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측정도 탄소배출량으로…'기가콘' 찾는 실리콘밸리

남미래 기자 2023. 9. 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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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문제는 인류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 탄소배출 감축이 지상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탄소를 제거하는 'DAC(Direct Air Capture·대기 중 탄소직접포집)' 기술로 사업화에 나선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인더스트리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DAC 시장규모는 2022년 2359만달러(약 300억원)에서 2028년 6억1407만달러(약 8000억원)로 연평균 72.1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DAC를 통해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약 20만톤(t)에 이른다.

주요국들은 DAC 기술 연구개발(R&D)과 상용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DAC 사업에 톤당 180달러의 세제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인프라법을 통해 미국 내 4개 DAC 허브 설립에 35억 달러도 투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기술 사업화에 100억 유로의 혁신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각 국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투자자들도 유망 스타트업 '기가콘'(gigacorn)을 찾고 있다. 기가콘이란 연간 최소 10억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상업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을 말한다. 유럽 벤처캐피탈인 'VC 2150'의 공동창업자 크리스티안 에르난데스가 처음 사용하며 알려졌다.
유일한 DAC 유니콘 '클라임웍스', 최대규모 플랜트 운영 中
DAC 기술 스타트업 중 선두주자는 스위스의 '클라임웍스(Climeworks)'다. 탄소포집 분야에서는 역대 최대규모인 6억5000만달러(약 8400억원)를 투자받아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에 등극했다.

클라임웍스는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해 암석으로 만드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포집된 탄소를 현무암으로 이뤄진 지하에 주입한다. 탄소는 2년 안에 돌로 굳어져 지하 암반층에 영구적으로 저장된다. 올해 독립감사기관인 DNV로부터 탄소 제거 기술 및 공정에 대한 공식 인증도 업계 처음으로 받았다.

클라임웍스가 현재 아이슬란드에 가동 중인 DAC 플랜트는 세계 최대규모인 연간 4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790대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다. 또 연간 3만6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플랜트를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업모델도 확장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탄소감축이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배출권(탄소 크레딧)을 판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 스위스리와 10년간 1000만달러(약 125억원) 규모의 탄소 크레딧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스트라이프, 쇼피파이 등 글로벌 기업들도 클라임웍스로부터 탄소 크레딧을 구매한 바 있다.

미국 보석업체 '이더'와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다이아몬드로 만드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오랜시간 열과 압력을 받은 탄소 원자로 만들어진 다이어몬드의 특성에서 착안해 포집한 탄소를 다이아몬드의 원료인 메탄 계열 탄화수소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빌게이츠가 베팅한 '카본엔지니어링', 탄소 포집해 연료 생산
세계 최대 DAC 플랜트를 건설 중인 캐나다의 카본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투자한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빌 게이츠 외에도 셰브론, 옥시덴털페트롤리움 등 미국 석유 대기업이 카본엔지니어링에 투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에어버스와 에어캐나다로부터 675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카본엔지니어링은 포집한 탄소로 가솔린, 디젤 등 연료를 만든다. 물에서 분리한 수소를 탄소와 결합시켜 액체 탄화수소를 만드는 방식으로 연료를 생산한다. 정유화학 플랜트에서 액체를 활용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것처럼, 탄소를 포집할 때 액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플랜트를 크게 만들수록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본엔지니어링은 DAC 기술을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적용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 라이센스를 판매하고 있다. 옥시덴털페트롤리움의 자회사인 원포인트파이브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2024년까지 연간 100만톤의 탄소를 포집하는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완공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DAC 플랜트가 될 전망이며, 이는 자동차 21만7000대의 연간 탄소배출량과 비슷한 규모다.

카본엔지니어링도 글로벌 기업에 탄소 크레딧을 판매한다. 2021년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 쇼피파이에 1만톤, 캐나다의 국적 몬트리올은행(BMO)에 약 1000톤 규모의 탄소 크레딧을 판매한 바 있다.
모듈형 DAC 설비로 세 확장하는 카본캡처
미국의 스타트업 카본캡처(Carbon Capture)도 DAC 플랜트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듈형 컨테이너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다른 DAC 기업과 차별성을 가진다. 제조업체에서 모듈형 기기를 사전 제작하고 컨테이너에 담아 배송하면 바로 설치할 수 있다. 빠르게 시설을 확충해 탄소포집량을 늘릴 수 있고 크기도 작아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본캡처는 현재 미국 와이오밍주에 건설 중인 DAC 플랜트 '프로젝트 바이슨'을 통해 탄소포집량을 대폭 증설할 예정이다. 이는 2024년에 가동될 예정이다. 매년 탄소 포집량을 늘려 2030년에는 연간 500만톤 규모의 탄소를 포집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가장 큰 규모의 탄소포집 프로젝트이며, 뉴욕-런던의 왕복 항공편을 500만회 운항하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

이미 탄소 크레딧 구매 계약도 체결하고 있다. 지난 6월 글로벌컨설팅그룹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5년간 4만톤 규모의 탄소크레딧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3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탄소 크레딧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남미래 기자 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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