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 또 임대인 잠적…잇단 고소에 경찰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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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세 사기 사건이 계속 터지니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도 괜찮을지 불안해졌어요. 근저당이 없는 곳으로 옮겨가려고 했는데 이사를 한 달 남겨두고 임대인이 잠적한 겁니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한 빌라에 거주 중인 직장인 이모(28) 씨는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비슷한 시기 A씨가 보유한 다른 빌라 주민 6명도 수원중부경찰서에 같은 혐의로 고소장을 내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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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 "요즘 전세 사기 사건이 계속 터지니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도 괜찮을지 불안해졌어요. 근저당이 없는 곳으로 옮겨가려고 했는데 이사를 한 달 남겨두고 임대인이 잠적한 겁니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한 빌라에 거주 중인 직장인 이모(28) 씨는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2년 전부터 이 건물에 전세로 살고 있는 이씨는 지난 1일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이날까지 보증금 1억7천만원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당초 임대차 계약 만료일에 임대인 A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은 뒤 오는 23일까지만 월세 50만원을 내고 거주하기로 돼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전세 사기 사건이 잇따르자 적지 않은 근저당이 있던 현 거주지에 사는 것이 걱정돼 이달 말 인근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씨가 임대차 계약을 맺었던 2021년경 16세대로 구성된 해당 빌라에는 총 16억여원가량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씨는 이 점 때문에 계약을 망설였지만, "빌라 시세가 워낙 높아 괜찮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을 믿고 입주를 결심했다. 전세 보증보험 가입도 별도로 하지 않았다.
A씨가 인근에 다른 빌라를 보유하고 있는 등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당장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듯했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계약 만료일을 보름가량 앞둔 지난달 중순 갑자기 A씨의 휴대전화 메신저 계정이 사라진 것이다.
놀란 마음에 이씨가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A씨와는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지난달 말 사기 혐의로 A씨를 수원남부경찰서에 고소했다.
비슷한 시기 A씨가 보유한 다른 빌라 주민 6명도 수원중부경찰서에 같은 혐의로 고소장을 내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씨는 "다른 임차인들과 상황을 공유한 결과, 현재까지 권선구 2곳, 팔달구 1곳 등 A씨 명의의 빌라 3곳에서 피해자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건물에 사는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모두 합치면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만큼, 추후 피해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경찰은 A씨가 이미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보고, 향후 그를 지명수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A씨가 잠적한 사실을 알고 미리 고소장을 낸 고소인들도 있다"며 "아직 수사 초기 단계인 만큼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씨는 이사 계획을 접고 한순간에 창살 없는 감옥과 같이 변해버린 전셋집에서 계속 지내며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게 돼 진료를 받으며 약까지 복용하고 있다"며 "남자친구와 내후년에 결혼할 계획도 세우고 있었는데, 열심히 모은 돈을 전부 전세 보증금 대출금을 갚는 데 써야 할 상황이라서 너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수원시 권선구에서는 지난 7월에도 20억원대 다세대주택 전세 사기를 친 혐의로 임대인 2명이 검찰에 넘겨지는 등 일대에 전세 보증금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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