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사형집행 시설 점검…엄포인가, 집행 신호인가
집행엔 정치적 이용 비판…‘절대적 종신형’도 논란
[주간경향] “사형집행 관련 검토 진행 여부 등은 형집행에 관한 사항이자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사항이다. 공개될 경우 관련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서 답변하기 어렵다.”
‘사형집행을 위한 사항을 검토하고 있는지’를 묻는 주간경향의 질의에 법무부는 지난 9월 6일 이렇게 답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정부기관이 으레 내놓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넘기기엔 뭔가 꺼림칙하다는 반응도 있다. 최근 사형을 둘러싼 여러 행보를 보면 그렇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교정시설에 있는 사형집행 시설을 점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한 장관의 지시 내용이 알려지자 대체적인 해석은 이랬다. “잇단 흉악범죄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잠재적 범죄자들의 경각심을 환기하려는 의도.” 그러나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사형을 집행하기 위한 검토 작업의 일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형집행이 단행된다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사형제가 존재하지만 지난 26년 동안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사형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절대적 종신형) 도입도 사형제와 연계돼 논란이 되고 있다. 그간 절대적 종신형은 사형제를 폐지했을 때 이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평가돼왔다. 해외 사례 등에 비춰 절대적 종신형 또한 사형 못지않게 위헌성이 높다는 견해도 많다.
엄포인가, 집행을 위한 포석인가
한동훈 장관은 지난 8월 말쯤 사형집행 시설을 보유한 서울구치소, 부산구치소, 대구구치소, 대전교도소 등 4곳에 관련 시설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아울러 사형확정자의 수형 태도도 조사토록 했다. 사형확정자는 현재 59명이다. 법무부는 지난 9월 6일 주간경향에 “오랫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법집행 시설이 폐허처럼 방치돼 있다”라며 “사형확정자가 교도관을 폭행하는 등 수형 형태가 문란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또 “사형을 형벌로 유지하는 이상 법집행 시설을 적정하게 관리·유지하는 것은 법무부의 당연한 업무이자 임무”라고 부연했다.
법무부는 사형집행과 관련해서도 “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 국민 여론, 국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어 “지난 어떤 정부도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입장을 정한 바 없다”고도 말했다. 사형이 형벌로 존재하는 이상 정부가 사형집행을 원천 배제하는 메시지를 내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법무부의 이번 답변은 한 장관이 지난 8월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직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과 동일하다. 전반적으로 사형집행에 신중한 입장으로 보이면서 한 장관의 사형집행 시설 점검 지시가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목적이라고 대부분 언론에서 해석했다.
주간경향은 ‘법무부가 사형집행을 위해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 있는지’도 물었다. 또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실이나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하거나 의견을 듣기 위한 절차를 검토 중인지’ 등도 문의했다. 법무부는 이에 “형집행에 관한 사항이자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관련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답변드리기 어려움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이다. 이는 정부기관에서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다만 NCND는 때론 민감한 사안을 두고 관련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를 꺼릴 때 ‘긍정’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한 장관의 사형집행 시설 점검에 이어 법무부의 답변이 맞물리면서, 실제 사형집행을 위한 검토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만약 사형집행이 이뤄진다면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터라 그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사형이 법률에 존재하는 형벌인 점, 흉악범죄로 인한 사회 불안 가중, 국민 여론 등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사형집행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형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이덕인 부산과학기술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사형집행의 주체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대통령과 사전 교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향후 국면전환을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사형을 집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을 집행한다면 정치적 국면을 탈피하거나 다른 중대한 비판 지점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했다.
국제적인 파장도 예상된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전 세계 인권단체가 사형집행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0년 12월 발간한 <사형 폐지에 따른 법령 정비 및 대체형벌에 관한 연구>(김대근·이덕인·권지혜) 보고서를 보면, 당시 유럽평의회 소속 47개 국가 가운데 사형제가 있는 국가는 러시아가 유일했다. 다만 러시아도 2009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진 않았다. 러시아는 2022년 유럽평의회를 탈퇴했다. 유럽평의회는 신규 회원국 가입 조건으로 사형제 폐지를 의무화한다. 유럽대륙에서 유일하게 사형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유럽평의회 소속이 아닌 벨라루스뿐이다. 한국이 가입한 유럽평의회의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협약’에는 ‘유럽에서 한국으로 송환된 범죄인에게는 한국 정부가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사형제 폐지에 따른 대체 형벌”
법무부가 추진 중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두고도 논쟁이 뜨겁다. 법무부는 지난 8월 14일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징역인 ‘절대적 종신형’을 형벌에 추가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상 무기징역을 선고받아도 수형 기간이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절대적 종신형은 복역기간과 무관하게 가석방을 원천 금지한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같은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계류 중이다. 한 장관은 지난 9월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사형제를 대체할 생각이었나, 추가적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자는 취지인가”라는 질의에 “(둘을) 병존하자는 취지”라고 답했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두 부분이다. 사형제를 유지하면서도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 다른 하나는 절대적 종신형 자체의 위헌성이다.
