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부 끝났으니 학교 안갈래"…씁쓸한 교사·초조한 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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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생기부) 작성 마감 이후 학생들의 결석이 줄을 이으면서 현장 교사들이 속앓이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 김모(37)씨는 "학교가 단순히 수능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듯 생기부가 마감됐다고 해서 결석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정상적인 교육 현장의 모습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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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학부모 "한 번뿐인 대입인데…어쩔 수 없는 선택"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수업하러 갔더니 교실에 학생 24명 중 13명만 앉아있더라고요"
대학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생기부) 작성 마감 이후 학생들의 결석이 줄을 이으면서 현장 교사들이 속앓이하고 있다.
교실 곳곳의 빈자리가 수업 분위기에 영향을 주는데다 수행평가 등 기본적 학사관리도 쉽지 않아서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한 번뿐인 대입'을 효율적으로 치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생기부 마감되자마자 줄줄이 결석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입 수시 전형에 반영되는 고등학교 생기부 작성과 수정이 지난달 31일자로 마감됐다.
생기부 작성이 완료되자 수시·정시 전형과 관계없이 질병 등을 내세워 결석하겠다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전언이다.
9월이 시작되고 첫 월요일이었던 지난 4일 경기도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정원 25명 중 7명이 결석했다. 다음날인 5일에는 6명이 결석했고 1명은 출석 후 조퇴해 18명만 수업을 들었다.
결석하는 건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뿐만이 아니다.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수능을 앞두고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수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은 생기부가 1학기까지 반영된다는 이유로, 정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은 생기부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3학년 2학기를 외면하는 것이다.
교사들은 결석으로 면학 분위기가 잡히지 않는 건 물론이고 이 시기에 진행해야 할 수행평가 등 기본적인 학사 관리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교사는 애초 아이들의 결석을 가정해 2학기 수행평가를 1학기 기말고사 후 방학 전 짬이 나는 시기에 할 정도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 김모(37)씨는 "학교가 단순히 수능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듯 생기부가 마감됐다고 해서 결석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정상적인 교육 현장의 모습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다른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교에 오라고 읍소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씁쓸해했다.
"학교에서의 시간 아까워" 결석하는 방법도 공유
수험생과 학부모는 수능을 코 앞에 둔 중요한 시기에 가장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정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며 부모의 동의를 받고 스터디카페와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일조차 빈번하다.
수험생들끼리 입시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교는 이동 수업이 너무 많아 집중시간도 짧고 산만해서 힘들다' '일반고라 학교에서 도무지 공부 못할 것 같다. 조퇴하고 스터디카페 가서 공부하고 싶다' '학교에서도 정시러(정시 준비생를 칭하는 말)에 대한 배려는 없는 거 아니냐'는 글이 줄줄이 올라온다.
고3 수험생 학부모 유모(49)씨는 "우리 애는 정시를 준비하는데 2학기는 교실 분위기 자체가 어수선하다"며 "애가 학교에서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하니까 결석 등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2학기 출석을 어떻게 하느냐는 고3 수험생 부모의 단골 화젯거리다. 주로 '2학기 출석 다 채워야 하느냐' '담임 선생님이 조퇴 안 시켜주는 데 무단으로 해도 되는지 궁금하다' '출석 일수 잘 계산해서 병결이랑 무단이랑 잘 섞어서 빠져야 하는데 다들 어떻게 하셨느냐'는 이야기가 오간다고 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와 준비하는 전형이 다른데 학교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지도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대학 입시에 모든 것을 걸게 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무턱대고 학교에 나와야 한다고 압박할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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