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와 뜨거운 포옹 나눈 ‘고향 친구’, 이유 있었네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3. 9. 1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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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충남 아산 탕정 디스플레이시티 코닝정밀소재 2단지를 방문한 이재용(사진 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웬델 윅스 코닝 회장 [사진출처 = 코닝]
지난달 31일 한국에서 진행하는 첫 기자간담회에 등장한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은 무척 설레어 보였습니다. 20년 이상 한국 코닝에서 일한 관계자들도 수십명의 취재진이 모인 자리에 회장이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했는데요.

“한국은 제2의 고향과 같다”며 분위기를 ‘업’ 시킨 윅스 회장은 충남 아산에 15억달러(약 2조원) 투자를 하겠다는 중대 발표를 했습니다. 투자 가뭄에 시달리는 국내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죠.

그러면서 자신의 ‘오랜 벗’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돈독한 인연을 언급했습니다.

1일 충남 아산 탕정 디스플레이시티 코닝정밀소재 2단지에서 열린 코닝의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 행사 모습. [사진출처 = 코닝]
그 이튿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에 화답하듯 코닝의 한국투자 50주년 기념행사에서 “50년전 가난한 나라 3류 기업 삼성의 손을 잡아줘 고맙다”라고 말했습니다. 윅스 회장과 감격의 포옹도 여러차례 나눠 그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지요.

삼성과 코닝. 두 기업은 지난 50년간 업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 50년 간 기업을 유지하기도 힘들지만 그 사이 기업 간 협력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때문에 두 기업을 이끄는 수장의 만남이 그토록 뜨거웠던 것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코닝, 어떤 회사길래
코닝의 고릴라 글라스 관련 사진 [사진출처 = 코닝]
삼성과 코닝의 협력분야는 다름 아닌 ‘유리’입니다. 세계 디스플레이용 유리기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소재기업 코닝은 1851년 설립됐습니다.

1939년 TV 브라운관 유리를 처음 개발·생산하면서 TV 대중화에 기여했고, 1970년에는 세계 최초 저손실 통신 광섬유를 개발해 통신 혁명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강화유리 ‘고릴라 글라스’는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하며 코닝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리게 한 제품입니다.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소형 전자기기의 커버 유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애플이 2007년 고릴라 글라스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출시한 이후 삼성전자, 모토로라 등도 자사 스마트폰에 이 강화유리를 적용했습니다.

미국에서 코닝은 연구개발(R&D)에 높은 가치를 두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2021년 기준으로 순매출액은 148억달러(16조8000억원)를 기록했고, 전세계적으로 종업원 수는 6만1000여명에 이른다고 코닝은 밝혔습니다.

삼성과의 ‘50년 우정’ 시작은
1일 충남 아산 탕정 디스플레이시티 코닝정밀소재 2단지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이 포옹을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 코닝]
삼성과 코닝의 인연은 1973년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삼성은 금성사(현 LG전자)에 맞서 경쟁력을 갖춘 TV 생산을 위해 코닝과 손을 잡았는데요. 브라운관 TV 핵심 소재인 벌브 유리를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야만 했던 삼성은 이후 흑백 브라운관용 벌브 유리 생산라인을 수원에 준공하면서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 이재용 회장은 지난 1일 충남 아산 탕정 디스플레이시티 코닝정밀소재 2단지에서 열린 코닝의 한국투자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코닝은 50년 전 지구 반대쪽에 있는 가난한 나라의 3류 기업 삼성의 손을 잡아줬다. 삼성은 전자산업의 첫발을 떼 겨우 배불뚝이 흑백TV를 만들던 회사였지만 코닝은 삼성의 꿈을 믿고 담대한 도전을 함께 했다. ”

실제로 1995년 코닝은 삼성전자와 합작으로 삼성코닝정밀소재를 설립해 디스플레이 신기술에 필요한 핵심적인 소재·부품을 생산했고, 삼성이 세계적인 디스플레이·전자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습니다.

2014년에는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삼성 지분을 모두 인수해 사명을 코닝정밀소재로 바꿔 한국 사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코닝정밀소재의 매출액은 2021년 기준으로, 3조9524억원, 영업이익은 175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아무도 상상못한 기술 만들자” 의기투합
1일 충남 아산 탕정 디스플레이시티 코닝정밀소재 2단지를 방문한 이재용(사진 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웬델 윅스 코닝 회장 [사진출처 = 코닝]
코닝은 대표 제품인 고릴라 글라스를 평균 2년마다 개량해 오고 있는데요. 이번에 초박막 벤더블(구부러지는) 글라스로 또 한 번 도약을 꾀하고 있습니다.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는 다양한 두께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 제품입니다. 가령 바깥쪽에는 두꺼운 유리를 적용해 내구성을 높이는 한편, 힌지 부분에는 얇은 유리를 적용해 잘 접힐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십만 번 접었다 펴도 접힌 부분에 손상이 없는 것이 강점이고요. 폴더블 휴대폰을 비롯해 가전,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에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 생산 기지로 한국을 낙점한 코닝은 향후 5년간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윅스 회장에 따르면 코닝은 이미 아산에 위치한 코닝정밀소재에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 제조를 위한 차세대 생산 라인을 준공해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아산 공장에서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 생산이 본격화되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에 코닝의 글라스가 탑재되는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고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코닝에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는데요. 이 회장은 역시 코닝의 한국 투자 50주년을 맞은 기념식에서 “삼성과 코닝이 함께해 온 과거 50년은 놀라운 모험과 눈부신 혁신의 역사였다”며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기술, 그리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밝혔습니다.

역시 뜨거운 포옹으로 화답한 윅스 회장은 지난 1일 기념 행사를 무사히 마친 후 가벼운 걸음으로 한국을 떠났습니다. 지난 50년간 삼성과 코닝이 보여준 우정 못지 않게 앞으로의 50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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