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드론 등 고가 경품 미끼...인천 ‘인형뽑기’ 사행성 조장

물건값 ‘1만원 이하’ 제한에도 곳곳서 버젓이 영업
업주 “불경기 궁여지책”… 남동구 “경찰 협력 단속”

지난 9일 오후 남동구 구월동의 한 인형뽑기 가게에서 손님들이 비싼 경품을 뽑기 위해 게임을 하고 있다. 홍승주기자

 

지난 9일 오후 8시께 인천 서구 석남동의 한 인형뽑기 가게. 뽑기 기계 위에 올려진 사물함에는 12만원 상당의 물걸레청소기와 13만원 상당의 분유포트 등의 고가 경품이 이용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단돈 1천원에 100배 이상의 고가의 물품을 뽑을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긴 힘든 상황.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에 도전을 이어가며 고가 상품의 유혹을 쉽사리 뿌리치지 못하고 있었다.

뽑기 기계 안에 있는 정사각형 플라스틱 상자를 뽑으면, 그 안에 있는 열쇠로 사물함에 있는 경품을 가져갈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임연아씨(23)는 뽑기 기계 집게가 아쉽게 상자를 떨어뜨리자 다시 기계에 1천원권 지폐를 넣고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다. 그는 “비싼 경품을 갖고 싶고, 1판만 더하면 뽑을 수 있을 것 같아 계속 돈을 집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께 남동구 구월동의 한 인형뽑기 가게도 상황은 마찬가지. 고가의 무선 이어폰과 드론, 식기 건조기, 심지어 수제 육포까지 다양한 경품들이 사물함 안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정민석씨(29)는 “뽑기가 취미인데, 아무래도 비싼 경품이 있는 가게를 찾는다”라며 “1번 올 때마다 3만원은 쓴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오후 서구 석남동의 한 인형뽑기 가게. 사물함에 물걸레 청소기, 트렁크 정리함 등의 비싼 경품이 들어 있다. 홍승주기자

인천지역 인형뽑기방들이 법률을 어겨가며 값비싼 경품들을 내걸고 사행성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인형뽑기 기계에서 경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품 가격은 1만원 이하여야 한다. 이를 어길 시 1회 적발 30일 영업정지, 2회 적발 3개월 영업정지, 3회 적발 시 등록 취소 또는 폐쇄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또한 경품은 게임기에 부착한 지급 장치를 통해서만 지급해야 한다. 경품 사물함은 사용할 수 없다. 이 밖에도 음식물 등 유통기한이 있는 물품은 제공할 수 없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10만원이 넘는 경품은 불법이자 손님을 끌기 위한 명백한 사행성 조장 물건”이라며 “1만원 이하의 완구류, 문구류, 문화상품류 등의 경품만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인형뽑기방 관계자는 “안 그래도 손님이 없는 상황에 비싼 경품을 ‘미끼’로 제공하지 않으면 손님이 아예 오지 않는다”고 속내를 밝혔다.

남동구 관계자는 “단속을 위해 경찰과 협력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겠다”며 “사행성을 조장하는 인형뽑기방 단속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승주 기자 winstate@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