법무부는 미국의 27개 주에서도 사형과 절대적 종신형이 병존한다는 점을 거론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난 7월에 나온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절대적 종신형 도입에 공감했다. 대법원은 살인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에 다시 수형자를 살해한 A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원심은 사형을 선고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사형을 선고하면 집행되지 않더라도 사실상 절대적 종신형으로 기능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법원은 “절대적 종신형은 현행 법령상 형의 종류로 규정되지 않다”라며 사형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차 교수는 “무기징역을 받더라도 가석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복 범죄나 재범의 우려가 있고 이는 현실이 되기도 한다. 교화 불가능한 이들은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기존에 절대적 종신형은 국회와 학계 등에서 주로 사형제 폐지에 따른 대안으로 다뤄졌다. 1995년 15대 국회에서 현재 21대 국회까지 발의된 사형제 폐지 법안은 모두 9건이다. 15·16대에서 나온 2건을 제외하고 최근 7건은 모두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을 대신토록 규정했다. 2008년과 2010년 발의된 법안은 종신형을 받으면 가석방뿐 아니라 사면법에 따라 사면·감형·복권도 불가능하게 뒀다.
헌법재판소가 2010년 5 대 4로 사형제에 합헌 결정을 내렸을 때도 일부 위헌의견에서 절대적 종신형이 언급되기도 했다. 목영준 당시 재판관은 사형은 위헌이라면서도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형제를 폐지하기 위한 단계적 대안이 될 수 있다”라며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제도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죽음의 시기만 미루는 것”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절대적 종신형 도입과 관련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여러 단서를 달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확보한 의견서를 보면, 법원행정처는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은 사형제도의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그간 사형제의 대체형벌로 절대적 종신형이 논의돼왔다며 “사형제 존치를 전제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방안은 다른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형사처벌 규정들을 조사·검토해 어느 것을 사형제, 가석방 없는 혹은 가석방 가능한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것인지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절대적 종신형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도 서술했다.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역시 수형자를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황폐화시키는 효과를 가질 뿐 아니라 수형자와 공동체의 연대성을 영원히 단절시킴으로써 수형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는 비판과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비판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선진국에서는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폐지하는 추세”라고 했다. 유럽평의회 47개 국가 가운데 23개 국가에서 ‘가석방 가능한 종신형’을 채택하고 있다. 종신형이 아예 없는 국가도 9곳이다. 절대적 종신형을 채택한 국가는 4곳에 불과하다. 독일이 1949년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했지만 1981년 상대적 종신형을 도입했다. 유럽인권재판소도 2013년 영국의 종신형이 수형자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절대적 종신형을 유지하고 있는 네덜란드, 리투아니아도 종신형 수형자에게 석방 가능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논의 중이다.
범죄인의 교화와 사회복귀 가능성을 배제하는 점, 장기간 수용에 따른 형집행 비용의 증가 등도 거론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석방 등은 수형자의 교화에 상당한 동력이 된다”라며 “교정의 궁극적인 목적이 다른 시민과 함께 더불어 살 수 있게 하자는 것인데, 절대적 종신형은 교화나 개선, 사회로 복귀해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한국 헌재도 비슷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2010년 사형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때,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 없는 것이 위헌인지 여부도 판단했다. 헌재는 절대적 종신형을 두고 “사형에 비하면 절대적 종신형이 생명을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인도적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자연사할 때까지 수용자를 구금한다는 점에서 사형 못지않은 형벌이고 수형자와 공동체의 연대성을 영원히 단절시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형법에 무기징역을 받고 가석방이 가능하다고 해도, 형집행 실무상 절대적 종신형을 근간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봤다. 형법은 무기형을 받은 수형자도 복역기간이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가석방은 법무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사망할 때까지 가석방이 안 될 수도 있다. 이덕인 교수는 “무기수는 가석방 심사를 요청할 수도 없다”라며 “교정실무에서 무기징역은 최소 30년이 지나야 가석방 심사의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라고 했다.
헌재와 국회, 어디서 결정해야 하나
사형제를 두고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과 국회가 입법을 통해 폐지하는 건 다소 결이 다르다. 헌재는 사형제가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살피는 것이지만, 국회는 시대 상황과 가치관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사형제의 유용성·적절성 등을 평가해 결정하게 된다. 헌재는 실제 “사형제의 존치·폐지 여부는 사형제의 존치가 필요한지 유용한지 바람직한지에 관한 평가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입법부가 결정할 입법정책적 문제이지 헌재가 심사할 대상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덕인 교수는 “사형을 폐지한 국가들은 입법을 통해 해결했다.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통해 폐지한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형이 폐지되려면 행정부와 입법부가 연동돼서 문제를 검토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한국에선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차진아 교수는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면 국민적 반발이 클 것”이라며 “잠정적 단계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고 사형제 폐지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밟아가야 한다”고 했다.
김대근 위원은 이렇게 짚었다. “사형을 입법적으로 폐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의사를 수렴해 정치적 합의에 의해서 제도를 개선하는 게 가장 민주적인 법치국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형폐지 여론이 높았던 적은 없다. 심지어 사형을 전면 폐지한 유럽조차 그랬다. 그럼에도 대개 정치적 결단, 사법적 결단에 의해 제도가 폐지됐다. 기본적으로 사형이 인권과 기본권에 관한 문제라면 이를 다수결로 좌지우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여론 때문에 정치권은 늘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국민이 뽑은 국회와 정부는 상대적으로 여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사법부는 민주적 정당성이 없긴 하지만, 한편으로 다수에 휘둘리지 않고 법과 이성에 충실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헌재의 결정이 현재로선 불가피하거나 바람직해 보인다.”
헌재는 사형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공개변론도 개최했다. 헌재가 사형제의 위헌성을 다루는 건 이번에 세번째이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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