로 한다. 배우자나 부모 등 가족 혹은 연인, 친구 등 사망 직전 6개월간 근황을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의 신청으로 최대 2명(직계 1명 이상 포함)에게 이뤄진다. 1회의 면담이 진행되며 유족의 심리 상태와 치유 목적을 위해서 사별한 지 3개월 이상∼3년 이내인 때 면담을 권장한다.
2yulri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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