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부상 배상하라” 민원 시달린 체육교사 고소, 사망…학교, 교사, 당국은 뭐하나[김세훈의 스포츠IN]
최근 용인에서는 60대 체육 교사가 목숨을 끊었다. 지난 6월 교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이 친구가 찬 공에 맞아 크게 다쳤다. 다친 학생 학부모는 교육청에 교사에 대한 감사 및 징계를 요청했고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등산로 입구에서 숨진 교사 소지품에서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학부모 민원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유족 진술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는 20대 체육 교사가 씨름 수업을 하다가 학생 쇄골이 골절됐다. 학부모는 교사에게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보상금 등 2600만원을 요구했다. 교사가 지급을 거부하자 학부모는 교사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사가 정상적으로 교육 활동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 법률자문단을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운동장에서 학생이 달리기를 하다 넘어져도 교사가 손해배상을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모든 학교는 안전공제회에 가입돼 있다. 교내에서 다치면 치료비 90% 안팎이 지원된다.
미국 볼링그린 주립대 조성호 교수(뉴욕·코네티컷주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대체로 수업 일부로 진행된 신체활동에 기인해 상해사고가 발생하면, 특히 공립학교의 경우, 피해자는 교사나 감독관의 미필적고의 또는 최소 인식있는 과실을 증명해야 소송 요건이 성립된다”며 “잠깐 화장실에 간 걸 과실로 주장하려면 배심원들이 사회통념상 그걸 중대한 과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판례법 중심 국가며, 배심원 제도를 운영한다. 조 교수는 “한국은 교사 개인에 대한 법적책임을 심한 과실의 경우로 제한하는 법령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수업과 마찬가지로 체육 수업에도 교사는 현장을 지켜야 한다. 사고 후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게 부족했다면 일정 부분 책임이 교사에게 있다. 반면, 결정적 과실이 없는 교사에게 중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됐다. 체육 수업을 아예 없애야 하나. 그렇다면 아이들 건강은 어찌하라는 말인가. 체육교사를 하려는 사람은 있겠나. 부상 없는 체육이 가능한가.
체육은 전인교육을 완성한다. 희생하고 양보하며, 책임지고 용납하며, 축하하고 격려하며, 노력하고 도전하는 걸 가르치는 유일한 과목이다. 그게 선진국, 유명 학교가 체육을 중시하는 이유다.
학부모에게 부탁한다. 체육은 부상 가능성을 수반한다. 자식이 다치면 속상하겠지만 의도한 폭력, 상식 밖 부주의에 의한 부상이 아니라면 조금 이해하고 기다려달라. 체육 교사들은 자녀들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도록 위험을 무릅쓰고 누구보다 노력하는 분들임을 기억해달라.
체육 교사들은 수업에 더 집중해야 한다. 체육 수업을 안일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 민원을 과도하게 의식해 위축된 나머지 수업을 건너뛰거나 대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다른 교사들에게도 부탁한다. 체육 교사는 머슴이 아니다. 교사들이 대체로 맡기를 거부하는 학생부장을 체육교사에, 젊은 체육교사에 강요하는 건 폭력이다. 귀찮은 일, 고생할 일을 젊은 교사에게 맡기는 게 부끄럽지도 않나.
학교, 교육 당국에도 요구한다. 체육 교사를, 아니 어느 과목이든 교사 한 명, 한 명을 외롭게 하지 마라. 학교에서 생긴 문제는 학교와 교육 당국, 전체 교사가 함께 짊어지고 해결해야 하지 않나. 교사들은 학생에게 서로 양보하고 서로 돕고 서로 희생하고 서로 인내하라고 가르친다. 상대와 입장을 바꿔 생각하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라고도 한다. 학교부터 그러한 곳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책임을 교사에게 넘기고 발을 빼려는 교장과 교감, 개별 학교에 책임을 돌리고 돕는 척하는 공무원, 고생하는 교사를 방치하는 동료 교사들은 학생들 앞에서 사람을, 인생을, 교육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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